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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 불륜 의심' 증거 잡기 위한 '음성 녹음'..유·무죄 갈린 기준은?

정혜영 입력 2021. 07. 11. 08:01 수정 2021. 07. 11.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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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스마트폰 '음성 녹음' 애플리케이션만 열면, 어디서나 손쉽게 녹음이 가능한 시대입니다.

하지만 대화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타인 허락 없이 대화를 녹음하면 통신비밀보호법상 불법입니다.

타인 간 대화를 녹음한 남편 A 씨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기소됐지만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통신비밀보호법상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는 규정에 근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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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자'가 '타인 허락 없이' 대화를 녹음하면 통신비밀보호법상 불법
-"왜 안 죽노?" 외도 추궁한 남편 칫솔에 락스 뿌린 아내가 한 말
-불륜 의심, 아내 차에 녹음기 설치하고 통화 내용 몰래 녹음..법원 '유죄' 판단


누구든 스마트폰 ‘음성 녹음’ 애플리케이션만 열면, 어디서나 손쉽게 녹음이 가능한 시대입니다.

하지만 대화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타인 허락 없이 대화를 녹음하면 통신비밀보호법상 불법입니다. 본인이 참여한 대화만 녹음이 합법이라는 뜻입니다.

배우자의 외도 증거를 잡기 위해 몰래 녹음기를 설치해 녹음한 경우 유죄로 인정된 판례가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타인의 허락 없는 녹음은 불법이지만 예외가 인정된 사례도 있습니다.

대화의 비밀을 보호하고 통신의 자유를 지킬 것이냐, 불륜이나 범행의 증거로 인정할 것이냐를 두고 법원의 판단은 이렇습니다.

■ “왜 안 죽노?” 외도 추궁한 남편 칫솔에 락스 뿌린 아내가 한 말

A 씨는 2년 전부터 갑자기 위장에 통증을 느껴 건강검진을 받았습니다.

위염·식도염 진단이 내려졌는데 이후 칫솔에서 이상하게 락스 냄새가 나는 걸 알아차렸습니다. 화장실에는 평소 보지 못했던 곰팡이 제거용 락스 2 통이 있었습니다.

A 씨는 칫솔의 방향을 자신만이 알 수 있도록 맞춰놓고 출근했습니다. 퇴근 뒤 칫솔의 위치가 바뀌어 있자 아내를 의심해 집안에 녹음기를 설치하고 녹음했습니다.

의심은 맞았습니다.

화장실과 안방에 설치된 녹음 기능이 있는 카메라에는 아내가 칫솔에 락스를 뿌리는 장면이 찍혔습니다.

또 “왜 안 죽노” “락스물에 진짜 쳐 담그고 싶다.” 등의 말도 고스란히 녹음됐습니다. 두 달 간 녹음기와 카메라에는 총 25회에 걸쳐 아내가 락스를 뿌리는 모습과 음성이 담겼습니다. A 씨가 설치한 녹음기에는 아내가 친구와 다른 남자와의 성관계에 대해 통화 하는 내용이 녹음되기도 했습니다.

타인 간 대화를 녹음한 남편 A 씨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기소됐지만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대구지법 형사2단독 김형호 판사는 이 사건을 통신비밀보호법의 예외로 간주했습니다.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은 자신의 신체와 건강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써 행위의 동기와 목적이 정당하다”고 밝혔습니다. A 씨가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이 같은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본 것입니다.

■불륜 의심, 아내 차에 녹음기 설치하고 통화 내용 몰래 녹음...법원 '유죄' 판단

이번에는 춘천에서 벌어진 또 다른 사례입니다.

남편 B 씨가 아내의 외도를 의심하기 시작한 건 2019년 2월.

B 씨는 춘천시 자신의 아파트 주차장에 있던 아내의 승용차 내부에 녹음기를 설치했습니다. 이때부터 그는 아내와 지인의 전화통화 내용을 몰래 녹음했습니다.

법원은 “아내의 외도를 의심해 타인 간의 대화 내용을 몰래 녹음한 것은 동기가 불순하고 죄질이 나쁘다“며 A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통신비밀보호법상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는 규정에 근거했습니다.

자유심증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민사소송에서는 녹음 과정이 불법하다는 이유만으로 음성 녹음의 증거능력이 배제되지는 않습니다. 증거로 채택할지 여부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결정됩니다.

대화 당사자가 한 녹음은 형사·민사재판 모두 증거로 활용되는 데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제3자가 타인의 허락 없이 이뤄지는 녹음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아두셔야겠습니다.

정혜영 기자 (he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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