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스텔스 제로센' 꿈꾸는 일본.. 한국 공군 압도한다 [박수찬의 軍]

박수찬 2021. 7. 1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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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미국과 함께 공동개발한 F-2 전투기가 훈련을 위해 비행하고 있다. 록히드마틴 제공
2030년대 공중전을 준비하는 일본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1980년대 미국과 일본이 공동 개발한 F-2 전투기를 대체하고, 자국 방위산업 연구개발 기반을 유지하기 위한 6세대 스텔스 전투기 개발에 팔을 걷어붙이는 모습이다. 

개발과정에서 최대의 난관으로 꼽혔던 엔진 분야도 국제 공동 개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항공우주 분야 선진국들을 끌어들여 신뢰성 높은 첨단 기술을 확보하고, 개발 리스크를 낮추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을 공포에 떨게 했던 ‘제로센’의 뒤를 이은 ‘21세기 스텔스 제로센’이 등장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적지 않다. 4.5세대 KF-21 개발을 진행중인 한국과 기술적 격차를 더욱 벌리는 모양새다.

◆첨단 엔진 공동개발로 기술·재정적 이익 노려

일본 아사히신문은 지난달 영국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당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만나 2035년 실전배치될 예정인 일본의 6세대 전투기 탑재 엔진 공동개발을 논의했다고 지난 3일 전했다. 

신문은 같은달 하순 방위성 관계자가 영국을 방문, 엔진을 포함한 관련 협력에 대해 협의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협력이 실현되면 영국 엔진 업체 롤스로이스가 참여할 전망이다. 롤스로이스는 영국의 6세대 전투기 ‘템페스트’에 탑재할 엔진을 개발하고 있다.
일본 방위성이 공개한 6세대 차기 전투기 상상도. 세계일보 자료사진
롤스로이스의 참여는 영국과 일본 양측에 상당한 기술적·재정적 이점을 제공한다. 

일본은 1970년대 F-1 공격기를 자체적으로 만드는 등 전투기 개발에 있어 상당한 경험을 쌓았다.

하지만 전투기에 쓰이는 엔진은 외국 제품에 의존해왔다. 한때 일본 항공우주산업 기술의 결정체로 불렸던 F-2도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엔진을 썼다.

일본은 지난해 6세대 전투기 체계개발을 결정하면서 엔진과 전자장비 등은 비용 및 개발 리스크 경감을 위해 국제공동개발 가능성을 열어놨다. 

첨단 기술이 대거 사용되는 6세대 전투기 엔진 개발에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이를 영국과 일본이 분담해 공동개발하면 양국은 6세대 전투기에 걸맞는 첨단 엔진을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얻을 수 있다.

‘템페스트’ 탑재 엔진 개발을 주도하는 롤스로이스는 타이푼 전투기 등 다수의 국제공동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다양한 기종의 전투기나 민항기에 자사 엔진을 체계통합한 경험이 풍부하다. 
영국이 개발중인 6세대 전투기 ‘템페스트’의 상상도. 세계일보 자료사진
F-1 개발에 성공한 후 40여년 만에 일본 기업이 중심이 돼 추진하는 전투기 개발 사업에 롤스로이스가 참여한다면, 일본은 전투기 개발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엔진 기술 리스크를 줄이는데 도움을 얻게 된다.

록히드마틴과 롤스로이스라는 글로벌 항공우주산업체의 높은 신뢰성은 전투기 개발 과정을 바라보는 외부의 불안한 시선을 잠재우는 부수적 효과도 있다.

전투기의 대당 가격 인하도 노려볼 수 있다. 일본 차기 전투기가 우수한 성능을 확보해도 F-35처럼 해외에 수출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항공자위대가 도입할 90대 외에는 추가 생산물량을 확보할 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대량생산을 통한 단가 하락을 꾀할 수 없다면, 외부의 투자를 통한 비용분담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일본이 미국 록히드마틴을 기술협력업체로 선정한 상황에서 롤스로이스까지 협력 범위를 넓히는 이유 중 하나다.

