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오염수 삼중수소 제거기술 공모"..연구계 "여론무마용?"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수습을 맡고 있는 도쿄전력이 오염수(일본정부는 '처리수'로 지칭) 내 삼중수소(트리튬) 제거 기술 공모를 시작한 가운데 정작 관련 분야 연구자들은 관심을 두지 않는 분위기다. 기술공모가 오염수 해양방출에 대한 일본 국내외 반발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요식행위라는 분석도 나온다.
3일 외신 등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지난 5월 전세계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다핵종제거설비(ALPS) 처리수 내 삼중수소 분리 기술' 공모를 시작했다. 주요 기술조건으로는 △처리수 내 삼중수소 농도를 1/1000로 저감 △하루 50~500㎥ 규모 처리수 처리기술 등을 내걸었다.
삼중수소는 자연상태에도 존재하고 있는 방사성 물질이지만, 오염수를 마신 수산물 섭취 등으로 체내에 쌓일 경우 DNA를 손상시킬 우려가 있다. 일본 정부는 ALPS로 오염수 내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고 있지만, 삼중수소는 걸러내지 못해 물로 희석해 이를 방출한다는 계획이다. 일본 후쿠시마 인근 어민들은 지역 수산물에 대한 거부감이 높아질 수 있다며 오염수 해양방출을 반대하고 있다.
도쿄전력의 기술 공고문을 본 국내 관련 분야 연구자들은 요구된 기술조건의 타당성, 연구비 지원 내용 등에서 구체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원자력 제염분야의 한 전문가는 "삼중수소 농도를 1000분의 1로 떨어뜨리는 기술을 찾고 있는데 꼭 필요한 목표인지 모르겠다"며 "일본은 삼중수소 농도를 100분의 1로 희석해 오염수를 방출한다는 계획인데 이보다 더 과도한 제거기술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실질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기술목표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정말 실용화를 목적으로 한 것인지, 기술공모를 낸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 중"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는 삼중수소 농도를 자국 배출 기준의 40분의 1에 해당하는 1ℓ당 1500베크렐(㏃) 미만으로 낮추기 위해 오염수를 바닷물로 최소 100배 이상 희석한 뒤 해양 방류한다는 계획이다.
연구비 지원 항목 역시 추후 협의로 남겨뒀다. 도쿄전력은 연구예산의 경우 지원자와 별도 협의를 거쳐 정한다고 공지했다. 대략적인 지원 범위도 제시하지 않았다. 연구자들 입장에서는 예산규모에 따라 연구개발 스케일을 정하고, 구체적인 제안서를 준비할 수 있는데 기준이 없는 셈이다.
향후 기술활용 측면을 고려해도 공모에 지원할 유인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오현철 경상국립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개발된 기술이 도쿄전력 측으로 귀속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공모에 지원할 특별한 메리트가 없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추가 연구를 통해 관련 기술을 완성하고, 일본이 요청하는 경우 합당한 사용료를 받고 기술이전을 하는 게 낫다는 설명이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 내부나 국제사회에서 방사능 물질 제거를 위해 최선을 다했느냐는 비판이 있었기 때문에 일단 '충분히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한편 실제로 기술제안이 들어오고 삼중수소 제거 기술을 확보할 수 있게 되면 여론을 설득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공모를 한 것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 입장에서는 일본이 기술개발을 안 한다고 하는 것보다는 더 낫기 때문에 지켜보고 있다"며 "다만 앞으로 상황을 보면서 하는 시늉만 하는 데 그친다면 문제제기를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월 저장탱크 증설 여력이 없다며 2023년부터 후쿠시마 원전 부지 내에 보관하고 있는 오염수를 해양방출하겠다고 결정했다. 올해 6월 현재 후쿠시마 원전 부지에 보관중인 오염수는 총 126만톤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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