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프리즘] 소아마비 백신과 루스벨트 대통령
백신 개발 프로젝트 적극 지원
두 가지 백신 전세계 공급 업적
현재 환자 수백명뿐 종식 눈앞
국제화로 세계가 일일생활권으로 연결될 것 같더니 코로나 팬데믹으로 다시 20세기 중반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다행히 백신이 개발돼 긴급사용이 승인되면서 사회가 차츰 안정을 찾아가고 나라마다 조금씩 빗장이 풀리는 듯하더니, 최근 들어 델타 변이주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다시 2차 팬데믹 우려가 현실화될 조짐이다.
1921년 당시 프랭클린 루스벨트도 38세에 소아마비에 걸려 물리치료를 받았으나 결국 하반신 불수의 소아마비 장애인이 됐다. 이후 그는 평생을 휠체어에 의지해 생활할 수밖에 없었지만 자신의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고 1928년 뉴욕주지사에 당선됐고, 1932년 미국의 32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그는 4선 재임 중 63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가장 어려운 시기에 미국을 이끈 위대한 대통령으로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와 존경을 받았다. 그는 재임 기간 뉴딜정책으로 1940년 대공황을 성공적으로 극복했으며, 영국의 처칠 수상과 손을 잡고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장본인이기도 했다.
루스벨트 대통령의 또 하나의 업적이라면 바로 소아마비 백신 개발에 공헌한 것이다. 2선 재임 시절 그는 소아마비 퇴치를 위해 모금운동을 펼쳤고, 모인 성금으로 소아마비 환자를 돌보는 호흡보조기구를 개발했다. 그리고 소아마비 백신개발 프로젝트를 적극 후원했다. 덕분에 조나스 솔크 박사는 원숭이 신장세포 배양을 통해 소아마비 바이러스를 대량생산하고, 포르말린으로 감염성을 없앤 불활화 소아마비 백신(IPV)을 개발해 1955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몇 년 후 알버트 사빈 박사가 경구용 소아마비 백신(OPV)을 개발하고, 싱가포르와 러시아에서 대규모 임상을 거쳐 1961년 FDA 승인을 받으면서 IPV-OPV 두 가지 소아마비 백신이 전 세계에 공급됐다.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에 따르면 1979년 미국을 필두로 유럽과 동남아를 거쳐 2020년에는 아프리카 전역에서 소아마비가 종식됐고, 2020년 말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에만 수백 명의 환자가 남아 있어 머지않아 소아마비도 천연두처럼 지상에서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루스벨트 대통령이 소아마비 환자가 됐을 때 그의 정치 생명은 끝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보통사람과는 다른 선택을 했고, 결국 역사에 길이 빛나는 업적을 남긴 대통령이 됐다.
유대인으로 나치 강제수용소에서 살아남은 빅터 프랭클은 그의 책 ‘죽음의 수용소에서’에서 극한 상황에서도 자극과 반응 사이 선택의 자유가 있고, 그 선택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고 이야기한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는 프리드리히 니체의 말처럼, 어쩌면 최악의 상황이 우리 속에 내재된 초인적 능력을 끄집어내는 기회가 아닐까? 삶에서 겪는 크고 작은 역경이 어떤 사람에게는 걸림돌이 되는가 하면 어떤 사람에게는 디딤돌이 돼 세상을 이끄는 지도자가 되기도 한다. 리처드 바크는 그의 책 ‘갈매기의 꿈’에서 난관을 극복하고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고 했다. 스티브 잡스가 남긴 말 “Stay hungry! Stay foolish!(안주하지 말고, 늘 우직하게)!” 최근 회자되는 ‘결핍이 경쟁력’이란 말이 새롭게 마음에 와 닫는다.
배용수 성균관대 교수 생명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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