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너무한다" 민노총 8천명 기습시위..시민들, 코로나 불안 '분통'

한승곤 2021. 7. 3.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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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서 종로로 장소 변경..빗속 행진
마스크 썼지만 거리두기 실패
전국 코로나19 일상감염 지속 확산
3일 오후 종로3가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노동법 전면 개정 등을 요구하며 도로를 점거한 채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정말 너무한 것 같아요. " , "코로나 좀 잠잠해지고 해도 되는 것 아닐까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3일 서울시와 경찰의 집결 차단 시도에도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약 2시간 동안 기습 시위와 행진을 강행했다. 시민들은 코로나19 확산 우려를 나타내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집회는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지만, 최근 확산세에 있는 코로나19 국면에서 굳이 집회를 열어야 했느냐는 비판이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이 같은 대규모 집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지하철 종로3가역 부근에 집결하고 집회를 열었다. 주최 측 추산 8000여 명의 조합원이 집회에 참가했다. 조합원들은 가방에서 모자와 붉은 머리띠, 조끼를 꺼내 입고 피켓을 든 채 오후 2시께 종로2가 종로타워빌딩 방향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이들은 "비정규직 철폐하라", "구조조정 중단하라", "최저임금 인상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또 `임을 위한 행진곡` 등 민중가요를 불렀다. 마스크를 대부분 쓰고 있었으나, 거리두기는 충분히 지켜지지 않았다. 다닥다닥 붙어 서 있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김부겸 국무총리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2일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앞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날 김부겸 총리는 민주노총 사무실에 들어가지 못한채 입구에서 코로나19 확산의 기로에 서 있는 중차대한 시기임을 고려해 주말 대규모 집회 자제를 요청하고 돌아갔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들은 3시 15분께 집회를 마무리하고 종로5가 방향으로 행진했다. 약 500m를 행진한 뒤 종로4가 사거리에서 을지로4가역 인근 청계천 배오개다리에 이르기도 했다. 조합원들은 오후 3시44분께 파업가 제창으로 집회를 마무리했다.

문제는 코로나19 확산 우려다. 지난해 8월15일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는 일부 신도들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집회에 참석해 방역당국과 현 정부를 비판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이날 집회에서 "나는 지금 이렇게 멀쩡하다. 열도 안 오르고 병 증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이틀 만에 확진 판정을 받았다.

또 중앙방역대책본부 따르면 집회가 열린 이후인 18일 정오 기준 사랑제일교회 관련 누적 확진자는 총 457명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오늘 민주노총 집회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40대 회사원 김 모 씨는 "요즘 코로나가 다시 확산하고 있지 않나, 또 변형 바이러스도 있는데 너무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30대 직장인 박 모씨는 "방역수칙 위반 아닌지 모르겠다"면서 "제발 코로나 시국에는 좀 참아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들의 우려와 같이 지난해 '광복절 집회' 당시에도 방역당국은 모임 자제 요청을 촉구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브리핑을 통해 "종교활동 모임을 통해 발생한 감염이 비수도권 지역을 포함하여 콜센터, 어린이집, 요양병원 등 다양한 장소로 2차 감염이 연쇄적으로 이어지고 있어 n차 전파의 위험성도 높은 상황"이라면서 "지금 바로 유행 상황을 통제하지 않으면 (확진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걷잡을 수 없이 증가해 의료시스템의 붕괴, 또 막대한 경제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정부 및 여당 규탄 관련 집회에서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한편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진 가운데 전국 곳곳에서 크고 작은 집단감염이 잇따르고 있다. 3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고등학교·클럽 및 주점을 고리로 한 집단발병 사례가 새로 확인됐다.

서울 마포구의 음식점과 수도권 영어학원 8곳에 걸쳐 발생한 집단감염 관련 확진자는 하루 새 43명 더 늘어 누적 291명이 됐다.

마포구 음식점과 관련해선 총 59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영어학원별 감염자 수는 경기 성남시 학원 82명, 부천시 학원 34명, 고양시 학원 46명, 의정부시 학원 36명, 또 다른 의정부시 학원 6명, 남양주시 학원 1명, 인천시 학원 8명 등이다. 접촉자 조사 중 성남시의 또 다른 학원에서도 관련 확진자 18명이 확인됐다.

대전 유성구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지난달 27일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지금까지 학생·가족 등 총 22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또 대구 중구의 클럽과 관련해서는 이달 1일 이후 종사자와 이용자 각 3명씩 총 6명이 확진됐다. 부산의 감성주점 및 클럽에서는 지난달 29일 이후 이용자와 종사자 등 8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또 경기 부천시 실내체육시설과 관련해 8명이 추가돼 누적 확진자가 44명으로 늘었다. 경기 수원시 주점·실내체육시설에서도 6명이 늘어 현재까지 48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인천 남동구의 한 코인노래방에서 접촉자 조사 중 3명이 늘어 누적 13명이 됐으며, 부산 수산업 근로자(누적 75명), 강원 춘천시 초등학교(17명), 춘천시 지인모임(13명), 전북 남원시 가족·직장(10명) 등에서 추가 감염 사례가 나왔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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