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배우자 억울하다는 '쥴리' 인터뷰의 패착

장슬기 기자 2021. 7. 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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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MB 아바타'처럼 불필요한 이미지 강화, 김건희씨 검증 포인트는 유흥주점 근무여부 아닌 재판·수사 관련 사항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느닷없는 인터뷰 기사가 화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윤석열 X파일'에 대해 반박하겠다며 지난달 29일 뉴스버스에 “제가 쥴리니 어디 호텔에 호스티스니 별 얘기 다 나오는데 기가 막힌 얘기”라며 “석사학위 두 개나 받고 박사학위까지 받고, 대학 강의 나가고 사업하느라 정말 쥴리를 하고 싶어도 제가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일부 찌라시나 유튜브 등을 통해 김씨가 유흥주점에서 일하며 쥴리라는 이름을 썼고, 윤 전 총장을 만나기 전에 다른 검사와 동거를 했다는 식의 루머를 반박한 것이다. 이는 '긁어 부스럼'이다. 김씨가 유흥주점에서 쥴리란 이름으로 일했는지는 대선 주자의 배우자로서 필요한 검증 포인트가 아니며 지극히 사적인 영역이다. 굳이 사실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없다. '쥴리'는 지면에 올릴 수 없는 단어였다. 그동안 기자들이 X파일과 찌라시를 보고도 관련 기사를 쓰지 않은 이유다.

해당 인터뷰 기사를 자세히보면 뉴스버스는 편집인 주에서 “뉴스버스는 합리적 의혹 사항 외 시중 소문에 대해선 사적인 부분도 있어서 김씨의 입장을 묻지 않았는데 의혹 해명 과정에서 격앙된 김씨가 스스로 소문을 언급해가며 입장을 밝혔다”며 “당사자의 일방적 주장일 수 있으나, 회자되는 소문의 뚜렷한 근거가 드러나지 않은 상태이므로 우선 당사자의 입장을 기록해둔다는 차원에서 소문별 김씨의 반박이 담긴 워딩을 가공없이 정리했다”고 밝혔다.

▲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배우자 김건희씨. 사진=뉴스타파 보도 갈무리

전형적으로 실패한 언론대응 사례다. 지난 대선 TV토론에서 안철수 후보가 “제가 MB 아바타입니까”라고 물으며 '안철수'와 'MB'를 연결했다. 어딘가 떠도는 내용을 스스로 공론화한 이 사례와 비슷하다. 안 후보는 자신이 MB의 아바타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었겠지만 이를 들은 국민들은 'MB와 관련이 있나보다'라는 생각을 강화한다. 당시 언론은 한때 문재인 당시 후보와 양강구도를 이뤘던 안 후보의 결정적 패인 중 하나로 해당 발언으로 꼽았다.

이번 김씨의 인터뷰 역시 마찬가지다. 포털 댓글이나 유튜브에서만 나돌던 소문이 김씨의 발언으로 정치인의 입이나 언론에 오르내리며 본격 공론화하기 시작했다. 언론사들은 앞다퉈 김씨가 '쥴리'를 언급한 부분을 인용보도했고, 라디오 진행자가 '쥴리에 대해 들은 적 있느냐'는 질문에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 '들은 적 있다'고 답하며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했다. 김씨의 연관키워드가 '쥴리'로 굳어진 것이다.

김씨의 인터뷰로 윤 전 총장의 대선출마 컨벤션 효과는 많이 상쇄됐다고 할 수 있다. 윤 전 총장은 대선출마 다음날인 지난달 30일 국회 소통관을 찾아 정치부 기자들에게 인사를 나누는 등 소통행보를 보이려 했지만 어김없이 해당 인터뷰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쥴리'라는 표현을 제목으로 올린 언론사들을 탓하기 이전에 윤석열 캠프의 언론 전략을 탓할 수밖에 없다.

