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 팬덤 어찌하나 '윤석열의 딜레마' [여의도'톡']

심진용 기자 2021. 7. 8. 16:5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여의도‘톡’] “정치권 뉴스의 조금 다른 의미, 뒷 이야기들을 찾아가는 코너입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중식당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오찬 회동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답변 마십쇼 좌팝니다” 커지는 윤석열 강성 팬덤 목소리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강성 팬덤’의 딜레마를 벗어날 수 있을까. 대권으로 향하는 유력 주자에게 강성 지지층의 존재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때로는 이들의 존재가 부담이 된다. 강성 지지층의 원색적인 발언이나 거친 행동이 부각될수록 중도층의 비호감도는 올라가고 표심은 멀어진다. 중도 외연 확장을 강조하는 윤 전 총장 입장에서는 극보수 색채가 뚜렷한 이들 강성 지지층의 존재가 더 부담스러울 수 있다.

“답변하지 마십쇼. 좌팝니다.”

윤 전 총장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7일 회동한 직후 기자들과 질의응답하는 과정에서 돌출된 한 지지자의 발언이다. 한 기자가 윤 전 총장 장모 관련 질문을 하자 한 지지자가 취재진을 밀치고 취재진의 카메라를 막아섰다. 또다른 지지자는 윤 전 총장에게 다가가 “답변하지 마십쇼. (발언자가) 좌파입니다”라고 소리쳤다. 이 같은 장면은 현장 취재진의 카메라를 통해 고스란히 노출됐다.

윤 전 총장 측은 “캠프와 전혀 무관한 돌발적인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다. 윤 전 총장 캠프 관계자는 8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질의응답 전부터 윤 전 총장 지지자들이 강경한 내용의 피켓 등을 들고 나와 있었다”며 “자제를 부탁드렸는데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7일 상황은 예견된 사고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전 총장이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지난달 29일 행사장인 서울 서초구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으로 향하는 150m 거리에는 170개 화환이 늘어섰다. 화환에는 “윤석열은 제2의 박정희” “구국의 일념으로 전진하시라” “주사파 조폭 사기꾼 중공공산당 소굴 더불어공산당 소탕해주세요” 같은 문구들이 보였다. 매헌기념관 앞 곳곳에는 “못살겠다 갈아보자” “윤석열 총장님 이나라를 구하소서” “구하자 대한민국” 등의 현수막이 내걸렸다. 한 택시 운전사가 기념관 앞을 지나며 윤 총장을 큰 소리로 비판하자 마이크를 잡은 지지자가 “(문)재인이 왔어?”라고 대꾸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과거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태극기부대’ 집회를 방불케 한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이 첫 민생행보에 나선 지난 6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펼쳐졌다. 엄숙한 곳이니 구호를 자제해 달라는 현충원 측 만류에도 불구하고 지지자들은 “윤석열 대통령”을 연호했다. 한 지지자는 “부정선거를 밝히셔야 대통령이 되신다”고 수차례 소리쳤다. 국민의힘에서도 오래전 선을 그은 4·15 총선 부정선거 주장이 윤 전 총장의 민생 행보 현장에서 터져나온 것이다.

중도 확장을 강조하는 윤 전 총장 입장에서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것은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전 총장 측도 이를 모르지 않지만 뾰족한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열성적으로 지지해 주시는 분인데 강하게 제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에선 윤 전 총장이 이 같은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중도 확장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행보와 발언을 보면 ‘우파 본색’에 가깝다는 것이다. 출마 선언문에서 ‘약탈’ ‘망상’ ‘독재’ 등 표현을 동원해 문재인 정부를 맹비난했고, 이재명 경기지사와의 ‘미 점령군’ 용어 논쟁에서는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한다”며 색깔론에 가까운 공세를 펼치기도 했다. 극보수 성향의 강성 지지층들에게 ‘사이다’ 같은 발언이 윤 전 총장 본인의 입에서 연일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