문 대통령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최재형 측 "치욕적"

조익신 기자 2021. 6. 2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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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28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사의를 표명했죠.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오후 늦게, 최 전 원장의 사의를 수리했는데요.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를 만들었다"며 유감을 표시했습니다. 여권에서도 "국민 모독이다", "연성 쿠데타다" 거친 비판이 쏟아졌는데요. 이에 최 전 원장 측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상황에 몰려 물러난 건 뿐"이라며 "치욕적"이란 반응을 내놨습니다. 관련 내용, 조익신 멘토가 정리했습니다.

[기자]

헌법에 규정된 4년의 임기를 채우지 않고, 직을 던진 최재형 전 감사원장.

[최재형/전 감사원장 (어제) : 오늘 대통령님께 사의를 표명하였습니다. 감사원장 임기를 끝까지 마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국민 여러분과 임명권자, 그리고 감사원 구성원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오후 늦게, 사의를 수리했습니다.

[박경미/청와대 대변인 (어제) : 문 대통령은 감사원장의 임기 보장은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를 만들었다며 아쉬움과 유감을 표했습니다.]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를 만들었다, 별도의 입장까지 밝혔는데요. 윤석열 전 검찰총장 때와는 사뭇 분위기가 다릅니다.

[정만호/당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3월 4일) : 문재인 대통령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의를 수용했습니다. 이상입니다.]

윤 전 총장의 경우, 징계 시도에 사퇴 건의까지. 내심 여권에서 그만두길 바란 측면도 있었죠?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 "금일 검찰총장에 대하여 징계를 청구하고, 검찰총장의 직무집행 정지를 명령하였습니다."
정세균 당시 국무총리 "검찰총장의 거취나 이런 부분에 대해서 대통령께 건의를 한다든지…"

반면, 최 원장은 본인이 논란을 자초한 면이 있습니다. 물론 최 원장 측 생각은 다른데요. 문 대통령이 비판의 메시지를 내자 "순결하고 깨끗하게 살아왔는데, 굉장히 치욕적"이란 반응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 측근(음성대역) : 최 전 원장이 사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려 사퇴한 것 아닙니까. 정치에 손톱만큼도 관심 없던 사람이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상황에 몰려 역할을 요구받게 된 것뿐입니다.]

정치에 손톱만큼 관심도 없던 사람, 최 전 원장에게 러브콜을 보낸 건 바로 국민의힘입니다. 야권 내부에서도 부적절하단 지적이 나왔었는데요.

[김종인/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지난달 21일) : 최재형 감사원장의 경우는 현재 감사원장의 직책에 있고 본인이 그런 활동이나 의사표시를 전혀 하지 않았는데 그걸 자꾸 정당에서 이름을 거론해서 한다는 건 나는 실례라고 생각한다…]

정작 본인은 확실히 선을 긋지 않았습니다. "얘기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어물쩡 넘어갔죠? 그런데 이제와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상황에 몰려 사퇴하게 됐다라… "나는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을 지켜야 하는 감사원장이다" 딱 잘라냈다면 과연 어땠을까요? 국회에서 이런 질문을 받을 필요도 없었겠죠?

[최강욱/열린민주당 의원 (지난 18일) : 감사원장님께서 지금 대선에 출마하신다는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는데, 이게 지금 적절한 얘기입니까, 어떻습니까? 임기직에 계신 분이? ]

[최재형/전 감사원장 (지난 18일) : 최근에 저의 거취 또는 제가 어떤 다른 역할을 해야 되지 않느냐 이런 부분에 대해서 언론이나 정치권에서 많은 소문과 억측이 있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열심히 일하는 감사원 직원들조차도 그런 거 때문에 조금 난처한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요. (당연하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제 생각을 정리해서…]

본인이 남긴 선례. 부담이 되긴 했나 봅니다. 감사원 내부망에 "임기를 다 하지 못하게 돼 미안하다"는 퇴임사를 올렸다고 합니다.

최 원장의 사퇴. 여권에선 파상공세를 이어갔습니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꼴뚜기가 뛰니 망둥이도 뛴다"는 표현을 썼는데요. 꼴뚜기는 윤 전 총장, 망둥이는 최 전 원장을 빗댄 겁니다. 두 사람의 대선 도전은 배신이라며 "욕망의 산물일 뿐"이라고 일침을 가했는데요.

