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여성할당·가점제'로 남성 취업 불이익?
주요 대기업 "성별 고려 안 해"..일부 공기업도 "최종 당락 무관"
공무원 양성평등 채용목표제 수혜는 최근 8년 남성이 더 많아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임순현 기자 김예정 인턴기자 = 치열한 취업 경쟁 속에 이른바 '여성 할당제'를 둘러싸고 사회 곳곳에서 성별간 갈등이 커지는 모양새다.
여성의 교육·사회적 참여 기회가 상대적으로 제한됐던 과거와 달리 여성에 대한 사회 관습·제도적 차별이 사실상 없어졌기 때문에 여성 할당제를 유지한다면 남성의 취업기회가 박탈된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일부 남성 청년층을 중심으로 활발하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소셜미디어(SNS) 등에서는 "기업에서 사람 채용할 자유도 사라지고 있다", "남자 여자 구분 없이 잘하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반면, 공직선거법에 따라 전체 50% 이상을 여성 후보자로 추천해야 하는 정당 비례대표 선거를 제외하면 여성할당제를 시행하는 곳은 거의 없다는 반박도 제기된다.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는 22일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한국에 할당제가 있기는 하느냐"며 "사기업 채용 과정에서는 찾아볼 수도 없고, 공무원 '양성평등 채용목표제'는 오히려 남성할당제로 기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연합뉴스는 국내 주요 기업·공기업과 공무원 채용 과정에서 여성에 일정 인원을 할당하는 제도나 가점제를 적용하는지 확인했다.
대기업 "할당제 없다"·일부 공기업 목표제 있으나 최종 합격엔 영향 無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집계한 지난해 매출액 상위 20대 대기업과 잡코리아·알바몬 설문조사 결과 대학생 취업 선호 상위 기업 등 21개 주요 민간 기업 가운데 제도적으로 여성 할당제를 도입한 곳은 없었다.
취재 대상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기아, 포스코, 현대모비스, 하나은행, 삼성생명, 한국산업은행,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삼성물산, LG화학, 우리은행, 한화생명, 신한은행, 국민은행, CJ제일제당, LG디스플레이, 네이버, 카카오였다.
이들 기업 관계자 중에는 오히려 '그러한 제도를 운용하는 회사가 존재하느냐'고 되묻는 경우가 많았다.
잡코리아 관계자도 "저희 공고 자료에 따르면 기업 채용 공고에 성별에 따라 차이를 두는 조항은 없는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공기업 중에는 채용 과정에서 성별 균형을 맞추려는 제도를 적용하는 곳이 있었다. 공기업의 여성 비율은 2019년 기준 16.7%다.
지난 4월 잡코리아 설문조사에서 취업 선호도가 높은 공기업으로 꼽힌 10개 사 가운데 한국전력공사, 한국조폐공사, 한국수자원공사, 한국마사회,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5개 사가 양성평등 채용목표제를 시행하고 있다.
다만, 이들이 운영하는 양성평등 채용목표제는 최종 합격자의 일정 비율을 무조건 여성에게 배정하는 게 아니라는 게 이들 기업의 설명이다.
서류나 필기 전형에서 남성 혹은 여성 합격자가 목표한 비율에 미달하는 경우 일정한 기준에 부합하는 지원자를 '추가 합격'시키는 방식으로 성비를 조정한다. 즉, 성별로 인한 탈락자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전력공사는 서류전형 합격자가 특정 성별이 20% 미만이 되지 않도록 해 성별 균형을 유지한다.
한국조폐공사는 특정 성별 기준의 하한선이 행정직 40%, 기술통합직 25%, 한국수자원공사 35%, 한국마사회 30%, 한국토지주택공사 25%다. 이후 전형에서는 최종 단계까지 성비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조사 대상 기업 중 '경력단절여성등의 경제활동 촉진법'에 따라 임신·출산·육아 등으로 인한 경력 단절 여성을 우대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성별에 따라 가점을 부여하는 곳은 없었다.
공무원 양성평등 채용목표제 수혜자 최근 8년간 남성이 더 많아
공무원 채용 과정에서도 특정 성별이 전체 합격자의 30%가 되어야 한다는 양성평등 채용목표제가 적용된다.
이 제도는 1996년 시작된 여성공무원 채용목표제가 2003년부터 양성평등 채용목표제로 전환된 것으로, 서류·필기 등 특정 전형 단계에서가 아니라 최종 합격자 수에 성비 목표제를 적용한다.
최종 합격자 중 어느 한쪽이 30%에 미치지 못하면 고득점순으로 '추가 합격자'를 선발해 성비를 맞춘다. 즉, 공무원 시험에서 성별 때문에 추가 합격할 수는 있어도 성별 균형을 맞추기 위해 불이익을 당하진 않는다.
인사혁신처가 발간한 2020 공공부문 균형인사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2003∼2011년까지는 이 제도에 따른 여성 추가합격자가 더 많았으나, 2012년부터는 남성이 여성 추가합격자 수보다 많았다.
2003∼2011년 양성평등 채용목표제를 적용해 추가 합격한 인원은 국가직과 지방직을 통틀어 여성이 1천125명, 남성이 636명이었다.
2012년부터는 여성이 43명인데 비해 남성이 78명으로 남성 추가합격자가 더 많아졌으며, 이러한 추세는 2019년까지 계속됐다. 2019년 추가합격자는 남성이 235명, 여성이 74명으로 남성이 3배 정도 많았다.
창업학교 여성 가점은 서류심사에만 적용 뒤 '리셋'…"임시적 조치"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하 중진공)이 주관하는 '청년창업사관학교'도 남성 역차별의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이 사업은 합격 시 지원금 최대 1억원과 사무공간·장비, 판로개척, 해외 진출 컨설팅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어 많은 청년 창업자에게 인기가 높다.
서류·발표·심층면접 등으로 이어지는 3단계 심사를 거쳐 최종 합격자를 선정하는데, 서류심사 과정에서 여성에게 가점을 부여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중진공이 지난 1월 발표한 '2021년도 청년창업사관학교 입교생 모집공고'에 따르면 여성 지원자에게는 서류심사에서 100점 만점 중 0.5점의 가점을 부여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서류심사에서는 고득점자순으로 최종 선발인원의 1.5∼2배수가 다음 단계인 발표심사 대상자로 선정되기 때문에, 여성에게만 과도한 혜택을 부여한다는 역차별 논란이 제기된 것이다.
이에 대해 사업을 주관하는 중진공은 여성 가점 부여는 여성 지원자의 참여 독려를 위한 '임시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중진공 관계자는 "2011년부터 여성 가점을 부여하지만, 창업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여성 지원자는 크게 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진공이 연합뉴스에 제공한 최근 11년간 청년창업사관학교 지원자 현황에 따르면 지원자 중 여성 비율은 2011년 14.6%에서 증감을 반복하면서 늘어나는 추세다.
2020년엔 이 비율이 25.7%, 올해엔 28.8%였다.
최종 합격자 중 여성 비율도 비슷한 흐름이다.
2011년 9.1%, 2012년은 12.2%였고 2020년 21.4%, 2020년 28.5%를 기록했다.
여성 가점은 서류 심사에만 적용되고, 발표 심사엔 서류 심사 점수가 포함되지 않는다. 이 단계부터는 성별에 따른 가점이 없다.
중진공은 2019년부터 전역했거나 전역 예정인 장병 중 국방부 장관 추천자를 대상으로 서류심사를 면제해 곧바로 발표심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제도를 통해 서류심사 면제 특혜를 받은 지원자는 2019년 2명, 2021년 3명이었으며 모두 남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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