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선박 '심장' 만드는 HSD엔진.. 조선업 호황에 덩달아 방긋

김우영 기자 2021. 7. 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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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분기에 전년 대비 64.5% 늘어난 3800억원 수주

지난달 30일 찾은 경남 창원시 HSD엔진(082740)에선 선박 엔진 조립이 한창이었다. 국내 조선업계가 오랜 불황을 끝내고 잇따라 선박 수주에 성공하면서 연간 100대 안팎의 선박용 저속엔진을 생산하는 HSD엔진 공장도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전세계 선박 엔진 시장 점유율 2위 기업인 HSD엔진은 올해 1분기에만 약 3800억원의 엔진을 수주했는데, 이는 작년 1분기 대비 64.5% 늘어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수주 잔고도 1조800억원으로 1년 6개월치 물량을 확보한 상태다.

이날 HSD엔진의 조립1공장에선 스위스 선사인 MSC의 1만4000TEU(1TEU는 6m 길이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에 장착될 엔진의 시운전도 이뤄지고 있었다. 7만4725마력에 달하는 엔진이 내는 굉음에 공장 내부에선 대화가 어려울 정도였다. 대형 선박을 추동(推動)하는 엔진인 만큼 그 크기도 압도적이었다. 길이 24m, 너비 11m에 높이만 16m에 달했다. 아파트 6층 높이다. 무게도 1620톤(t)으로 소형 선박의 무게와 맞먹는다.

HSD엔진이 만든 선박 엔진. 시운전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김우영 기자

선박 엔진은 자동차 디젤 엔진과 작동 원리가 유사하다. 실린더 내 피스톤 운동에서 발생한 힘을 이용해 선박의 프로펠러를 돌린다. 거대한 선박을 움직이는 만큼 실린더의 개수와 직경에서 차이가 있다. 소형 자동차 엔진의 경우 3개의 실린더가 탑재되며 실린더의 직경도 68.5㎜에 불과하지만, 1만2000TEU급 컨테이너선에 들어가는 엔진은 실린더 개수가 최대 14개이고 직경도 1m에 달한다.

통상 선박 엔진은 조선소에 납품하기 직전 3일(디젤 엔진 기준)가량 시운전을 거친다. 시운전을 통해 품질이 확인된 엔진은 크기에 따라 3~5개 블록으로 분해된다. 완제품 상태로는 운반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분해된 엔진은 ‘트랜스포터'라 불리는 특수 이송 장치를 통해 창원 앞바다의 공장 사내부두로 옮긴다. 이후 바지선에 실려 조선소로 보내지면 현장에서 재조립을 거쳐 선박에 최종 탑재된다. 엔진 수주 후 설계, 제관, 가공, 조립 등을 거쳐 최종 출하되는 데 소요되는 기간은 평균 18개월이다.

HSD엔진은 엔진 품질에 각별한 신경을 쏟고 있다. 선박의 ‘심장'인 엔진이 고장나면 선박이 아예 폐선되는 경우도 있다. 지난 2018년 중국 후둥중화조선이 건조한 LNG선 글래드스톤호의 경우 엔진 고장으로 호주 해상에서 멈춰선 뒤 시운전 2년 만에 폐선됐다. 박정노 조립1공장장은 “엔진은 선박이 수명을 다하는 25~30년동안 일정한 품질을 유지해야 한다”라며 “오랜 시간 엔진이 가동되는 과정에서 미세한 단차가 큰 고장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0.001㎜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협력사 부품까지 HSD엔진 본사가 직접 관리하는 이유다.

HSD에서 생산 중인 이중연료 엔진. /HSD제공

조립2공장에선 HSD엔진의 자랑인 이중연료 엔진의 조립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HSD엔진은 지난 2013년 2월 세계 최초로 액화천연가스(LNG)와 중유를 모두 사용할 수 있는 ME-GI 엔진과 가스 공급 시스템을 미국 선사에 공급해 이중연료 상용화에 성공한 바 있다. 이중연료 엔진은 중유보다 친환경 청정연료인 LNG를 주 연료로 한다. 운항 경비를 대폭 낮출 수 있고 이산화탄소, 질소화합물, 황화합물 등 오염물질 배출도 낮춰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에 대응이 가능하다.

올해 들어 HSD엔진의 수주 실적이 좋아지고 있는 배경에도 IMO의 환경규제 영향이 크다. 전체 선박 발주가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IMO 환경 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선박을 찾는 선사들의 수요도 대폭 늘었다. IMO의 환경 규제에 따라 전세계 선사들은 오는 2025년까지 선박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년 대비 30% 감축해야 한다. 2050년에는 이산화탄소와 온실가스 배출을 각각 70%, 50% 이상 줄여야 한다.

HSD엔진이 지난 2004년 생산한 세계최대 전자제어식 엔진 모습. /HSD엔진 제공

HSD엔진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 수주한 전체 엔진 가운데 약 42%가 이중연료 엔진이었다. 상선에서 이중연료엔진을 채택하는 비중도 지난해 4%에서 올해 37%까지 33%포인트(P)올랐다. 특히 최근 발주가 이어지고 있는 LNG 운반선의 경우 즉석에서 연료를 공급할 수 있는 만큼 이중연료 엔진을 적용하는 추세다.

HSD엔진 관계자는 “주 고객사인 대우조선해양(042660)삼성중공업(010140)뿐 아니라 중국 시장에서도 올해에만 2000억원 수준의 엔진을 수주할 전망”이라며 “특히 IMO의 환경규제가 날이 갈수록 강화되는 만큼, 이중연료 엔진 생산 시설을 확충해 현재 생산능력(CAPA) 대비 50%가량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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