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발로 차고 짓이겨" 벨기에 대사 부인에 뺨 맞은 공원관리인이 밝힌 '그날의 진실'

반기웅·이두리 기자 2021. 7. 6.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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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옷가게 직원 폭행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던 주한 벨기에 대사 부인이 또 한 차례 폭행 시비로 입길에 올랐다.

피터 레스쿠이에 벨기에 대사 부인 쑤에치우 시앙씨는 지난 5일 오전 9시25분쯤 서울 용산구 한남동 독서당공원에서 자신의 몸에 빗자루가 닿았다는 이유로 청소하던 공원관리인 A씨(65)의 뺨을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6일 경향신문 기자와 만나 전날 벌어진 몸싸움은 자신이 싸온 도시락을 시앙씨가 발로 차고 짓이기면서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2주일 전에도 시앙씨가 두고 간 휴대전화를 돌려주려는데 시앙씨가 휴지를 얼굴에 던지는 등 행패를 부렸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사건 당일 무슨 일이 있었나.

“저쪽 맨 끝에 운동기구가 보이나? 보통 (벨기에 대사 부인이) 여기에서 운동을 한다. 어제가 월요일이었잖나. 주말 이후고 비도 와서 지저분했다. 그래서 빗자루질을 했다. 청소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그분이 소리를 지르는 것 같더라고. 왜 그러는지도 몰랐어. 한국말도 아니고 나는 영어도 잘 못 알아듣고 하니까. 그런데 이 도시락, 여기에 올려놨던 내 도시락을 발로 차고 짓이기더라고. 자기 기분 나빴다고. 빗자루질 하고 지나가는 데 몸에 닿았다는 거야. 나는 닿은 것도 몰랐고 그냥 일을 한 것이었는데, 그 분은 기분이 나빴나봐. 권위의식이 있었는지. 그래서 항의를 했더니, 이 여자가 나한테 매질을 한 거다. 굼벵이도 건드리면 꿈틀거리는데 내가 연체동물은 아니지 않나. 간, 쓸개, 뼈 다 있는데. 그냥 같이 엉켰는데 그 여자가 넘어졌어. 넘어졌으니까 내가 부축을 했어, 그랬더니 또 따귀를 때리더라고. 세게 때려, 이 여자가.”

-맞은 곳은 좀 어떤가.

“나는 병원에 안 갔다. 하루 일해서 하루 먹고 살아야지. 여기는 하루 빠지면 일당이 안 나와. 순천향대병원은 그분이 간 것이다. 나는 말단에 있는 사람이고, 하루 일해서 한끼 밥먹고 살아야 하는 사람인데. 사건이 자꾸 확대돼서 일도 못하겠어. 그리고 인터넷에 나온 보도들 봤는데, 그분이 자기가 발로 도시락 찬 것은 전혀 얘기 안했더라. 내 도시락을 찼다고. 기분 나쁘잖아. 먹으려고 싸온 걸 발로 짓밟고 차는데 기분 안 나쁠 사람이 어디 있겠나. 나도 감정이 있으니까.”

-대사 부인과 안면이 있는 사이라고 하던데.

“2주 전에 여기 벤치 위에 휴대전화가 하나 있길래, 주인 찾아주려고 그냥 들고 살펴본 적이 있다. 그런데 저쪽에서 소리를 지르면서 나오는 거야. 그러더니 휴대전화를 받아서 닦더라고. 내가 공원에서 청소하는 사람이니까 더럽다고 생각한 거야. 휴지로 닦더니만 휴지를 찢어서 내 얼굴에 탁 뿌리더라고. 기분 나빴지만 참았어. 그분은 그 때부터 (감정이) 쌓인 거 같아. 그래도 그런 사람 상대하면 뭐하나 싶어서 신경을 안썼어. 그런데 이번 폭행 일 있고 나서 보니까 다들 ‘벨기에 대사, 벨기에 대사’ 그러더라고. 예전에 문제됐던 그 사람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그냥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진술은 바로 해야겠다 싶어서 파출소에 찾아 갔던 것이다.”

-더 하고 싶은 말은 없나.

“나도 주위에 친구도 있고 자식들도 있다. 근데 내가 어디 청소한다고 그러니까 미화원으로 보도가 되고, 그런 식으로 나가는 게 싫더라. 미화원이 아니라 공원관리인으로 온 건데. 그리고 이 사건은 더 이상 확대되지 않았으면 한다. 그냥 이렇게 넘어가서 빨리 일상을 찾고 싶다.”

벨기에 대사 부인이 즐겨 이용하는 서울 한남동 독서당 공원/반기웅 기자

반기웅·이두리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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