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장관이 성범죄 대책회의할 때, 장군은 노래방서 성추행
국방부 직할부대 장성이 저질러
국방부 직할부대 소속 장성(준장)이 성추행 혐의로 구속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국방부는 충격에 휩싸인 분위기다. 지난달 공군 여성 부사관이 성추행 피해를 보고도 군이 은폐ㆍ회유하려 하자 극단의 선택을 한 사건이 알려지자 국방부가 군 기강을 다잡으려 할 때 일어났기 때문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A 준장은 지난달 29일 회식을 마친 뒤 노래방에서 한 2차 자리에서 B씨를 강제로 신체 접촉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준장은 2일 긴급체포된 뒤 4일 구속됐다. 해군 제독(준장)이 2018년 7월 부하 여군을 성폭행하려다 체포된 이후 3년 만에 군 현역 장성의 성폭력 혐의 구속이다.
사건 발생 시점은 국방부가 군내 성폭력 사건을 접수하던 특별신고 기간(지난달 3~30일)이었다. 이 때문에 국방부의 군내 성폭력 척결은 헛수고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9일 국회 국방위원회와 10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엄정한 수사를 약속하면서 “근본적인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또 박은정 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민관군 합동위원회를 꾸리고 군내 문화를 개선하려고 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서 장관이 매일 오전 오후 두 차례 현안회의를 열고 공군 여성 부사관 수사 진행과 특별신고 접수 사건을 직접 챙겼다. 지난달 중순 장성과 고위 공무원을 대상으로 골프 금지령을 비공식적으로 내리면서 군기 확립을 강조했다”며 “그런데 또 성폭력 사건이, 그것도 국방부 직할부대에서 장성에 의해 일어나 허탈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그동안의 국방부 대책이 미봉책에 불과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국방개혁실장을 지낸 홍규덕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잇따른 군내 성폭력 사건으로 규정과 제도가 많이 세졌는데도 관련 사건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관용 없는 처벌과 양성평등 교육으로 군대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한민국 군대를 말한다』의 저자인 김진형 예비역 해군 소장은 “국방부의 군내 성폭력 방지 정책은 백약이 무효”라며 “마초적이며 계급으로 무조건 누르려고만 하는 군대 문화를 밑바닥부터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방부 법무관리관을 지낸 법무법인 로고스의 임천영 변호사는 “군 형법에 자기 의사와 상관없이 위력ㆍ위계에 의한 성적 관계를 맺는 것을 처벌하는 조항(위력에 의한 간음)을 추가하고, 성별과 상관없이 상관이 지휘ㆍ감독 관계에 있는 부하와 성관계를 맺으면 군 형법 위반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서 장관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다. 사고가 발생한 국방부 직할부대는 국방부 장관이 직접 관할하기 때문이다.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은 “군 통수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은 사과하고, 서 장관은 스스로 사의를 표명해 지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철재ㆍ박용한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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