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감염에도 백화점·쇼핑몰은 여전히 '무방비'.. 식당가 북적, 체온 측정도 허술

이은영 기자 2021. 7. 9.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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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비상' 여의도 쇼핑몰, 체온측정 없이 입장해도 속수무책
현대百 무역센터점 관련 확진자 80명.. 이용객도 5명 확진
전문가 "사각지대 우려.. 방역 강화 미루지 말아야"

지난 8일 오후 6시 서울 여의도 IFC몰. 쇼핑몰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 바로 앞에 체온 측정기가 세워져 있었지만, 정작 체온 검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체온을 확인하려면 에스컬레이터 앞에 몇초가량 서서 기다려야 했는데, 많은 이용객들은 체온 측정 없이 바로 에스컬레이터에 탑승했다.

체온 측정기 옆에 안내 직원의 것으로 보이는 테이블과 의자가 있었지만 자리는 비워져 있었다. 체온 측정이나 손소독을 하지 않아도 아무런 제지 없이 쇼핑몰에 입장할 수 있는 셈이었다. 지하 식당가에서 확진자가 나온 영향으로 쇼핑몰 내부가 붐비진 않았지만 일부 매장 앞엔 이용객들이 줄지어 대기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지난 8일 오후 6시 30분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IFC몰 출입문 에스컬레이터 앞에 체온측정기와 손소독제가 비치돼 있는 모습. 바로 옆 안내 직원의 자리는 텅 비었다. /이은영 기자

최근 대형 쇼핑몰과 백화점, 마트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잇따라 나오면서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이곳엔 하루 수만명의 이용객이 오가는 데다 내부에 식당들이 밀집해 있지만, 출입명부 작성 의무 시설이 아닌 탓에 방문자 확인이 어렵다.

이 때문에 시설에서 확진자가 나오더라도 방역당국은 재난문자를 통해 특정일 방문자에게 코로나 진단검사를 받으라는 안내만 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방역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코로나 비상’ 걸린 여의도, 백화점·쇼핑몰 출입 관리는 ‘제로’

실제로 지난 8일 오후 여의도를 포함한 영등포구의 대표적인 백화점과 쇼핑몰들을 방문해보니 체온 측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식당가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동선을 파악할 수 있는 QR코드 인증도 의무 적용 대상이 아닌 탓에 이뤄지지 않았다.

IFC몰 바로 옆에 위치한 대형 백화점인 더현대서울도 방역에 구멍이 뚫린 모습이었다. 1층 출입문마다 체온 측정기와 안내 직원이 배치돼있긴 했지만 식당가가 문제였다. 지하1층에는 식당가와 마트가 함께 있는데, 식당 방문객들은 지하 1층 한가운데 위치한 개방된 공용 취식공간에서 마스크를 벗고 식사를 하고 있었다.

지난 8일 오후 6시쯤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서울 지하1층 식당가 취식공간. /이은영 기자

이들은 식당 방문 시 출입명부를 작성하지만, 식당을 이용하지 않는 다른 이용객들과 마트 방문객들은 명부 작성 없이 이들과 같은 공간에서 뒤섞인 모습이었다. 전날 오후 6시쯤 이곳 취식공간 테이블은 80%가량 차 있었다. 확진자가 나와 매장이 폐쇄됐던 영등포 롯데백화점도 각 출입문에 직원 없이 손소독제와 체온측정기만 한 대씩 비치돼 있는 상태였다.

◇백화점·쇼핑몰 감염 잇따라… 현대百 이용객 확진자도

9일 서울시에 따르면, 강남구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관련 확진자는 전날 오후 6시 기준 총 8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4일 지하 1층 식품관에서 근무하는 협력업체 직원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후 직원과 지인을 중심으로 감염이 번졌는데, 감염자 가운데 백화점 이용객도 5명 있는 것으로 이날 확인됐다.

방역당국은 백화점 종사자 3615명을 상대로 전수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6일까지 이곳 방문자들에게 코로나 진단검사를 받도록 안내했다. 이 기간 현대백화점을 다녀간 방문자는 약 19만명으로 추산된다.

지난 8일 오후 7시쯤 서울 영등포구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출입문에 방역수칙 안내문이 붙어있다. 내부 출입문에는 체온측정기와 손소독제만 비치돼있었다. /이은영 기자

앞서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은 지난 5일 매장 직원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해당 매장을 폐쇄, 잠실점에서도 지난 6일 같은 이유로 일부 매장이 폐쇄됐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는 지난 2일 식품관 직원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당일 매장 영업이 중단됐다. 서울 성동구 이마트 본사에서도 지난 2일부터 나흘 동안 직원 4명이 확진돼 지난 5일 문을 닫고 전 직원을 상대로 진단검사를 진행했다.

◇전문가 “전자출입명부 도입하고 식당가 취식 제한해야”

전문가들은 정확한 역학조사와 방문객 인원 조절을 위해 전자출입명부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오후 6시 30분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IFC몰 애플 매장 앞에 이용객들이 줄지어 서 있다. IFC몰은 음식점에서 확진자가 나와 영업이 중단됐었다. /이은영 기자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일반식당과 비교했을 때 백화점과 쇼핑몰, 마트가 불특정 다수가 훨씬 많이 오는 곳인데 왜 출입명부 작성을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백화점이나 쇼핑몰 내부 식당에서는 QR코드 인증을 한다지만, 식당 이용객들은 탁 트인 곳에서 식사를 하고 QR코드 인증을 하지 않은 다른 이용객들이 같은 공간을 공유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어 “백화점들은 방문객 QR코드 인증 때문에 오히려 더 붐빌 수 있다고 말하는데, 모든 출입문에서 QR코드 인증이 가능하도록 하면 된다. 어차피 서서 체온 측정도 해야 하는데 그 시간에 인증을 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식당가를 위주로 방역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새 거리두기 4단계일 때엔 내부 취식을 지금보다 제한해야 한다고 본다”며 “좌석 간격을 띄우고 칸막이 설치를 적극적으로 하는 등 밀집도를 최대한 낮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가급적이면 포장 위주로 이용할 수 있게끔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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