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5개 연구소 드림팀 구성..한국판 실리콘밸리 만들것" [fn이 만난 사람]

임광복 2021. 7. 4.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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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의준 한국에너지공대 초대 총장에 듣다
내년 3월 전남 나주에 개교
에너지AI·수소에너지·그리드 등
교수진 80%가 연구개발 집중
원자력 핵융합 분야도 성과 기대
의미있는 연구결과는 특허로 연결
한전과 협업해 상용화도 추진
정부·지자체 등서 2000억 지원
외부투자 늘려 재정자립도 높일것
윤의준 한국에너지공대 초대 총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대학이 소재한 전남 나주를 한국형 실리콘밸리로 만들 수 있게, 에너지공대가 미국 스탠퍼드대의 역할을 할 것이란 포부를 드러냈다. 사진=박범준 기자

세계 유일 에너지대학인 한국에너지공대가 내년 3월 개교를 위해 교수진 채용과 캠퍼스 신축 등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에너지공대는 에너지 인공지능(AI), 에너지신소재 등 핵심 5개 연구소 중 4개 연구소 소장을 이미 확정했다. 교수채용 전권을 가진 소장들은 각각 15명 안팎의 드림팀을 구성, 팀단위 대형 연구를 소화할 예정이다. 윤의준 에너지공대 초대 총장은 최근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에서 "최고의 공과대학을 지향하는 만큼 연구 결과물이 지역과 국가에 이바지하고, 고용이 창출되는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대학이 위치한 전남 나주가 '한국형 실리콘밸리'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에너지공대가 미국 스탠퍼드대와 같은 역할을 맡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미국 MIT 전자재료 박사, AT&T 벨연구소 박사후연구원을 거친 그는 미국식 '자기주도 학습방식'을 도입해 창의적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창업전선에 뛰어드는 창의적 인재와 혁신적 기술을 지원하는 투자자가 한데 모이는 이상적인 창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꿈이다.

윤 총장은 "대학 연구는 특허로 이어져야 하며, 자기 권리화하는 것을 등한시하면 안된다"며 "대학에서 투자자와 30분 내 교류할 수 있는 산학연 클러스터를 조성해 협업이 이뤄져야 윈윈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에너지공대는 나주의 40만㎡ 부지에 건설된다. 학교 인근에는 산학연 클러스터(40만㎡), 거대 연구시설(40만㎡) 등이 조성돼 총 120만㎡의 거대단지가 새로 생긴다.

■개발된 기술은 기업과 상품화

에너지공대 연구기술은 한전 등 국내외 에너지기업과 협업해 상품 및 서비스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됐다. 에너지공대와 창업기업 기술을 한전이 검증하고 활용하면 향후 더 큰 사업으로 확대될 수 있다.

윤 총장은 "새 기술이 스타트업과 단계별로 검증해 상용화된다면 한전이 그 상품을 사서 쓸 것"이라며 "한전이 쓰는 상품은 전 세계에 나갈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한전이 초창기 기술 구입해 검증해주면 활력소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어 "한전이 기술과 성능개선 피드백을 주면 완성도를 높여갈 수 있을 것"이라며 "가령 최근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이 중시되는데 우리 기술을 한전이 쓴다면 전 세계 전력회사도 도입하는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너지공대는 내년 개교를 위해 학교 내 에너지 특화 5개 연구소 중 4개 연구소 소장 초빙을 완료했다. 5개 연구소는 에너지 인공지능, 에너지신소재, 수소에너지, 에너지 기후변화·환경, 차세대 에너지 그리드다. 내년 3월 개교 전까지 교수 100명 중 50명의 초빙을 완료할 예정이다.

그는 "공학 교육에 전념하는 교수 20명을 제외한 나머지 80명가량은 5개 연구소에 소속돼 팀별 연구에 나설 예정"이라며 "연구는 팀워크가 굉장히 중요한 만큼 5개 소장들이 전권을 갖고 드림팀을 꾸려 달라고 요청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원자력 분야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기술을 보유한 인공태양 등 핵융합 연구에 치중할 계획이다. 에너지공대는 핵융합 연구 전문가 2명을 교수진으로 확정하고 미래지향적인 인공태양 등 기술개발에 집중한다.

윤 총장은 "'땅 위 인공태양'으로 불리는 프랑스의 국제핵융합로(ITER·이터)를 건설할 때도 우리나라 기업이 많이 참여했다"며 "인공태양은 하드웨어뿐 아니라 연구분야에서도 우리나라가 상당히 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부 투자유치 등 자립도 높일 것

에너지공대는 발전기금과 외부 투자유치 등으로 재정 자립도를 높일 계획이다. 조만간 기업인 출신을 발전기금 유치 부문 회장으로 모셔 기금 확대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그는 "(발전사 등) 많은 에너지기업에 접촉하면서 발전기금을 유치하려고 한다"며 "발전기금을 낸 기업들에 대한 지원 및 예우 등을 정교하게 짜서 혜택도 제공할 예정"이라고 계획을 드러냈다.

카이스트 등 과학기술특성화 대학들은 각각 특별법이 있는데, 지난 3월 한국에너지공과대학법도 통과됐다. 에너지공대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에 소속돼 정부, 전남도, 나주시, 한전 등에서 10년간 총 2000억원을 지원받는다.

그는 "전남도지사는 정부, 지자체, 한전 등 동시지원을 받아 공공형 대학이라고 지칭하는 등 새로운 형태의 대학"이라며 "재정적으로 안정된 대학으로 자리매김해 에너지 대전환 시대를 선도할 기업가와 연구자를 배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근성있게 매달리는 인재 양성

교육방식은 학생이 호기심에 따라 문제를 발굴하고, 교수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자기주도 학습방식을 채택했다. 수업시간에 배운 이론을 토대로 실질적인 프로덕트(수업 결과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학생 선발은 수능문제 잘 푸는 학생이 아니라 '창의적이고 어려운 문제'에 사흘·나흘씩 매달리는 괴짜처럼 근성 있는 인재를 뽑는다.

윤 총장은 "교수가 이론적 지식을 일방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원리를 배우고, 사회와 세상에 적용하는 문제 해결형 학습을 도입할 것"이라며 "미국 혁신 공학교육을 주도하는 올린공대의 모토인 '경험을 통한 학습'(learning by doing)을 실현해 학생들이 자기 주도로 깨우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모델로 사우디아라비아가 '포스트 원유시대'를 대비해 미래 인재양성을 위해 2009년 설립한 카우스트대학도 제시했다.

윤 총장은 "카우스트대학은 캠퍼스를 리조트처럼 만들고 연봉 10억씩 주면서 세계 최고 교수들을 초빙해서 교육한다"며 "교수 승진심사에 한국처럼 논문 양으로 평가하지 않고, 최고의 논문 5개가량을 세계적인 대가의 의견을 듣는 방식으로 평가한다. 우리도 이런 학교로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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