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살기' 유행에 '꿀팁' 공유..지자체는 앞다퉈 지원 프로그램 가동
“코로나 이후 우리의 삶은 180도 달라졌어요. 좁아터진 원룸에서 비싼 월세를 내는 대신, 노트북을 들고 오션뷰 아파트에서 재택근무를 할 수 있어요.”
‘한 달 살기’ 숙소 추천 서비스로 인기를 얻고 있는 한 숙박 애플리케이션의 소개 글이다. 해당 앱은 최근 각종 투자를 유치하고, 다운로드 수 10만을 넘어서며 국내 ‘한 달 살기’ 열풍을 입증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장기화로 국내에 발이 묶여 해외여행을 떠나지 못하고 집콕에 지친 2030 사이에서 ‘한 달 여행하기’ ‘보름 살기’ 같은 여행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다. 특히 도시를 떠나 한적한 곳에서 자연경관과 여유를 즐기고 싶은 청년들이 바다가 인접한 해안 지역이나 소도시로 많이 떠나는 추세다. 제주는 물론, 강릉·속초 등 강원도를 비롯해 가평·양평 등 경기도 외곽지역, 거제도나 남해 등이 한 달 살기 지역으로 다양하게 선호되고 있다.
다음 달 입사를 앞둔 A씨(27)는 “취업으로 바쁘게 달려온 만큼 나에게 선물을 해주고 싶어서 입사 전까지 올여름 ‘2주 살기’ 정도 계획 중”이라며 “예전 같았으면 이 비용으로 해외여행을 갔겠지만, 상황도 상황이니만큼 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서핑을 배워보려고 강원도에 머무를 것”이라고 말했다.
6년 차 직장인 정모(33)씨는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종이 아니라 한 달까지 시간은 못 내지만 열흘이라도 제주를 다녀오기로 했다”면서 “매 끼니를 사 먹을 순 없을 것 같아서 취사가 가능한 호텔형 원룸으로 골랐다. 휴대전화도 꺼놓고 뒹굴뒹굴하다 오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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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각각 변하는 뷰, 눈 호강했다”
회원 수 7만 6000명에 달하는 온라인 카페 ‘일 년에 한 도시 한 달 살기’에서는 준비 과정부터 한 달 살기 후기를 공유하며 ‘꿀팁’을 나눈다. 지난 6월 한 달간 지리산 산청호수에서 한 달 살기를 했다는 한 이용자는 “뷰가 시시각각 변하는 걸 보며 참 눈 호강했다. 동네가 엄청 조용하다. 조용히 있고 싶은 분들 강력추천 드린다”고 후기를 남겼다. 그러면서 그 지역 날씨 특성과 근처 계곡의 물 깊이 등 직접 살아보지 못하면 모를 팁들도 함께 적었다.
유튜브에도 ‘한 달 살기’를 검색하면 다양한 지역에서 한 달 살기를 하는 젊은 층의 브이 로그 영상이 나온다. 강릉에서 보름 살기에 도전한 한 유튜버의 영상은 조회 수 20만회를 기록하기도 했다. 영상에는 “대리만족하면서 힐링 중이다” “이거 보고 저도 속초 일주일 살기 예약했어요”와 같은 댓글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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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에서 숙박비ㆍ식비 지원도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대학생들은 각 지자체를 통한 ‘한 달 살기’도 가능하다. 젊은 청년들이 머무르는 동안 지역의 관광 자원을 블로그나 SNS를 통해 홍보하고, 지자체는 최소 일주일부터 한 달까지 숙박비와 식비 등을 지원하는 식이다. 경상남도는 지난해 5개 시군에서 시작한 경남형 한 달 살이 프로그램을 올해 15개 시군으로 확대했으며, 강원 고성군은 ‘고성에서 한 달 살기, 고성 만사성’을 진행해 호응을 얻었다.
최근 거창군은 ‘일상 속 쉼표 하나, 거창 살이’ 2차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다. 지역 내 장기체류 여행을 유도해 군의 관광자원을 홍보하고, 참가자의 SNS를 활용한 홍보를 통해 거창관광 홍보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전남 목포시도 ‘낭만과 설렘의 시작! 목포 일주일 살기’ 사업을 추진한다. 참가자로 선정되면 체류 기간 팀 인원수에 따라 1박당 4만~7만원의 숙박비를 지원하고, 관광 및 문화체험비를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김명섭 서울 특별시관광협회 국내여행업위원회 위원장은 "젊은 층들엔 시골에 대한 향수가 잘 없어서 보통 국내 관광은 유명한 관광지에만 몰린다"며 "이번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변화가 생기는 토대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름 살기나 한 달 살기 여행 흐름을 중장기적으로 보고, 중앙정부나 지자체에서 일관적인 지침을 만들어 더 적극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며 “지역경제도 활성화되고 일자리도 생기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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