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두고.. 與 '언론규제법' 기습 상정

신동흔 기자 2021. 7. 7.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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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이르면 23일 본회의서 처리.. 야당이 심사 거부땐 단독 의결"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언론중재법), 좋아하는 언론은 정부 광고를 더 주고 미운 언론은 깎는 ‘미디어 바우처제’(국민참여 통한 언론 영향력 평가법) 등 여권에서 발의한 언론법 개정안이 속속 처리될 전망이다. 여당은 7월 내 일부 관련법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어, 야당과 충돌이 불가피하다. 법안 곳곳에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언론사 영업권을 침해하는 독소 조항이 숨어 있어 위헌 소지가 크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화예술법안심사소위를 열어 징벌적 손배제 등을 포함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안건을 기습 상정했다”고 반발하며 이날 회의에 불참했다.

문체위 민주당 간사인 박정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징벌적 손배액의 상·하한 범위, 손해배상액 기준이 되는 언론사 매출액 기준 등은 의견 차가 있어 좀 더 검토해볼 예정”이라며 “나머지 부분은 별다른 의견이 없어 원안대로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여당은 다음 주 상임위를 열어 법안 심사를 이어간 뒤 빠르면 오는 23일 본회의에서 개정안을 처리할 전망이다. 박 의원은 “야당이 심사를 거부한다면 단독 의결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정권 말 심각한 언론개악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문체위 소속인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여야 간 사전 협의도 없이 안건조차 정하지 않고 여당 단독으로 소위를 기습 소집했다”며 “민주주의의 초석인 언론중재법 문제를 기습적으로 비밀리에 처리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라고 말했다.

”비판 언론에 대한 위축 효과 노리는 법... 위헌 소지 커”

문체위에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포함해 현재 35건의 언론 관련 법안이 발의되어 있다. 징벌적 손배제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피해를 볼 경우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손해배상을 물리고, 정정 보도를 할 경우 1면이나 첫 보도와 같은 분량으로 같은 위치에 보도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부터 논의가 됐지만, ‘과잉 입법’이라는 지적과 함께 언론의 비판 기능을 무력화하는 법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여당은 이날 여러 개정안에 담긴 내용을 종합한 대안을 만들어 공개했다. 여당은 “(징벌적 손배제는) 미국에도 있다”며 밀어붙이고 있지만, 미국도 모든 주에서 채택하지는 않았다. 황성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는 미국과 달리 형법에 명예훼손죄 모욕죄가 있기 때문에 이를 그대로 둔 채 도입하면 명백한 과잉 규제”라며 “우리 법의 취지는 언론의 자유와 인격권을 균형 맞추려 한 건데, 이 정권에서 그 균형을 깨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문체위에 회부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는 징벌적 손배제 외에 이른바 ‘가짜 뉴스’(허위·조작 정보)를 법으로 정의하고, 언론중재위에 조사권을 부여하는 등 정부나 언론중재위의 심판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통과될 경우, “정치인이나 공인, 국가 기관이 가장 큰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야당은 현재 이러한 내용에 대한 정밀 심의를 요구하고 있다. 황근 선문대 교수는 “앞으로 조금이라도 문제의 소지가 있으면 보도를 안 하는 이른바 ‘위축 효과’로 인해 국내 언론의 비판 기능이 현저히 약화될 것”이라며 “대형 언론도 문제겠지만, 중소 언론은 생존 자체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좋아요' ‘싫어요’로 언론 편 가르겠다는 정부

ABC협회 부수 공사 부실 논란 이후, 정부 광고법 개정안도 잇따라 발의됐다. ‘미디어 바우처법’의 경우 전체 바우처 액수의 25%에 해당하는 ‘마이너스 바우처’를 별도로 지급해 독자들이 좋아하는 신문에는 일반 바우처를, 마음에 들지 않는 신문에 마이너스 바우처를 사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체부 장관은 신문사가 받은 바우처 총액에서 마이너스 총액을 뺀 금액을 정산해 해당 액수만큼 정부 광고를 집행하는 방식. 정부 광고를 미끼로 국민에게 ‘좋아요’와 ‘싫어요’ 투표를 하게하고, 이를 통해 언론을 줄 세우겠다는 발상이다. 지성우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바우처를 이용한 신문 영향력 평가는 시장이 평가할 일을 인기 투표로 하겠다는 말로 친여(親與) 단체에 의해 왜곡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번 언론 관련 법안들은 통과되어도 헌법재판소에서 대부분 위헌 판결이 날 텐데, 그 비용 손실은 입법한 사람들이 책임질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편집위원회 의무 설치 규정은 또 들어갔다. 이 조항은 2004년과 2009년 과거 신문법 개정안에도 포함됐다가 삭제된 규정. 이 외에 신문 유통 부수 확인을 위해 신문 지면에 바코드를 인쇄하는 법안 등 기술적으로 도입하기 힘든 법안들도 올라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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