그런데 말입니다. 첨삭 정청래 선생으로 통하죠? 윤 전 총장의 국어 실력을 한땀한땀 문제삼으며, 깊은 가르침을 줬던 정 의원. 이번엔 본인이 속담을 잘못 썼습니다. "꼴뚜기가 뛰니, 망둥이도 뛴다"가 아니라 "망둥이가 뛰니 꼴뚜기도 뛴다", 혹은 "숭어가 뛰니 망둥이도 뛴다"가 옳은 표현입니다. 뜀뛰기 능력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가실텐데요. 숭어 > 망둥이 > 꼴뚜기 순이죠. 꼴뚜기가 뛰면 꼴값이다 생각하면 될 일이지, 망둥이가 친히 뛸 필요는 없는 겁니다. 설마, 이런 이유 때문에 순서를 바꾼 건 아니겠죠? 국정농단이다, 연성 투데타다 직설적인 독한 비판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는데요.

[추미애/전 법무부 장관 (BBS '박경수의 아침저널') : 국민 입장에서는 대단히 모욕적이고요. 냉각기 거치지 않고 이렇게 바로 대선 직행을 하는 것은 헌법과 법률상의 공직자 본분을 망각한 헌정 유린이고, 국정농단 사태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이광재/더불어민주당 의원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일종의 정치학의 용어로서 연성 쿠데타라고 하는데요. 그분이 그 국회에서 답변하는 과정을 보고 아 대통령에 나오겠구나. 대통령에 나오지 않으면 저럴 리가 없다. 그러니까 옆에 있는 제 동료 의원들이 '에이 설마'.]

"스스로 '윤석열 플랜B'로 기회를 엿보겠다는 속셈이니, 참 꼴사납다"(안민석)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국민의힘에서도 '플랜B'란 평가를 부정하진 않았습니다.

[김재원/국민의힘 최고위원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윤석열 총장은 아까 말씀드렸듯이 지금 지지율 1위기 때문에 정권교체를 바라는 분들의 입장에서는 잘 되길 바라고 계속 밀어주려고 해요. 그런데 최재형 감사원장은 그다음의 순서거든요.]

국민의힘에 빨리 입당하는 게 좋을 거란 훈수도 뒀는데요. 후발주자이기 때문에, 윤 전 총장보단 서둘러야 한다는 겁니다. 정치권의 평가도 비슷합니다.

[신율/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JTBC '아침&') : 최재형 전 원장 같은 경우에 일단은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좀 낮은 편이고 인지도만 낮은 것이 아니고 인지도가 좀 상대적으로 낮은 상태에서 대선 출마의 시기도 늦었거든요. 그런 상황에서는 사실은 국민의힘 정도 규모의 큰 규모의 정당의 도움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하고요.]

국민의힘 지지층의 마음을 먼저 파고들 필요가 있다는 건데요. 플랜A인 윤 전 총장을 넘어서야 플랜B가 나설 기회가 오겠죠? 최근 나온 여론조사 결과인데요. 윤 전 총장의 지지율보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 높은 상황입니다. 이 간극, 최 전 원장에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국민의힘은 벌써부터 꽃다발을 준비해 놓고 있죠?

[김기현/국민의힘 원내대표 : 최재형 감사원장이 자진사퇴 형식으로 그만둔 것이지만, 청와대와 집권여당의 도 넘은 압박에 떠밀린 것이어서 갑질에 따른 사퇴라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국민의힘은 대한민국의 무너진 상식을 회복하고 정상적인 나라를 만들기 위한 뜻을 가진 분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의 꽃다발을 준비해두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여권에서 최 전 원장을 흔들어, 사퇴했다는 이야긴데요. 이런 압박에서 보호하기 위해 감사원장의 임기를 헌법으로 보장해 준 거겠죠? 최 전 원장은 사퇴 직후, 휴대폰을 끄고 잠행에 들어간 상태인데요.

[최재형/전 감사원장 (어제) : 대한민국의 앞날을 위해 제가 어떤 역할을 해야 되는지에 대해서 숙고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최 전 원장의 선택. 숙고의 결과를 지켜봐야할 듯합니다. 오늘의 톡 쏘는 한마디, 최 전 원장의 감사원장 취임사로 대신하겠습니다.

[최재형/전 감사원장 (2018년 1월) : 무엇보다도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직무상의 독립성을 지켜내야 합니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우리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감사업무를 수행하는 것만이 우리 조국 대한민국을 더 좋은 나라로 만들고, 국민을 행복하게 하며, 성공적인 국가 운영에 기여하는 길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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