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시신 1000구 쏟아졌다..교황도 경악한 캐나다 충격과거

나운채 2021. 7. 1.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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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원주민 남성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원주민 어린이 750여명이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캐나다 서스캐처원주 소재 부지에서 기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건국기념일인 ‘캐나다의 날’을 맞는 캐나다의 분위기가 무겁다. 최근 잇따라 캐나다 원주민 어린이들의 유해가 1000구 넘게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날 AP통신에 따르면 캐나다 원주민 단체는 땅속을 볼 수 있는 레이더를 이용한 수색을 통해 가톨릭 교회가 운영하던 학교 인근 부지에서 180여구가 넘는 원주민 어린이들의 유해를 발견했다.

이에 앞서 지난 5월 캐나다의 한 원주민 부족은 브리티시컬럼비아주(州)에서 가톨릭 교회가 운영한 또 다른 학교 터에서 215명의 유해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서스캐처원주 소재 학교 부지에서 750여명이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무덤 터가 발견됐다.

캐나다 원주민 기숙학교는 19세기 후반부터 1990년대까지 100여년간 정부와 가톨릭 교회 주도로 운영됐다. 캐나다 전국 140곳에 기숙학교가 세워졌고, 최소 15만명의 어린이가 가족으로부터 떼어져 강제로 학교에 끌려갔다.

캐나다 서스캐처원주 기록보관소가 공개한 지난 1896년 원주민 기숙학교의 학생들과 강사의 모습이 담긴 사진. EPA=연합뉴스

끌려간 원주민 어린이에게는 새로운 이름이 주어졌고, 강제로 가톨릭으로 개종됐다고 외신은 전했다. 현지 매체는 학교로 강제로 끌려간 어린이들이 기존에 사용하던 언어를 쓰지 못했고, 이를 어기면 신체적·성적 학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원주민 어린이에게 고유의 문화 대신 백인·가톨릭 사회로 동화시키겠다는 목적에서다.

이에 저항하거나 학교에서 도망치려는 어린이들을 상대로 폭행 및 학대 등 가혹 행위가 빈번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과거 기숙학교를 다녔던 한 원주민은 로이터통신에 “그들은 내 머리카락을 마구 자르고, 제초제를 바르기도 했다”며 “음식을 먹다가 토하면 토사물을 다시 먹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 문제를 조사하고 있는 캐나다 정부 진실화해위원회는 원주민 기숙학교에서 학대·방치 등으로 숨지거나 실종된 어린이가 최소 4000명은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1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 원주민은 현지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토착민들을 대학살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성명을 통해 “끔찍하게 슬픈 일”이라고 공식 사과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캐나다에서 전해진 소식을 접하고 경악했다”면서도 공식 사과나 유감을 표명하지는 않았다.

이런 가운데 캐나다 건국기념일 기념행사도 축소되거나 취소되는 등 자제되고 있다. 외신은 온라인상에서 ‘#Cancel Canada Day(캐나다의 날 취소)’ 해시태그가 널리 퍼지고 있고, 대다수의 캐나다 국민이 기념행사나 불꽃놀이가 이런 상황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한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캐나다 서스캐처원주 옛 원주민 기숙학교 터의 모습. 연합뉴스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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