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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는 SMR③] 원전 개발 잔혹사..산업부-과기부 이기주의 있었다

유준상 입력 2021. 07. 10.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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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SMR 스마트 날개 자른 산업부
부처 간 칸막이 속 미묘한 경쟁심리
i-SMR 국내 건설 안 하면 수출 어려워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좌)와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각 부처

한국은 일찍이 SMR 개발에 성공해 세계 최초 표준설계인가(2012년)를 받고도 아직까지도 상용화에 이르지 못했다. 다시 시간과 비용을 들여 '혁신형 SMR(i-SMR)' 기술 개발에 나선 상황이지만 결국 무섭게 치고 올라온 후발국들에 주도권을 내준 처지다. 기회를 방치했다는 지적과 함께 그 원인에 대한 관심도 모아지고 있다.


10일 다수 원자력계 종사자 설명을 종합해보면, 이런 사태 이면에는 산업통상자원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간 조직 이기주의, 이에 따른 연구계와 산업계의 의견 대립이 있었기 때문으로 귀결된다. 원전 상업화와 수출은 산업부가, 기술개발은 과기부가 주도하고 있어 SMR 전 과정을 통제할 컨트롤타워가 부재하다.


데일리안 취재 결과, 실제로 과거 이같은 우려가 현실이 되면서 SMR 상용화와 수출 기회를 놓친 것으로 확인됐다. 한 원자력계 원로는 "SMART가 전세계 최초 표준설계인가를 받았음에도 산업부는 SMART의 개발, 국내 건설, 수출에 배타적이고 비협조적으로 나왔다"며 "자신의 사업영역을 침범하고 APR1400 수출에 방해가 된다는 경쟁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SMART' 싹 자른 산업부

1990년대 초 산업부와 한국전력(KEPCO)은 개량형원자로(이후 APR1400으로 명명) 개발과 국내건설, UAE 수출사업에 나섰다. 반면 과기부와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은 혁신형원자로(이후 SMART로 명명) 개발, 해외수출사업, 요르단연구 등을 주도했다. 각기 다른 모델의 수출사업 추진과정에서 부처 간 칸막이로 인해 미묘한 갈등이 발생한 것이다.


산업부는 특히 SMART 상용화를 위한 첫 단추인 국내 실증로 건설(SMART-Pilot Plant)과 이를 위한 부지 확보에 강하게 반대했다고 전해진다. 원전은 설계인증을 받아 성능과 안전성을 인정받아도 실제 건설 모델이 없으면 사실상 수출이 불가하다. 산업부는 한전과 함께 추진한 대형원전(APR1400) 건설에는 적극 나섰지만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SMART 실증로 건설에는 부정적이었다.


당시 원자력연구원은 산업부 측에 '국내 건설을 한 차례라도 해야 수출에 성공할 수 있다. 면적도 크게 필요 없으니까 월성원전 유휴부지라도 내달라'고 수차례 요청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부는 '우리나라에 SMART를 건설할 수 없다'며 건설 허가를 단 한 차례도 내주지 않았다고 알려졌다.


SMART는 국내 실증로 건설에 실패하면서 결과적으로 상용화 및 수출 적기를 놓치게 됐다. 우리나라는 2015년 사우디와 스마트 동반자 협력을 맺고 사우디로부터 투자비 1억 달러까지 지원받았다. 하지만 SMART의 국내 실증로의 부재와 우리나라 인허가 기관이었던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비협조적인 태도 등으로 수출이 지연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에 대해 과기부 관계자는 "2010년대 초반에 있었던 일이라 그 부분에 대해 정확한 내용을 알지 못한다"며 "다만 그 시절 한전이 SMART 개발에 참여했었는데 2012년 SMART 표준설계인가를 받은 이후 사업에서 빠진 것으로는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확실한 건 지금은 산업부와 과기부가 SMART 표준설계 변경인가, i-SMR 연구개발 모두 협력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산업부 관계자는 "관련 문의 소관 부처가 과기부이니 과기부 입장으로 갈음하겠다"고 말했다.

"i-SMR 국내 건설 안 하면 수출 어려워"…제 덫에 걸린 산업부

다시 시간과 비용을 들여 '혁신형 SMR(i-SMR)' 기술 개발에 나선 상황이지만 결국 상용화를 앞둔 후발국에 추월당하면서 자성론이 제기되고 있다. SMR 시장은 먼저 성공하는 쪽이 시장 주도권을 가져가기 때문에 어느 분야보다도 '타임 투 마켓(Time to market)'이 중요한 요소다.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등 국가마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개발-건설-상용화에 탄력이 붙고 있다.


한 원자력계 종사자는 SMART 실증로 건설을 막아섰던 산업부의 셈법이 복잡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SMART 모델 실증로를 허용하지 않았기에 i-SMR의 실증로를 국내에 건설하면 형평성 논란을 초래하는 데다 탈원전 정책에도 위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 10년간 뼈를 깎는 노력으로 i-SMR 개발에 성공해도 실증로가 없다면 사실상 수출이 된다는 보장이 없다. 산업부가 놓은 덫에 스스로 걸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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