변수도 있다. 엔진은 전투기에 동력을 공급하는 만큼 동체와 전자장비, 엔진 간의 유기적인 결합이 필수다. 기술협력업체인 미국 록히드마틴, 전투기 개발을 주도할 일본 미쓰비시 중공업에 롤스로이스까지 참여하면 엔진 개발과정에서 혼선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KF-21 전투기가 지난 4월 출고식을 앞두고 지상에서 대기하고 있다. 방위사업청 제공
◆일본, 첨단 기술 도입 지속…한국 우위 ‘흔들’ 

일본은 인공지능(AI)을 탑재한 무인기 개발도 추진 중이다. 무인기는 6세대 전투기보다 앞서 비행하면서 위험을 조기에 탐지하는 역할을 한다. 

적 전투기나 미사일을 신속하게 탐지해 조종사에게 경보를 전달하면, 조종사는 전투에 대비할 충분한 시간을 얻게 된다. 

새로 개발될 무인기가 날씨와 지형에 따라 자율비행을 할 수 있다면, 6세대 전투기와 무인기가 결합한 유·무인 복합체계를 구성할 수 있다. 

항공자위대가 운용중인 기존 전투기의 공격력 강화도 진행중이다. F-15 전투기에 미국산 장거리 공대지 무기를 장착하려는 계획은 관련 비용이 당초 예상의 3배에 달하면서 난관에 직면했다.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은 자국산 무기 개발이다. 육상자위대 12식 지대함미사일 사거리(200㎞)를 1500㎞까지 연장해 함정이나 전투기에 탑재하는 계획이 진행중이다.
미 공군 F-35A에 탑재되는 엔진이 성능 점검을 위해 가동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공중발사형 미사일 개발이 완료되면 F-2나 차기 전투기에 이를 탑재할 가능성이 있다. F-35A 스텔스 전투기에는 노르웨이산 NSM(사거리 500㎞)이 장착된다. 

일본은 장거리 미사일 도입에 대해 자위대원의 안전을 확보하면서 상대방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으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원거리 타격이 가능한 미사일 도입은 적 기지 공격능력을 보유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많다. 공격을 받기 전에 상대국 거점을 타격하는 적 기지 공격능력 확보는 유사시 선제공격을 하려는 것이라는 논란을 빚고 있다.

일본의 이같은 움직임은 이웃 국가인 한국에 잠재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특히 한국 공군이 일본 항공자위대보다 우위에 있던 전략적 타격능력도 힘을 잃을 수 있다.
미 공군 F-35A 전투기에서 발사된 공대공미사일이 가상 표적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국 공군은 일본에 비해 장거리 지상공격 능력이 강했다. F-4에서 쓰이는 팝아이 미사일과 F-15K에 탑재되는 타우러스 미사일, 슬램 이알 미사일은 공중전 능력에 한정되어 있던 일본 항공자위대가 갖추지 못했던 전략적 타격능력을 한국 공군이 확보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일본이 장거리 공대지, 공대함 무장을 본격적으로 갖추면 한국 공군은 예전같은 우위를 누리기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상황에서 신형 공대지, 공대함 무장을 장착할 수 있는 플랫폼은 KF-21 ‘보라매’ 전투기다. KF-21 블록1은 2026년까지 개발할 예정이다. 이후 2028년까지 공대지 무장을 겸비한 블록2를 만들 계획이다.

KF-21 블록1이 본격적으로 양산되어 한국 공군에 전력화되면, 일본의 차기 전투기도 그 모습을 드러낸다. 2030년대부터 활동할 일본 6세대 전투기와 KF-21의 성능은 격차가 상당하다.
한국 공군 F-15K 전투기에서 타우러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조금이라도 성능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이같은 문제 의식과 무관치 않다.

말 그대로 항공무장을 ‘골라 잡을 수 있는’ 프랑스 라팔 등 외국 기종과 해외 시장에서 경쟁하는 것도 쉽지 않다. 

기술적 격차를 최소화해 공중 전투력과 수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KF-21 블록1에도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등 전략무기 탑재를 서둘러 KF-21의 성능을 최대한 높이는 방안을 조기에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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