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g이면 100만명 살상, 보톡스는 국가 전략물자

문희철 2021. 7. 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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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청, 관련 기업 24곳 일제조사
1곳 경찰고발, 3곳 수사의뢰 방침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 따르면 보툴리늄 톡신(보톡스)으로 치료가 가능한 질환은 800개 이상이다. 턱이나 볼·이마 등의 주름을 펴는 미용 분야부터, 뇌성마비·뇌졸중 같은 질병으로 인한 근육 강직·경직 문제를 해결하는 의료 분야까지 활용 범위가 다양하다.

이렇게 쓰임새는 갈수록 넓어지고 있지만, 보톡스는 엄격한 관리가 필요한 물질이다. 엄밀히 말하면 일종의 ‘독(毒)’이기 때문이다. 불과 0.00007㎎만 주입해도 몸무게 70㎏ 성인이 사망할 수 있다. 보톡스 1g만 확보하면 이론상 100만 명을 살상할 수 있는 물질이라는 의미다.

보톡스를 바이오 테러리즘 무기로 악용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각국은 1975년 생물무기 금지협약을 발효했다. 한국 정부도 보톡스를 국가 핵심기술·전략물자로 지정해 특별 관리 중이다.

국내 보톡스 관련 기업 현황 그래픽 이미지. [자료 각 사]

그런데 국내 보톡스 균주 관리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불거지면서, 질병관리청은 지난해 말 보톡스 균주를 보유한 기업·기관을 대상으로 일제 조사에 들어갔다. 보톡스 균주를 다루는 24개 기업을 서면으로 조사했고, 이 가운데 11곳을 골라 지난 3월까지 현장 점검을 했다.

보톡스 업계가 긴장하는 건 정부 조사 결과가 아직 알려지지 않아서다. 조사 결과 상황이 심각해 경찰 수사로 이어질 경우 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 현행법상 균주 출처를 허위로 신고하면 보톡스를 제조한 시설에 대해 폐쇄 처분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생화학무기법에서는 “부정한 방법으로 생물테러 감염병 병원체를 제조한 경우 취급 시설을 폐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4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정부 허가 없이 균주의 유전자 변형 실험을 진행해 법규 위반 사항이 명확한 기업 한 곳을 경찰에 고발했다”고 말했다.

다른 보톡스 기업 3곳에 대해서는 경찰에 정식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정부에 보톡스 균을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하기 전에 균주를 보유했던 정황이 있거나(2개사) ▶정부에 균주 신규 취득 방법을 신고한 내용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보이는 경우(1개사)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이달 초 경찰에 정식으로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라며 “지금 단계에선 고발·수사 의뢰한 기업명은 공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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