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여권 불리한 지형이지만 한쪽 쏠리는 대선은 아닐 것"

김종철 2021. 7. 10.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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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인터뷰][2022 대선][토요판] 인터뷰
회고록 낸 이상돈 전 의원
내년 대통령선거 전망
"윤석열, 검찰권 남용한 장본인
'공정과 정의' 주장 납득 어려워
변동성 커 본선 가기 힘들 것"
"여당은 이재명 후보 가능성 높아
문재인 정부와 철저히 차별화해야
본선에서 간신히 해볼 만할 것"
보수적 자유주의자의 삶
'보수 본류' 출신 환경전문가
언론자유·다양성 존중 등 중시
"민주적 질서는 진영 문제 아냐"
“지방선거 보궐선거에서는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표쏠림이 있었지만, 대선에서는 그렇게는 안 될 거예요.” 최근 회고록 <시대를 걷다>를 낸 이상돈 전 의원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 국회의원 4년의 생활을 마치고 은퇴한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가 최근 회고록(<시대를 걷다>)을 출간했다. ‘보수적 자유주의자의 여정’이라는 부제처럼, ‘보수 본류’의 집안 얘기부터 보수 정당과 인물에 관한 에피소드 등 그가 지나온 한국 현대사의 단면을 촘촘히 기록했다. 보수보다 자유에 방점을 두는 이 전 의원을 지난 2일 오후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나 정치 경험 등에 관한 얘기를 들었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70·이하 호칭 생략)는 줏대 있는 깔끔한 보수주의자다. 진영 논리가 아니라 상식과 합리에 바탕해 판단하고 행동한다. 박근혜 당선을 열심히 도왔지만, 대통령 당선 직후부터는 쓴소리와 비판 발언을 쏟아냈다. 또 학교 쪽에서 만류하는데도 2013년 정년을 4년이나 남겨놓고 교수직을 스스로 관뒀다. 정치권에 발을 걸치고 있어 강의와 연구에 전념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지난 2일 만났을 때도 그는 보수 진영에서 금지옥엽처럼 여기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문제제기를 거침없이 했다.

―요즘 주로 어떻게 지내세요?

“특별한 것은 없고요. 이것저것 책을 보거나 내가 아는 역사에 관한 글을 쓰면서 지내요.”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국 정치의 이면뿐 아니라 미국 현대 정치사와 주요 인물에 대한 글을 자주 올린다. 최근에는 도널드 럼스펠드 전 국방장관의 사망을 계기로 럼스펠드와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딕 체니 전 부통령 등 미 공화당 주요 인물들의 얽히고설킨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여러 차례 썼다.

―미국사나 미국 정치를 전공하지 않았는데도 인물과 주요 사건에 대한 지식이 깊은데요.

“대학 입학 때부터 좀 관심이 있어서 <타임> 등 시사잡지와 신문을 오래 읽었어요. 덕분에 1970년대부터 미국에서 일어난 일은 좀 생생하게 기억하죠. 그리고 저희가 중·고등학교 다닐 때만 해도 좋은 대학에 가려면 문학과 역사 등 여러 가지를 알아야만 한다고 해서 교과서 외에도 많은 분야를 공부했어요. 당시 우리 세대가 지금보다 훨씬 고급 교양을 배우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국내 유일본 ‘다리’지 보관

이상돈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1979년 미국으로 건너가 툴레인 대학과 마이애미 대학에서 석사를 마치고 다시 툴레인 대학에서 법학박사(‘해저 석유 개발에서 발생하는 해양오염의 법적 문제’) 학위를 받았다. 법적 관점에서 접근하긴 했지만, 환경 문제를 깊이 공부한 1세대 환경전문가의 한 사람이다. 그는 1983년 귀국해 중앙대학교 법대 교수로 일했으며, 2011년 말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비상대책위원에 발탁됐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는 안철수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20대 국회 때 4년간 여의도 생활을 했는데 실제로 겪어보니 어땠어요?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수준이 많이 올라가고 있는데 국회의원 수준은 답보하거나 과거보다 상대적으로 저하한 게 아닌가 싶더라고요. 의정활동은 결국 의원 개인에게 좌우되는데 그 수준이 떨어진 것 같아요.”

―개인의 능력이나 자질이 떨어졌다는 뜻인가요?

“그런 점도 있지만, 사회에서 어느 정도 수준에 있다가 들어온 사람들이 국회에서 품위랄까 수준을 지키지 못하고 무너지는 게 참 이해가 안 되더라고요. 사회의 다른 영역에서 국회에 온 사람들은 파당 같은 것을 뛰어넘어야 하는데 정쟁이나 충돌의 현장에서 오히려 몸싸움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경우가 많더군요. 그러면서 한번 더 의원을 하려고 눈에 불을 켜는데 저들이 4년 더 한다고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보통은 다 재선되려고 애쓰는데 의원님은 한번만 하고 정리했는데요.

“일단 나이도 있고, 4년간 할 만큼 했으면 됐지 더 이상 뭘 바라겠어요. 그것도 감사하게 생각해야죠.”