▲ 윤석열 전 검찰총장 배우자 김건희씨가 뉴스버스 인터뷰 한 뒤 이를 인용한 쥴리 관련 보도가 쏟아졌다

윤 전 총장은 국회 기자들 질문에 대해 해당 인터뷰를 보지 못했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이 역시 신뢰감을 얻기 힘든 답변이다. 이미 출정식을 마친 캠프에서 후보자 배우자의 인터뷰 사실을 후보가 몰랐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윤 전 총장의 말대로 정말 배우자의 인터뷰 내용을 보지 못했다면 이 역시 심각한 공보라인의 구멍이다.

뉴스타파 등이 보도해 이미 공론화된 김씨와 그의 모친 최은순씨 관련 의혹은 쉽게 해명이 어려운 수준이다. 김씨가 대표로 있는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가 윤 전 총장이 검찰총장으로 취임한 이후 기업 등으로부터 뇌물성 협찬을 받았다는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김씨와 최씨가 '전주(돈줄)' 역할을 했다는 의혹 등은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 중이다.

또한 최씨는 불법 요양병원 개설과 요양급여 부정 수급 혐의로 기소됐고, 경기도 성남 도촌동 땅 매입과정에서 통장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혐의(사문서 위조)로 지난해 기소됐다. 전자의 혐의는 오는 2일 1심 선고일이다.

김씨가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다면 해명했어야 할 내용은 자신이 유흥주점에서 일했는지, 검사와 동거를 했는지가 아니라 이런 의혹들이다. 윤 전 총장이 대통령에 도전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그의 배우자 역시 검증의 대상이다. 이에 더해 김씨와 최씨에게 문제제기를 하는 인물들이 소위 '검사빽'을 이용해 처벌을 피해가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기 때문에 윤 전 총장이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도 밝혀야 할 지점이다.

윤 전 총장은 'X파일'을 괴문서라고 했고, 만약 여권이나 정부기관에서 만들었다면 '불법사찰'이라며 직접적 해명을 피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SBS와 인터뷰를 봐도 '해당 문제가 자신이나 처가 관련 의혹이 진짜 문제였다면 정부와의 갈등 국면에서 징계사유 등에 있었어야 하지 않느냐'거나 '지난 8년간 여야에서 검증을 받았다'는 등 내용에 대한 문제가 아닌 정황상 의혹이 사실일 리 없다고 답했다.

배우자 김씨는 언론에 밝힐 필요가 없는 선정적인 사생활 부분을 반박한 이상 김씨에게도 추가적인 해명 요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공적으로 증명돼야 할 부분에 대한 해명은 외면한 채 단지 사생활 관련 루머가 떠도는 것에만 억울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 지난달 30일 국회 소통관을 찾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진=노컷뉴스

한 가지 덧붙이면, 윤 전 총장이 국회 소통관을 찾은 지난달 30일 '열흘만에 캠프에서 사퇴한 이동훈 전 대변인'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이 전 대변인이 금품 수수혐의로 입건됐다는 소식이 29일 밤부터 알려졌다. 잘 다니던 직장을 관두고 캠프로 간 참모가 열흘 만에 떠났다. 윤 전 총장 리더십의 문제인지, 아니면 이 전 대변인의 혐의 때문인지, 윤 전 총장은 이 전 대변인의 금품수수 사실을 언제 알았는지 등에 대해 기자들은 궁금하다.

'제가 개인 신분이지 않나. 경찰 수사 상황에 대해 알 수 없었다.', '앞으로는 좀 더 검증을 철저히 하겠다', '금품수수 사실을 알고 나선 바로 캠프를 떠나도록 했다', '선임 당시에는 알 수 없는 사실이었다' 등 윤 전 총장이 할 수 있는 대답은 많다. 하지만 이날 '소통관'을 찾아 기자들과 '소통하겠다'고 방문한 윤 전 총장은 “개인 신상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만 반복했다.

이러한 답변 내용과 답변 태도가 오히려 이 전 대변인의 금품수수 사건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인상을 준다는 사실을 모르는 걸까. 공보라인의 한계가 점점 뚜렷해지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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