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보수 넘겠다더니..윤석열, 악재 겹치자 이념공세 '구태'

장나래 2021. 7. 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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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4일 이재명 경기지사를 향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한다"며 색깔론을 꺼내든 배경에는 장모 구속 등 각종 악재로 인한 자신에 대한 '검증 국면'을 '역사 논쟁'으로 프레임을 전환하려는 셈법이 읽힌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각종 악재로 위협받는 상황에서 본인의 보수 대표성을 부각하고 '이재명 대 윤석열' 구도를 공고히 하기 위한 굉장히 전략적인 발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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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대선]장모 구속 등 처가 리스크 터지자
'역사 논쟁'으로 프레임 전환 노려
6·25전쟁 연결, 논리적 비약까지
이념 공세로 보수층 결집 의도
중도 외연 확장, 스스로 '발목'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국민의힘 대외협력위원장인 권영세 의원이 3일 오후 중구의 한 식당에서 만나 회동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4일 이재명 경기지사를 향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한다”며 색깔론을 꺼내든 배경에는 장모 구속 등 각종 악재로 인한 자신에 대한 ‘검증 국면’을 ‘역사 논쟁’으로 프레임을 전환하려는 셈법이 읽힌다. 또 여권 대선주자 1위 후보 저격을 통해 ‘이재명-윤석열’ 양강 구도를 공고히 하는 한편, 보수층 결집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강성 발언은 윤 전 총장의 중도 확장성과 본선 경쟁력을 오히려 훼손할 수 있다는 전망도 동시에 나온다.

윤 전 총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잘못된 이념을 추종”, “잘못된 이념에 취해 국민의식을 갈라치기”, “이념에 편향된 역사관에 빠져” 등 거칠고 강경한 표현을 써가며 이 지사를 공격했다. 또 “6·25 전쟁 당시 희생된 수만명의 미군과 유엔군은 점령지를 지키기 위해 불의한 전쟁에 동원된 사람들이냐. 죽고 다친 수많은 국군장병과 일반국민들은 친일파와 미국의 이익을 위해 싸웠냐”라는 논리적 비약까지 동원했다. 평소 윤 전 총장이 ‘진보-보수를 뛰어넘겠다’고 밝힌 것과는 대조적인 발언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최근 보수 대표성을 강하게 부각하는 전략으로 가다보니, 자신의 정치적 지향성에 대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본인도 정치적 준비가 미흡하다보니 엇박자이거나 과도한 메시지가 나오고 있다”고 짚었다.

장모 구속 등 각종 악재로 강한 검증 요구를 받고 있는 윤 전 총장이 이 지사와의 대립각을 세워 역사·이념 논쟁으로 국면을 전환하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본격적인 정치무대에 나선 뒤 대선후보로서의 경쟁력을 의심받으면서 지지율이 흔들리는 상황에 직면하자, 여권 1위 후보인 이 지사를 공격해 ‘이재명-윤석열’ 양강 구도를 굳혀가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윤 전 총장은 이 지사 발언을 비판하며 “이에 대해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어떠한 입장 표명도 없다는 것이 더 큰 충격”이라며 문재인 대통령까지 소환했다. 야권의 반문(재인)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속내도 드러낸 것이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각종 악재로 위협받는 상황에서 본인의 보수 대표성을 부각하고 ‘이재명 대 윤석열’ 구도를 공고히 하기 위한 굉장히 전략적인 발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의 이런 전략은 오히려 중도 확장성을 가로막아 본선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힘과 거리를 두며 중도 확장을 시도하면서도, 오히려 ‘대한민국 정통성’ 논란을 부추기는 윤 전 총장의 모습은 수구 보수세력의 역사관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엄 소장은 “윤 전 총장이 가지고 있는 중도 확장성이 사라지는 결과를 만들어 본선 경쟁력까지 훼손할 수 있다”며 “본인으로선 보수층 내 입지를 다지고 양강 구도를 공고히 하기 위해 상당히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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