―의정 생활에서 가장 보람 있었던 건 뭐였어요?

“영양 풍력발전단지나 흑산도 공항을 막은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환경운동은 맨날 반대를 내걸고 싸우지만 성공한 적은 거의 없거든요. 두 사례는 환경운동 쪽에서는 소중한 승리 경험이 될 겁니다.”

환경전문가인 이상돈 전 의원은 이명박 정부 때 4대강 사업 반대에 앞장섰다. 2010년 2월9일 이상돈(오른쪽 둘째) 당시 중앙대 법대교수가 대한하천학회 및 4대강 국민소송단 교수들과 함께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언론회관에서 4대강 사업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이상돈은 노무현 정부의 사립학교법 개정을 강하게 비판하는 등 일찍부터 보수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그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해서뿐 아니라 광우병 문제를 보도한 <엠비시>(MBC)의 <피디수첩> 피디에 대한 검찰 기소 등을 줄기차게 비판했다. 또 새누리당 비대위원 시절에는 인혁당 문제와 엠비시 파업 등에 대해 전향적인 접근과 해법을 제시했으며, 박근혜 정부의 국정교과서 추진 등에 대해서도 앞장서 반대했다. 자신을 규정하는 가장 적합한 단어라고 생각하는 ‘보수적 자유주의자’다운 면모다.

―지식인들이 현실 정치에 대해 발언하면 대부분 특정 정파와 늘 보조를 맞추는데, 이명박 정부 때나 박근혜 정부 때도 쓴소리를 그치지 않았어요.

“사회를 유지하는 데 가장 기본적인 것이 뭡니까. 언론자유와 다양성 존중은 사회에 공통되는 민주적 질서잖아요. 그런 것은 보수, 진보의 문제가 아니죠. 그런데 제가 가장 놀란 것은 일부 언론의 모습이었어요. <피디수첩>을 수사하고 기소하라고 사설을 쓰더군요. 보도가 잘못됐다고 비판할 수는 있지만, 그렇게 언론자유를 언론 스스로 부정하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었어요. 또 엊그제까지 똑같이 4대강 사업을 반대하다가 별안간 홍보하는 쪽으로 돌아서는 학자들에게도 씁쓸했고요. 그런 행태를 제 책에도 조금 썼지만, 얼룩진 지성사를 낱낱이 기록해야 합니다.”

이상돈은 할아버지 때부터 서울의 서촌에 자리잡은 서울 토박이다. 외가 쪽은 개화기의 유명한 역관 집안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화가인 춘곡 고희동이 외할아버지다. 장면과도 친했던 고희동은 4·19 혁명 직후 실시된 총선에서 참의원에 당선됐으나, 5·16 쿠데타로 의원직을 잃었다. “우리가 살던 사대문 안 사람들은 원래 민도가 높아서 절대적으로 야당(현 민주당 계열을 뜻함)을 지지”(<시대를 걷다>)하던 집안 분위기에서 성장했다. 그는 고교 때부터 시사월간지 <신동아>를 정기구독했으며, 1970년 대학에 입학해서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 김상현(전 의원)이 발간했던 국내 진보적 월간지 <다리>를 빼놓지 않고 읽었다. 그가 보관했던 <다리> 12권은 지금까지 발견된 유일한 실물이며, 현재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 보관돼 있다. 2014년 박영선 원내대표 시절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의 비대위원장 제의를 수락했던 이유를 설명하는 지점들이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바람 없어”

―법학 교수가 현실 정치 흐름을 꼭꼭 짚어내는 게 신기했는데, 오랜 내력이 있었군요.(웃음) 대통령선거 지지율에서 ‘빅2’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최근 잇따라 출마 선언을 했는데요?

“사람들이 저한테 많이 물어보는데 윤석열 전 총장이 본선까지 가기엔 좀 어렵다고 봐요. 요새 (윤 전 총장 관련한) 얘기가 여러가지 돌아다니지만, 지금까지 공개된 재산 같은 것에서 일단 유권자가 납득을 해야 되지 않습니까. 20억~30억원 정도는 집값도 오르고 하니까 그럴 수 있다고 할 수 있지만, 부인의 재산이 지금 공시가로 60억원이고 시가로는 100억원이나 되는데 그게 설명이 되겠어요? 또 하나는 우리나라 검찰의 조직 자체가 문제가 많은데 거기서 나온 사람이 공정과 정의를 과연 말할 수 있는가 하는 부분입니다. 저는 그게 납득이 안 가요. 또 명색이 국가안보가 중요하다면서 과연 자기는 병역을 제대로 했나요? 국가안보를 중요시하는 정당의 후보나 대표는 보통의 국민들이 하는 의무는 마쳤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윤 전 총장은 검찰에서의 경력을 들어 공정과 정의를 바로세우겠다고 하고 있는데요.

