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文 극찬한 그 'K-주사기'..타업체보다 8배 비싸게 샀다

이우림 2021. 6. 30.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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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월 18일 오후 전북 군산시 코로나19 백신접종용 최소잔여형(LDS) 주사기 생산시설인 풍림파마텍을 방문해 일반 주사기와 최소잔여형 주사기 비교 시연을 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용 ‘최소 잔여형(LDS·Low Dead Space)’ 주사기를 업체 다섯 곳에서 구매하면서, 특정 업체 주사기를 다른 업체주사기보다 최대 8배 이상 비싼 가격으로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업체는 지난 2월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해 “K-방역의 우수성을 보여줬다”고 극찬했던 곳이다.


수의계약한 5곳, 금액 차이 최대 8배

문재인 대통령이 2월 18일 오후 전북 군산시 코로나19 백신접종용 최소잔여형(LDS) 주사기 생산시설인 풍림파마텍을 방문했다. 사진은 생산라인에서 관계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이 식약처와 질병청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상반기 수의계약을 체결한 LDS 주사기 업체는 5곳이다. 수의계약은 공개입찰 없이 임의로 상대를 선정하는 형식을 말한다. 총 5000만개 물량으로 지급한 금액은 약 88억 7000만원이다.

업체별로 보면 1월 말 두원메디텍과 신아양행이 가장 먼저 계약을 완료했다. 두원메디텍은 2750만개의 물량을 지급하고 약 27억원을, 신아양행은 1250만개의 물량을 지급하고 약 11억원을 받는 조건이다. 총 4000만개 물량으로 개당 공급단가는 두원이 98원, 신아가 88원 정도다.

서 의원은 정부가 지난 5월 풍림파마텍과 체결한 수의계약을 문제로 지적했다. 질병청은 5월 14일 풍림파마텍의 LDS 주사기 652만4600개를 지급받는 조건으로 47억3600만원을 지불한다는 계약을 맺었다. 개당 공급단가를 보면 726원으로 88원인 신아양행과 비교하면 8배 이상 비싸다. 이후 질병청은 5월 말에 용창(230만개, 2억2500만원), 6월에 한국백신(120만개, 1억2000만원)과 수의계약을 추가로 체결했는데 개당 단가는 98원으로 다시 내려갔다.


서정숙 의원 “식약처 회신 전 풍림과 계약”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0월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식품의약안전처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전문의약품에 해당하는 약물을 불법 유통망을 통해 쉽게 구매할 수 있다며 관련 의약품을 보여주고 있다. 뉴스1

서 의원은 “이미 상반기 접종 목표 인원인 1300만명을 훨씬 뛰어넘는 4000만개의 주사기를 확보한 상황이었다”며 “수의계약으로 8배 이상 비싼 금액을 지불하기보다는 공개입찰을 진행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서 의원은 지난 4월 질병청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LDS 주사기 제조 업체 관련 정보를 달라고 요청해놓은 상태였는데 회신이 오기도 전에 풍림과 갑자기 계약을 체결했다며 “면밀한 검토 없이 문 대통령이 방문했던 업체에 구매를 추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풍림파마텍은 지난 2월 문재인 대통령이 군산 공장을 방문하면서 K-주사기로 이름을 알렸다. 당시 문 대통령은 “진단키트에 이어 K-방역의 우수성을 또 한 번 보여주게 됐다”며 “풍림파마텍의 혁신 성과 뒤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정부의 상생 협력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풍림파마텍은 정부가 추진하는 ‘대중소상생형 스마트공장 구축사업’을 통해 삼성전자 스마트공장지원센터 도움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한 스마트공장 체계를 구축하게 됐다. 중소벤처기업부 역시 상생 협력의 결과물로 홍보했다.


질병청 “당시 주사기 조달 가능한 업체 없어”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최소 잔여형 주사기(LDS) 공급이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26일 오전 서울 중랑문화체육관에 마련된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화이자 백신을 소분하고 있다. 2021.5.26/뉴스

하지만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질병청은 “당시 풍림 외에는 LDS 주사기를 조달할 수 있는 제조사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5월에 접종 대상자가 크게 확대되면서 주사기 수요가 커졌는데 1월 계약을 마쳤던 두원메디텍의 주사기에서 이물질이 보고돼 3개월 정도 생산이 중단된 상태였다”고 토로했다. 지금과 달리 올해 초만 해도 LDS 주사기를 생산할 수 있었던 곳이 대략 3~4개 정도로 소규모였고 당장 재고가 있던 업체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8배 비싸게 계약을 한 것에 대해서는 “LDS 주사기를 통해 백신을 버리지 않고 1명에게 더 맞추면 백신 비용 2만5000원 정도가 절감된다”며 “주사기 1대 단가가 720원 정도라고 해도 한 번 더 짜내 쓰는 게 훨씬 이득”이라고 말했다. 또 하루라도 빨리 집단면역을 획득할 수 있다는 정책적 판단 아래 내린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풍림파마텍 “손 찔림 방지 기능 有…비교 불가”

29일 오후 서울 성북구 예방접종센터 모습. 뉴스1

업체 측도 다른 곳과 기술 자체가 달라 가격이 높은 것이라며 밀어주기 의혹을 일축했다. 풍림파마텍 관계자는 “의료진의 손 찔림을 방지하는 '세이프티 가드' 기능이 있기 때문에 단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LDS 주사기 기능도 화이자가 직접 테스트해 효과가 검증됐다고 공식 홈페이지에 등록해놓을 정도로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다른 업체의 관계자도 “세이프티 가드 기능이 있는 경우 평균적으로 단가가 5배 정도 비싸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의견이 갈린다. 한 주사기 제조 업체는 “상반기만 해도 물량을 댈 LDS 주사기 업체가 많지 않았을 것”이라며 백신 접종을 앞두고 정부가 수의계약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을 전했다. 하지만 다른 업체 관계자는 “그럼에도 금액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 역시 “세이프티 기능을 써서 단가가 높아졌다고 추정은 하지만 가격 면에서 어드밴티지(이득)를 받았다는 생각은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질병청은 하반기 접종에 쓸 LDS 주사기에 대해 이번달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는 수의계약이 아닌 공개 입찰 형식이다. 계약 규모는 약 200억원으로 오는 10월 30일까지 9800만개에 달하는 LDS 주사기를 공급받는 조건이다. 개당 단가는 각각 173원, 445원, 100원 정도로 추정된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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