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돌파감염' 임백천 "아내에겐 말 못했지만, 내 생애 이런 오한은 처음"

정리=김고금평 에디터 2021. 7. 6.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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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격리치료소 입소한 가수 겸 방송인 임백천 3일 체험기]
확진자 판정을 받고 생활격리치료소로 입소하기 전 한 잡지사와 찍은 표지 사진. /사진제공=브라보마이라이프


남편 임백천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국민의힘 대변인 결승전(5일)에 혼자 화상으로 참여하게 된 김연주씨는 "전날 (남편과의) 통화에서 이미 백신을 한차례 접종해서 고열이나 몸살 증상은 없다고 알려왔다"며 남편의 '현재 상태'를 전했다.

하지만 그 전화 통화가 끝나고 남편에게 고열이 서서히 찾아왔다. 3일 확진 판정을 받고 그날 생활격리치료소로 입소한 지 하루 반나절 만에 일어난 일이다. 임백천은 다음 날 결승전에 영향을 줄까 봐 아내에게 다시 전화하지 않았다.

37.5도의 열과 함께 찾아온 몸살은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신세계였다. 3주 전 아스트라제네카로 1차 백신을 접종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임백천은 "내가 살면서 몸이 이렇게 떨리는 걸 생생하게 느껴본 오한은 처음"이라고 했다.

'돌파 감염'(예방접종을 한 접종자가 걸리는 경우)자가 된 임백천은 경각심 차원에서 입소한 3일부터 5일까지 체험한 일을 글과 음성으로 기록했다. 그는 "최선의 주의를 기울였지만, 막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크다"며 "아무쪼록 철저한 개인 방역을 통해 자신과 사회를 지켜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의 수기를 공개한다.

◇3일 오전, '웃픈' 감정으로 이송차에 타다

생방 스튜디오를 같이 쓰는 동료들한테 민폐 끼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조심 또 조심했는데, 1호가 되다니. 3, 4일 전에 재수 없게 나를 만나 오늘 아침에 보건소에서 검사받은 사람들 모두 아무 일 없기를 이송차에서 빌어본다. 환자가 늘어나 오늘은 4명이 탄다고 한다.

각자 이송되는 곳이 달라 내가 가는 용인이 종점이 된단다. 제일 나중에 내리니까 양해해 달라고 보건소 이송 담당이 이야기한다. 이분은 주말도 없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방호복 입고 일하고 있는데 그 모습을 보니 이분께도 정말 미안하다. 계속 나 자신이 한심하다.

같은 구에서도 사는 곳이 다 다르니 마을버스도 아니고 동네마다 돌며 환자를 태워야 한다. 집앞까지 이송차가 와줘서 참 고맙다. 차에 젊은 남자가 먼저 타 있다. 내가 기타를 가지고 타니까 '가지고 가도 되느냐'고 물어본다. 같은 방에 있는 환우에게 양해를 구해 연주할 수 있는 시간에 최대한 조용히 하겠다고 하니(사실은 새 노래 연습을 해야 해서) 자기는 바이올린 전공자란다. 나이는 푸르른 23살, 내 아들 나이다. 어디서 감염이 됐는지 모르겠단다. 나도 그렇듯 이른바 깜깜이 감염자다.

차가 멈추고 젊은 여성이 탔다. 인사하고 물어보니 나하고 같은 곳으로 간다고 한다. 같은 치료소에 간다는 사실 만으로 묘한 동지애가 생기는 건 뭐지? 웃프다.

중년 남자가 마지막으로 탔다. 이제 모든 구성원을 태우고 이송장소로 간다. 토요일 오후라 경부고속도로는 역시 차로 꽉 막혔다. 평소 같으면 같이 고속도를 이용하면서도 혼잣말로 "아니 이런 날 집에 좀 있지 어딜 이렇게 가나" 할 텐데, 저들은 현재 확진이 안 된 건강한 사람들 아닌가? 참 부럽다.

수도권 생활치료센터 중 한 곳인 SK에 오니까 구제역 발생지역에 설치된 그 소독 기계 양쪽에서 분수처럼 소독약이 뿌려진다. 이송차가 멈춘 곳에 보니 폐기물처리소라는 팻말이 보인다. 환자들이 쓴 폐기물을 처리하는 곳일 텐데 왠지 나를 폐기한다는 것 같아 약간의 공포감이 밀려든다. 생각해보니 나도 폐기할 때가 된 거 아닌가?

비가 계속 내린다. 늦게 온 장마의 시작이다. 도착해 가져온 짐을 들고 2인1조로 방호복을 입고 계신 분 앞에 섰다. 말씀을 하시는데 새로운 환경이라 그런지 약간의 겁을 먹어 잘 안 들린다.