“다른 인터뷰에서도 얘기했지만, 윤 전 총장은 검사 시절에 직권남용죄를 남용해서 무수한 사람들을 구속하고 기소했잖아요. 그렇게 무리하게 기소했지만, 법원에서 무죄가 많이 나왔어요. 그런 경우 미국 등 외국 같으면 담당 검사가 사표를 낸다고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1, 2심에서 검찰이 지더라도 꼭 대법원까지 가요. 거기까지 가서 무죄가 나와도 검찰이 하는 말은 우리는 이 판결을 납득할 수 없다는 거예요. 자기들은 그렇게 말하면 끝이지만, 당한 당사자들은 얼마나 상처를 입고 고생을 합니까. 검찰권 남용이죠. 검사가 대통령을 할 수 있느냐는 나중의 문제고, 직권남용죄를 남발하는 검찰 조직에서 나온 사람이 과연 공정하고 정의로울 수 있겠어요? 저는 솔직히 말해 그 자체를 인정할 수가 없고요. 결국 저쪽에서는 거기(윤 전 총장)보다는 다른 사람이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지 않겠나 생각해요.”

―윤 전 총장의 지지도가 허상이라고 보시는 건가요?

“글쎄요. 지금은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는 국민이 많으니까 ‘될 사람’한테 지지가 몰린 게 아닌가 싶어요. (하지만) 맨날 피의자 수사하고 기소하고 했던 사람이 과연 국가 운영을 잘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잖아요. 대통령은 정치나 행정 경험이 필요한데 검사를 지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봐요. 국회의원이나 도지사나 이런 것을 지내고 난 뒤에는 모르겠지만, 별안간 나와서 대선주자가 되겠다는 것은 아니라고 봐요. 국민의힘에서 사람을 키우지 못한 탓이겠지만, 지금 야권에서 유력하게 거론되는 윤 전 총장이나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이 모두 국정 경험이 부족한 외부 사람이잖아요. 그런 면에서 야권에서는 변동성이 클 거예요.”

―최 전 감사원장은 뜬금없지 않나요?

“그렇죠. 본인 결정보다는 주변에서 ‘윤석열 전 총장이 잘 안 될 것이다, 그러면 대안이 있어야 한다’고 하고, 어떤 언론에서는 자신의 출마를 기정사실로 하니까 감사원장을 더 이상 할 수가 없었던 게 아닌가 싶어요. 그러나 법관으로서 오래 있던 사람이 정치 환경에 적응해서 나갈 수 있을지. 저는 쉽지 않다고 봐요. 더구나 대통령이 되려면 역동성이 있어야 하는데 최 전 원장은 바람이 없잖아요.”

2018년 9월27일 ‘개 식용 종식 트로이카 법안’ 통과를 요구하는 전시회가 열린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상돈(오른쪽), 한정애(왼쪽), 표창원 의원 등이 철창의 황금개를 해방시키는 행위극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대선 표쏠림 없겠으나 여권엔 불리

―민주당 쪽은 어떻게 보세요?

“민주당에서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후보가 된다고 보죠.”

―이른바 강성 친문 쪽에서 이 지사에 대해서는 거부 정서가 아직도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이 지사가 후보가 된다고 보는 거 아닌가요. 후보가 되면 다 따라가는 수밖에 없죠. 탈당할 것은 아니잖아요. 그러나 이 지사는 경선이 끝나면 인사를 재활용하면 안 됩니다. 당내 경선까지는 기존 지지자들이 중요하기 때문에 지금처럼 가더라도 후보가 된 뒤에 자기 사람을 내놓을 때는 다른 모습을 가진 사람을 내놔야 해요. 외교나 경제 등의 분야에서 문재인 정부 때 쓴 사람은 몽땅 교체해야 해요. 박근혜가 이명박 정권을 교체하는 식으로, 이 지사도 내가 대통령 되는 것도 정권교체라는 것을 보여줘야 돼요. 그렇게 해야 본선에서 간신히 좀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이 정부가 실패한 것이 많아서 여권으로서는 매우 불리한 지형이거든요.”

―이 지사가 후보가 되면 2030세대의 반응이 달라질 것이라고도 얘기했던데요.

“저는 그런 효과가 있을 거라고 봐요. 지난번 지방선거 보궐선거에서는한쪽으로 기울어지는 표 쏠림이 있었지만, 대선에서는 그렇게는 안 될 거예요.”

―이 지사에 대해서는 상당히 좋게 말씀하시는 것 같아요.

“아이고, 제자니까 좋게 얘기해야죠. 일단 대견하잖아요. 하하.”

―이 지사와의 특별한 기억이 있나요?

“개인적인 인연 같은 건 없었고요. 당시에 상당히 공부 잘하고 사법시험에 꼭 합격할 사람이라는 평이 교수들 사이에서 있었어요.”

―대선주자들이 도와달라는 요청은 안 해요?

“그런 일을 또 하면 되겠습니까. 첫번째는 이재명을 두고서 딴 사람을 절대로 도울 수가 없고, 둘째는 제가 이재명을 돕는 게 얼마나 우스워요. 그냥 격려하는 거죠. 하하.”

그 역시 개인적인 호불호는 있어 보였다. 그러나 정치인과 정치세력에 대한 그의 평가 잣대는 이전과 그대로였다.

김종철 선임기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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