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탈원전發 전기료 인상땐 바로 적자"
지난 2일 경남 밀양의 열처리 회사 삼흥열처리 공장에서는 15개 열처리 기계가 가동 중이었다. 이 공장은 1차 가공된 금속 제품을 섭씨 900도 이상으로 가열해 구조를 균일하게 만드는 작업을 한다. 생산 비용 중 30%가 전기 요금이다. 한 달 전기 요금만 6억원이었다. 이 회사 주보원 회장은 “전기 요금이 분기별 인상 상한인 kWh당 3원만 올라도 한 달에 2000만원가량 부담이 늘어난다”며 “멀쩡한 원전을 세워놓고 전기 요금을 올린다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중소기업들, 특히 에너지 소비가 많은 주물·금형 같은 뿌리 산업 기업들은 탄소 중립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동반될 수밖에 없는 전기요금 인상의 직격탄을 피하기 어렵다. 대기업처럼 태양광발전 시설이나 ESS(에너지 저장 장치) 등을 설치하고, 친환경 설비 교체 등을 통해 탄소 중립으로의 이행을 준비할 자금 여력도 없다. 사실상 탄소 중립 문제에선 손을 놓다시피 하고 있다.
경기 김포에서 전기로(電氣爐)를 운영하는 한국기전금속은 지난 5월 전기 요금으로 8400여만원을 냈다. 5월 매출액(8억2700만원)의 10%가 넘는 액수다. 심야 시간대엔 전기 요금이 할인되지만, 인력난에 시달리는 이 공장에선 심야에 일할 사람을 구할 수 없어 작업 대부분을 전기 요금이 가장 비싼 낮 시간대에 할 수밖에 없다. 이 회사 김동현(61) 대표는 “간신히 적자를 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기 요금이 조금이라도 오르면, 우리 같은 중소기업은 곧장 적자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값비싼 재생에너지를 써서 탄소 중립을 한다는 건 달나라 이야기”라고 했다.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 제조업체 300곳을 대상으로 ‘에너지 비용 부담 현황 조사’를 실시한 결과, 산업용 전기 요금 수준에 대해 94%가 ‘부담이 된다’고 답했다. 특히 종사자 수가 50~100인 미만인 기업들은 100%가 ‘부담이 된다’고 답했다.
전기 요금 인상은 외국 기업 유치에도 걸림돌이다. 화학·소재 회사 일본 도레이가 한국에 진출한 주요 이유는 싼 전기 요금 때문이었다. 구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글로벌 기업들도 국내에서 전기 소비가 많은 데이터센터를 운영 중이다. 글로벌 IT 기업 관계자는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를 한국에 두는 것은 한국 고객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기 요금이 싸 운영비가 적게 들기 때문”이라며 “한국 전기 요금이 오르면 데이터센터 입지로서 매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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