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이낙연·박용진 다 이재명 때릴때..홀로 편든 추미애

김준영 2021. 7. 4.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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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을 폐기할 용의는 없는가.”(정세균 전 국무총리)

3일 늦은 밤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예비경선 첫 TV 토론회에선 이재명 경기지사를 향해 집중포화가 쏟아졌다. 이 지사는 한 사람이 질문과 답변을 포함해 말할 수 있는 시간 10분을 대부분 답변에 써야 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예비후보들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첫 합동 토론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용진, 이낙연, 추미애, 김두관, 이광재, 최문순, 정세균, 이재명, 양승조 후보. 뉴시스


‘反 이재명’의 집중포화…이재명은 자정 넘어 첫 질문

첫 포문은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열었다. 정 전 총리는 이 지사를 지목해 “기본소득 100만원을 얘기했다가 재원 대책이 없다(는 비판을 받)고 하니까 50만원으로 줄였다가 전날(기자간담회)은 1번 공약이 아니라고 했다”며 “수시로 말이 바뀌는 것 같다. 1위를 달리는 후보가 국민에게 신뢰를 줄 수 없는 공약으로 가면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겠느냐. 기본소득을 폐기할 용의는 없는가”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첫 합동 토론회에서 '내 인생의 한 장면'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뉴시스


이 지사를 가장 집요하게 물고늘어진 건 박용진 의원이었다. 그는 “기본소득으로 학술대회까지 열었으면서, 이제 와서 1번 공약이 아니라고 발을 빼냐. 말을 바꾸고 신뢰를 얻지 못하면 표리부동한 정치인, 불안한 정치인이라 비판받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지사는 “제가 아직 공약을 발표한 게 없기 때문에 (기본소득이) 1번 공약이라고 할 수 없다”, “순차적ㆍ단계적으로 도입한다고 말했지 바뀐 게 없다”, “말 바꾸기는 일방적 생각” 등의 말로 반박했다.

두 사람의 공방은 잠시 과열되기도 했다. “(기본소득 재원) 50조원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긴 무협지 수준”(박용진)→“본인은 못 할지 몰라도 저는 할 수 있다”(이재명)라거나 “별장이 생필품이라고 하면 국민의 억장이 무너진다”(박용진)→“말꼬리 잡지 말아라”(이재명). 이 지사의 감정 섞인 반응에 박 의원은 “기분 나쁜 모양인데 이렇게 후보 돼서 가면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나 유승민 전 의원한테 큰일난다”라고도 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이 지사의 언행을 문제 삼았다. 이 전 대표는 “엊그제 이 지사가 안동에서 ‘영남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했다”며 “자칫 잘못하면 지역주의 망령이 되살아 나는 건 아니냐는 우려가 생길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이 지사는 “과거는 (영남이) 군사정권 지원해서 혜택받았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그 정치 집단으로부터 지원받지 못하고 있지 않느냐(는 뜻)”이라고 답했다. 이 전 대표는 또 이 지사의 ‘약장수’ 발언을 거론하며 “의원들에게 거친 표현을 쓰는 게 맞느냐”고 했고, 이 지사는 “후보를 얘기한 게 아니라 선동적 정치를 하던 시기를 지났다는 취지다. 전체 맥락을 봐달라”고 답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3일 KBS가 중계한 더불어민주당 제 20대 대통령 선거 예비후보자 토론회에 출연해 질의응답하고 있다. KBS 캡처


이 지사는 딱 한 차례 질문했다. 자정을 넘긴 시각 이 지사는 “저도 질문 한 번 해보겠다”며 “저는 세금 내는 사람을 국가경제정책에서 배제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재난지원금은 전국민에게 골고루 지급하는 게 공평하다고 생각하는데 두 전직 총리의 생각을 묻고 싶다”고 말했다. 둘은 모두 “지금은 소비를 부추길 타이밍이 아니다”(정 전 총리), “지금은 조금 빠른 거 같다”(이 전 대표)라고 선을 그었다.