가수 겸 방송인 임백천이 생활격리치료소에서 받은 무상 물품. /사진제공=임백천


◇3일 오후, 2인1실·최고급 무상 생필품 '센터 입소'

201호로 가라는 소리를 겨우 알아듣고 방으로 오니 먼저 한 분이 와 계셨다. 중소기업을 40년째 운영하고 계시다는 신사분이다. 깜깜이인 나와는 달리 누구에게 감염됐는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옮긴이에게 조금의 원망도 없는 듯하다. 멋져보였다. 하긴 그 사람도 옮고 싶어서 옮았을까. 하지만 나로 인해 누군가가 옮는다면 정말 힘들 것 같다.

급하게 오느라 싼 박스에 꼭 가져올 것과 안 가져와도 1도 지장 없는 것이 혼재해 있다. 그런데 내가 여기에 열흘 있으면서 필요한 생필품 대부분이 큰 박스에 미리 담겨있는게 아닌가!

그것도 최고의 품질이다. 이게 전부 무상이란다. 그렇다고 환자가 되길 잘했다는 건 아니다. 이 글 읽는 여러분들은 절대 이 박스를 무상으로 제공받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4일 오전, 감염 경로와 증상을 더듬다

나는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됐을까. 거의 잠을 못자고 뜬 눈으로 아침을 맞은 채 감염 전 상황을 복기해본다. 지난 6월 14일 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차 접종을 마쳤다. 물론 백신을 맞았다고 안심한 건 아니었다.

코로나19는 해외토픽에서 흔히 보는 것처럼 내 일과 전혀 무관한 듯 보여도 언제든 내게 올 수 있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걸려 남에게 옮길 수 있다고 생각하며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다. 심지어 집에 가면 내 방에 들어가 '셀프 유배'에 가까운 생활을 이어갔다. 가족 모두 식탁에 둘러앉아 밥 한번 먹는 게 소원일 정도였다.

그러다 7월 1일 라디오 방송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더니, 왼쪽 눈이 충혈돼 있었다. 안과에 갔더니 드물지만 가끔 전염될 수 있다고 해서 가볍게 넘기려 했는데, 그날 저녁을 먹으면서 김치 냄새가 전혀 안 나는 걸 느끼고 '아, 코로나구나'하고 직감했다. 가족과 함께 다음날(2일) 보건소를 찾아 검사했더니, 나만 빼고 모두 음성으로 나왔다.

가수 겸 방송인 임백천. /사진제공=브라보마이라이프


◇4일 오후, 내 인생 최고의 오한을 느끼다

아침, 점심, 저녁은 모두 도시락으로 때운다. 첫째 날 무증상으로 일단 들어와서 큰 탈 없을 것으로 기대했다. 게다가 난 1차 백신 접종자 아니던가. 저녁 도시락을 먹고 난 뒤 갑자기 머리가 띵하게 아프기 시작했다. 아내(김연주)에게 전화해서 가볍게 상황을 정리해 알렸다.

열이 조금 올랐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아 고열도 몸살도 없다고 안심시켰다. 전화를 끊고 나서 갑자기 37.5도로 올라갔고 온몸이 심하게 떨리는 몸살이 찾아왔다.

이 몸살은 내가 지금껏 경험한 몸살과는 차원이 달랐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추워서 떨리는 오한에다가 내가 직접 생생하게 느껴질 정도의 살 떨림을 경험했다.

이 사실을 아내에게 전할까 말까 고민하다 내일 결승전을 앞두고 신경 쓰게 하고 싶지 않았다. 결과적으로는 잘한 일 같다. 의료진과 상담을 통해 입소 전에 지은 감기약을 일단 먹고 잤다.

◇5일, 걸리고 난 뒤 깨닫는 사실 '개인방역'

일어나보니, 체온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오후에 다시 머리가 아파서 재차 종합감기약을 복용했더니 다시 괜찮아졌다. 돌파 감염은 무증상이 될 것이라는 섣부른 기대감도, 1차 백신 접종이 안심을 보장해주는 단계가 아니라는 사실도 이번 체험을 통해 뼈저리게 느꼈다. 그걸 몸으로 내가 증명해 보인 거니까.

나름 건강하다고 생각해도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는 것도 치료센터에서 절감했다. 10일이 지나 건강하게 퇴소한다면 무엇보다 손소독제를 휴대해 눈, 코, 입을 손에서 보호해야겠다는 생각도 가지게 됐다. 눈 충혈로 코로나에 감염된 추정 경로에서 얻은 교훈인 셈이다.

백신 접종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개인 방역이 자신과 사회를 지킬 수 있다는, 단순하지만 명확한 사실을 우리 모두 잊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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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김고금평 에디터 dann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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