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에 난 털로 소리 듣는 랍스터, 짝짓기 땐 저주파로 '으르렁'

조홍섭 2021. 7. 8.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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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바닷가재(랍스터)가 짝짓기와 영역 다툼 때 저주파를 이용해 소통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소리를 듣는 기관도 이제까지 짐작한 더듬이가 아니라 온몸에 돋은 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 지지켈 미국 우즈홀 해양연구소 박사후연구원 등은 8일 '실험생물학 저널'에 실린 논문에서 "미국바닷가재가 몸 표면의 센털로 저주파 소리를 감지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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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저주파로 소통 첫 확인..해양개발 소음 피해 우려
깊은 바다의 차고 맑은 물에 서식하는 바닷가재는 양식이 안 돼 대부분 미국과 캐나다에서 수입한다. 길이 64㎝ 무게 20㎏까지 자라는 최대 갑각류인 미국바닷가재가 소리로 소통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미국바닷가재(랍스터)가 짝짓기와 영역 다툼 때 저주파를 이용해 소통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소리를 듣는 기관도 이제까지 짐작한 더듬이가 아니라 온몸에 돋은 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바닷가재를 요리할 때 불필요한 고통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바닷가재가 소리를 민감하게 듣는다는 사실은 풍력발전소 건설 소음 등 해양의 인위적 소음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얹고 있다(▶새우부터 고래까지 ‘인간들아, 시끄러워 못 살겠다’).

유엔 지지켈 미국 우즈홀 해양연구소 박사후연구원 등은 8일 ’실험생물학 저널‘에 실린 논문에서 “미국바닷가재가 몸 표면의 센털로 저주파 소리를 감지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지켈 박사는 “바닷가재가 소리를 감지하는 주파수 영역은 이들이 윙윙거리는 소리의 범위와 중복된다”며 “이것은 바닷가재가 소리로 소통할 수 있음을 뜻한다”고 이 연구소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지지켈 박사 등은 지난해 수컷 바닷가재끼리 싸울 때 윙윙대는 소리를 낸다는 사실을 밝히고 소리를 통한 의사소통의 가능성을 제시했는데 이번에 그 증거를 제시했다. 바닷가재는 250㎐ 이하의 소리를 감지하고 특히 싸울 때 내는 소리의 범위와 일치하는 80∼120㎐의 저주파에 민감했다.

바닷가재 수컷은 큰 집게와 오줌 속 페로몬으로 경쟁상대를 제압하는데 윙윙거리는 소리도 한몫을 한다.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 제공.

이제까지 바닷가재는 시각과 화학물질로 소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컷은 몸집과 집게가 얼마나 큰지 과시하고 오줌과 함께 페로몬을 방출해 이를 기억한 상대가 다음에 만났을 때 또 싸우지 않고도 우열을 가리게 된다.

이번에 발견된 저주파 소리도 페로몬과 마찬가지 기능을 해 불필요한 싸움과 부상을 막아주는 기능을 할 것이라고 연구자들은 보았다. 암컷도 수컷도 비슷한 소리를 냈는데 배갑에 품은 알이나 영역을 지키는 데 쓴다.

바닷가재가 소리를 듣는 기관이 털이란 사실은 예상 밖 결과였다. 지금까지는 갑각류의 더듬이 밑부분에 있는 평형포라는 몸의 균형을 잡는 감각기관이 소리도 들을 것으로 추정해 왔다.

바닷가재가 소리를 듣는 감각기관은 이제까지 제2 더듬이 밑부분의 평형포로 알려졌지만 이번 연구에서 온몸에 난 큐티클 털로 밝혀졌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그러나 바닷가재의 뇌 근처에 전극을 놓고 소리에 뉴런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살펴본 이번 연구에서 소리를 듣는 기관이 온몸에 난 큐티클로 된 작은 털로 밝혀졌다. 연구자들은 “이런 결과는 이제까지 알던 것보다 많은 무척추동물이 듣는 능력을 보유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논문에 적었다.

해양동물 가운데 포유류와 어류가 소리로 소통한다고 알려졌지만 갑각류는 소리를 낼 수는 있지만 들을 기관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듣기 위해서는 음압을 감지할 수 있는 물고기의 부레 같은 가스로 찬 기관이 있어야 하는데 뜻밖에 몸에 난 털이 그 기능을 대신했다. 많은 해양 무척추동물에 털이 있다.

문제는 사람이 바다에서 내는 소음이 대부분 1㎑ 미만의 저주파여서 바닷가재의 가청범위와 겹친다는 사실이다. 지지켈 박사는 “해상 풍력발전단지를 건설하기 위해 파일을 박을 때 내는 소음이 바닷가재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평가하는 게 아주 중요하다”고 말했다.

알을 밴 바닷가재 암컷은 두 번째 꼬리지느러미를 조금 잘라 표시를 하고 이후 포획을 하지 못하도록 규제한다.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 제공.

바닷가재는 서식조건이 까다롭고 성장 기간이 길어 양식이 되지 않아 전량 어획하는데 미국에서는 가장 중요한 어족자원으로 2019년 생산액은 6억3000만 달러에 이른다. 우리나라는 미국·캐나다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이후 수입이 급증해 코로나 사태로 소비가 급감하기 직전인 2019년 1억2300만 달러어치를 수입했다.

인용 논문: 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 DOI: 10.1242/jeb.240747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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