이재명 지원 나선 추미애…李ㆍ秋 연합?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홀로 이 지사를 측면 지원했다. 지난해 11월 최근 재난지원금, 경선연기 문제를 둘러싼 두 사람 사이의 공조 관계가 토론회에서도 그대로 반영됐다. 기본소득에 대한 파상 공세 속에서 추 전 장관은 발언권을 얻어 “기본소득은 양극화 해소를 위한 사회적 일깨움 차원의 발제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배척할 것이 아니다. 숙성ㆍ발전시켜서 현실화하는 게 필요한 것이지 너무 ‘거짓말했다’, ‘말 바꿨다’고 날 선 비판을 하는 건 민주당 지지자들이 보기에 대단히 유감이지 않을까 싶다. 우리끼리 삼갔으면 한다”며 이 지사를 감쌌다. 9명 후보 중 자신의 시간을 다른 후보를 직접 옹호하는 데 쓴 건 추 전 장관이 유일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첫 합동 토론회에서 '내 인생의 한 장면'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뉴스1


추 전 장관은 재난지원금 문제에서도 이 지사 편에 섰다. 그는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를 지목해 “민간 소비가 위축돼 있다. 가계부채도 심각하다. 민생 확대 차원에서 기왕 쓰는 돈을 그런(소비 진작) 면에서 재고해줄 수 없는가”라고 물었다.


非 이재명계의 연대 모색…정세균-이광재 단일화 대화?

단일화 논의가 진행중인 정 전 총리와 이광재 의원 사이엔 서로에게 주요 공약에 대한 입장을 밝힐 기회를 주는 ‘그들만의 리그’도 펼쳐졌다. 두 사람은 5일 오전 단일 후보를 발표한다.

이 의원은 정 전 총리에게 “군ㆍ민간 공항의 고도 제한 완화 또는 이전하는 국가종합개혁이 필요 하다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정 전 총리는 “전적으로 찬동한다”고 답했다. 이후 이 의원이 ‘대학 도시’ 등 본인의 공약을 평가해달란 질문에도 정 전 총리는 “적극 찬동한다”고 맞장구를 쳤다.

지금까지 가장 많은 정책을 쏟아내 온 이 의원은 다른 주자들에게도 구체적 정책을 던져 호응을 이끄는 방식을 활용했다. “수도권에서 먼 순서대로 법인세를 단계적으로 인하할 필요가 있다”(이광재)→“동감한다”(이낙연), “저는 대통령 되면 세종시 거주하겠다”(이광재)→“100% 동의하고, 저도 그렇게 하겠다.”(양승조), “취직사회책임제, 당 공통 정책으로 채택 되게 역할 해달라”(최문순) →“깊은 관심 갖고 있고, 공부하고 싶었다”(이낙연)는 식이었다.


與 토론회서 나온 윤석열 견제…“尹 출마, 해괴망측한 일”

상호 문답 과정에서 조국 사태나 부동산 등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정에 대한 반성과 성찰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러나 야권 대선 후보 적합도 1위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비판은 많았다.

추 전 장관은 윤 전 총장의 대선 출마를 두고 “정치 중립이 생명과도 같은 자리를 박차고 나오는, 반헌법적인 도전장을 내민 것은 있어서는 안 될 해괴망측한 일”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결과적으로는 정치활동을 한 것이 아닌가. 직권남용이 아닌가”라는 최문순 지사의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추 전 장관은 윤 전 총장에 대한 자신의 징계에 대한 정당성과 관련 언론보도의 문제점을 주장하는 데도 긴 시간을 썼다.

이 전 대표는 “윤 전 총장은 붕괴하고 있다고 직감하고 있다. 출마 선언한 지 며칠 되지 않아서 민낯이 드러나고 있고, 국민 검증은 이미 혹독하게 시작했고 오래 버티지 못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말했고, 양 지사는 “충청권에서도 윤석열 바람이 거세게 분다. 윤석열 바람을 잠재우고 충청 닦을 후보, 민주당의 재집권을 가져올 후보는 양승조”라고 주장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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