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나쁜 이대남' 그래프, 응답자 없는 구간을 추정치로 채웠다

김신영 기자 2021. 6. 30.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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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 응답자 분포 공개 "일반인이 이해할 분석법 아니다"
청년 남성들은 소득이 높아질 수록 남을 돕는다는 비중이 낮아진다는 내용을 담아 논란이 된 KBS의 이른바 '이대남 그래프'에 사용된 설문의 응답자 수. 남을 잘 돕지 않는다고 묘사된 '20대 초고소득층' 응답자 수는 '0명'이다.

KBS가 ‘청년 남성은 돈이 많을수록 남을 돕지 않는다고 답했다’는 맥락으로 보도해 논란이 된 그래프가 응답자가 ‘제로(0)’인 구간까지 선을 연결해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이 그래프는 응답자가 스스로 밝힌 소득 수준을 기준으로 작성했는데 정작 자신을 ‘소득 최상위층’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한명도 없었다. KBS 및 보도에 참가한 연구진은 응답자가 있는 구간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측한 결과를 토대로 20~30세대 남성은 돈이 많을수록 ‘가진 것을 나누겠다’고 응답한 비율이 낮았다고 보도한 셈이다. 이 그래프가 공개되고 나서 일부 학자들은 실상을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통계를 왜곡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원자료 공개를 요구해 왔다.

논란이 커지자 지난 24일 KBS의 ‘세대인식 집중조사’ 보도에 참여한 연구자 3인은 30일 “적지 않은 소셜네트워크 사용자들이 의구심을 제기해 메모를 작성했다”라며 설문 원자료의 일부를 공개했다. 설문은 총 1200명이 응답했고 이들은 청년(20~34세)과 중년(50~59세)으로, 각 세대는 다시 남성과 여성으로 분류했다. 각각 300명씩 들어간 4개 그룹을 대상으로 스스로 생각하는 소득수준을 물은 다음 ‘기회가 있다면 우리 사회의 어려운 사람을 위해 가진 것을 나누어주고 싶다’라에 답하도록 했더니, 2030 남성들만 소득이 올라갈수록 남 돕겠다는 비율이 낮아진다는 것이 보도 내용이었다.

KBS가 지난 24일 보도한 이른바 '이대남 그래프.' 응답자가 없는 부분은 통계적으로 유추한 추정치를 쓴 것이라는 설명이 어디에도 없다. /KBS

그러나 공개된 원자료에 따르면 2030 남성 응답자 중 스스로를 ‘최상위 소득’이라고 평가한 사람은 0명이었다. 소득 수준을 1~10등급(10이 최상위)으로 메겨보라고 했는데, 9등급과 10등급 모두 0명이었고 8등급도 300명 중 13명에 불과했다. 그래프는 그런데도 8~10등급으로 갈수록 ‘남은 돕겠다’는 응답이 가파르게 낮아지는 모양으로 그려졌다. ‘없는 응답자’의 심중까지 추정한 그래프를 그림 셈이다. 30대 남성 응답자의 대부분은 중간층(4~7등급, 300명 중 241명)이라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소득이 최상층이라는 응답은 20대 남성뿐 아니라 다른 그룹에서도 극히 적었다.

연구진은 ‘없는 사람’에 대한 그래프까지 그린 데 대해 ‘사회과학에서 쓰는데 일반인에겐 어려울 수 있는’ 기법을 썼다고 설명했다. 회귀분석(무작위처럼 보이는 데이터에서 패턴을 도출하는 작업) 방식으로, 이미 주어진 데이터를 분석해 응답자가 없는 구간의 패턴을 짐작한 ‘예측확률’을 썼다고 했다. 연구진은 자신들의 분석 방법이 “중급 통계 시간에 다루는 순서형 로짓과 이항 로짓이라는 점을 먼저 밝힌다. 이 분야 사전 지식이 없으신 일반인들은 이해하시기 어려울 수도 있다”라며 다소 미흡한 점은 있지만 논란의 그래프엔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폈다.

논란이 발생한 데 대해서는 “연구진들이 미디어(KBS) 종사자들과 자료 분석 결과를 공유하는 과정에 충분한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다”며 “연구자들이 일반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겠다. 소란을 유발한 부족함에 사과한다”고 밝혔다. 분석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언론에 보도되는 과정에 혼란이 생겼을 뿐이라고 해명한 것이다.

연구진의 설명에도 논란은 잦아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추정치로 작성한 그래프를 제시하면서 KBS는 회귀 분석 방법을 썼다는 어떤 설명도 하지 않은 채 그래프를 소득구간별 “기회가 되면 남을 도울 것이다”라고 응답한 비율처럼 보이게 작성해 기사에 첨부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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