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탈원전發 전기료 인상땐 바로 적자"

안준호 기자 입력 2021. 7. 6. 03:0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 전기요금 체계 개편으로 중소기업의 전기세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지난 2일 오후 경남 밀양시 북부면에 위치한 단조품 열처리 전문 업체 삼흥열처리 공장이 분주히 돌아가고 있다./김동환 기자

지난 2일 경남 밀양의 열처리 회사 삼흥열처리 공장에서는 15개 열처리 기계가 가동 중이었다. 이 공장은 1차 가공된 금속 제품을 섭씨 900도 이상으로 가열해 구조를 균일하게 만드는 작업을 한다. 생산 비용 중 30%가 전기 요금이다. 한 달 전기 요금만 6억원이었다. 이 회사 주보원 회장은 “전기 요금이 분기별 인상 상한인 kWh당 3원만 올라도 한 달에 2000만원가량 부담이 늘어난다”며 “멀쩡한 원전을 세워놓고 전기 요금을 올린다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중소기업들, 특히 에너지 소비가 많은 주물·금형 같은 뿌리 산업 기업들은 탄소 중립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동반될 수밖에 없는 전기요금 인상의 직격탄을 피하기 어렵다. 대기업처럼 태양광발전 시설이나 ESS(에너지 저장 장치) 등을 설치하고, 친환경 설비 교체 등을 통해 탄소 중립으로의 이행을 준비할 자금 여력도 없다. 사실상 탄소 중립 문제에선 손을 놓다시피 하고 있다.

경기 김포에서 전기로(電氣爐)를 운영하는 한국기전금속은 지난 5월 전기 요금으로 8400여만원을 냈다. 5월 매출액(8억2700만원)의 10%가 넘는 액수다. 심야 시간대엔 전기 요금이 할인되지만, 인력난에 시달리는 이 공장에선 심야에 일할 사람을 구할 수 없어 작업 대부분을 전기 요금이 가장 비싼 낮 시간대에 할 수밖에 없다. 이 회사 김동현(61) 대표는 “간신히 적자를 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기 요금이 조금이라도 오르면, 우리 같은 중소기업은 곧장 적자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값비싼 재생에너지를 써서 탄소 중립을 한다는 건 달나라 이야기”라고 했다.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 제조업체 300곳을 대상으로 ‘에너지 비용 부담 현황 조사’를 실시한 결과, 산업용 전기 요금 수준에 대해 94%가 ‘부담이 된다’고 답했다. 특히 종사자 수가 50~100인 미만인 기업들은 100%가 ‘부담이 된다’고 답했다.

전기 요금 인상은 외국 기업 유치에도 걸림돌이다. 화학·소재 회사 일본 도레이가 한국에 진출한 주요 이유는 싼 전기 요금 때문이었다. 구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글로벌 기업들도 국내에서 전기 소비가 많은 데이터센터를 운영 중이다. 글로벌 IT 기업 관계자는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를 한국에 두는 것은 한국 고객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기 요금이 싸 운영비가 적게 들기 때문”이라며 “한국 전기 요금이 오르면 데이터센터 입지로서 매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