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액만 44.5조원..서민 좀먹는 '사기 범죄' 강력 대응 요구

이관주 2021. 7. 10.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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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상반기 특별단속 통해 2만9000명 검거
보이스피싱·인터넷사기·보험사기 등
유형 가리지 않고 활개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서민 생활을 좀먹는 '사기 범죄'가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해마다 사기 사건의 발생 건수와 피해액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고, 사기의 유형도 사이버사기·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보험사기 등 유형을 가리지 않는다. 이 같은 사기 범죄를 막기 위해 '신상공개'를 비롯한 강력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브레이크' 없는 사기범죄…작년 피해액만 44조원

경찰청에 따르면 국내 사기범죄 건수는 2018년 26만7419건에서 2019년 30만2038건, 지난해 34만5005건 등 매년 4만건씩 늘었다. 특히 지난해 사기 범죄로 인해 발생한 재산피해액은 44조5843억원으로, 전년(24조2057억원) 대비 84% 증가했다. 이 가운데 피해액 1000만원 이하 사건이 55%를 차지해 소액의 사기사건이 다수 발생함에 따라 피해액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2월부터 지난달까지 5개월간 ‘상반기 사기범죄 특별단속’을 전개해 2만9881명을 검거하고 1929명을 구속했다. 범행 유형별로는 사이버사기가 1만2084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1만1248명, 보험사기 5602명, 교통사고 보험사기 659명, 전세사기 168명 등 순이었다.

경찰은 이 기간 대포폰·대포통장·전화번호 변작 중계기·불법환전행위 등 전기통신금융사기 4대 범행수단도 집중 단속해 3359명을 검거(구속 116명)하고, 대포폰 등 3만1617개와 불법 환전금액 312억원을 적발했다. 강원경찰청 보이스피싱수사대는 국내 최대 규모인 1조4000억원대 대포통장을 공급한 조직의 핵심 조직원 10명을 구속하고 하부조직원 등을 포함해 총 82명을 검거했다.

1조4천700억원에 달하는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과 사이버도박, 인터넷 물품 사기 등 각종 범죄 피해금이 흘러 들어간 전국 최대규모 대포통장을 유통한 조직이 일망타진됐다.[사진제공=강원경찰청]

보이스피싱·인터넷사기·보험사기까지…유형 안 가리는 사기범들

사기 범죄의 단골 손님인 '보이스피싱'은 여전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2014년 12월부터 최근까지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 "범죄 연루 여부를 판단해야 하니 금감원 가상계좌로 입금하라"고 속여 262명으로부터 총 10억5000만원 상당을 편취한 콜센터 상담원 등 전화금융사기 피의자 35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26명을 구속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도 금융기관 직원을 사칭, 피해금 50억원 상당을 환전상을 통해 총책에게 송금한 국내 보이스피싱 조직 송금책 등 6명을 검거해 4명을 구속했다. '공공기관 사칭형' 보이스피싱에 속는 경우가 여전하다는 방증이다.

사기 범죄는 보이스피싱에 국한되지 않는다. 경기 의정부경찰서는 반복적으로 고의 교통사고를 유발하고 허위·과장 입원하는 방법으로 6억원 상당의 보험금을 거짓으로 타낸 피의자 75명 검거했다. 전형적인 교통사고 보험사기 수법이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오피스텔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피해자 17명으로부터 보증금 20억원 상당을 가로챈 피의자 4명을 검거해 3명을 구속했다. 오피스텔 전·월세 사기의 경우 청년·서민층을 노린 범죄가 주를 이루는 만큼 비난 가능성이 크다.

사기 수법도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정보통신망의 발달이 가장 큰 요인이다. 실제 경기북부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전자복권 베팅 투자 리딩을 해주겠다며 사기 사이트로 유인, 고액의 수익금에 당첨된 것처럼 보여주며 수익 환급금 명목으로 171명으로부터 60억원을 가로챈 범죄조직 총책 등 15명을 검거해 전원 구속했다. 가짜 사이트 접속을 유도한 뒤 돈을 가로챈 방식이다.

특히 올해에는 가상화폐 관련 사기가 기승을 부렸다. 자체 발행한 가상화폐에 투자하면 원금 보장과 함께 고수익을 지급하겠다고 속여 6만9000여명으로부터 3조8500억원 상당을 가로챈 '브이글로벌' 사건이 대표적이다.

제도 정비·국제공조 강화…신상공개 강화·전담조직 신설 목소리도

경찰은 이러한 사기 범죄 실태에 맞춰 다양한 방면으로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먼저 범죄 의지를 원천 차단하고 실질적인 피해 회복이 될 수 있도록 '범죄수익추적' 수사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 기간 범죄수익 환수를 위한 몰수·추징 보전금액은 전년 대비 238배나 증가한 4315억원에 달했다.

아울러 코로나19로 국제공조가 어려워진 환경에서도 상반기 중 사기 국외도피사범을 전수조사해 445명을 신규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해외로 도피한 사기범 75명을 송환하는 성과도 거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88%가량 높은 수준이다. 상당수 보이스피싱 조직이 해외에 거점을 두고 활동하는 점을 감안하면 국제공조는 필수적이다.

경찰은 이밖에 관계기관과 협력으로 사기범 신상공개·대포폰 이용정지 등 범죄예방과 신속한 피해 회복을 도모하는 입법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관련 법령과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했다. 특히 사기범에 대한 신상공개는 범죄 예방 및 대응 강화 차원에서 주목을 받는다.

동국대 산학협력단은 경찰청 의뢰로 작성한 ‘사기범죄 발생 및 증가원인 분석 및 경찰대응방안’ 보고서에서 사기 범죄 예방과 처벌 강화 등을 위해 ‘피의자 신상공개’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이스피싱·불법다단계 등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사기를 벌이는 다중사기범죄자에 대해 상습성과 재범 위험성이 있을 경우 신상공개를 통해 범죄 위험성을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또 현재 경찰청 수사국(일반 사기)·사이버수사국(사이버사기)·금융위원회(전기통신금융사기) 등에 흩어져 있는 사기 관련 정보수집 업무를 일원화하는 ‘한국형 사기 정보 분석기관’ 설립도 제언했다. 보고서는 "범죄전문가인 경찰에게 사기정보 분석을 위해 필요한 추가적 인력과 자원을 확충해주고, 부정경제범죄를 통합해 분석하게 한다면 조기 범인검거와 추가피해 방지 등 국민 생활에 훨씬 큰 효익을 주는 효과적인 대응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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