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한겨레

[단독인터뷰] "유럽 탄소국경세 적용, 한국기업 감축 노력에 달렸다"

최우리 입력 2021. 07. 12. 05:06 수정 2021. 07. 12. 09:06

기사 도구 모음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EU 그린딜 총괄' 프란스 티메르만스 유럽연합 수석부집행위원장
프란스 티메르만스가 7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밀레니엄힐튼 서울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유럽연합이 제안할 탄소배출량조정(탄소국경세)은 보호무역 조치가 아니다. 탄소누출을 방지하는 것이 유일한 목표다. 다른 국가와 기업이 유럽연합 수준과 차이가 없도록 탈탄소화 조치를 취한다면 적용되지 않을 것이다.”

오는 14일 유럽연합(EU)은 역내 생산 제품보다 탄소배출이 많은 수입품에 탄소비용을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안을 공개한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탄소배출이 많은 제조업 위주 수출국인 한국은 인도, 중국 등과 함께 상당한 영향을 받게 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지난해 12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유럽연합이 이산화탄소 1톤 당 30유로를 적용할 경우 한국은 10억6056만달러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관세율로 따지면 1.9% 추가 관세에 해당한다.

탄소국경조정제도를 포함해 유럽 온실가스 감축 목표 근간인 ‘유럽 그린딜’을 총괄하는 프란스 티메르만스(60) 유럽연합(EU) 수석부집행위원장을 지난 7일 <한겨레>가 단독인터뷰했다. 7월5~7일 사흘 일정으로 방한한 그는 시간을 쪼개가며 김부겸 국무총리, 문승욱 산업통상부 장관, 한정애 환경부 장관, 전국경제인연합회, 주한유럽상공회의소, 포스코, 쉘코리아, 기후솔루션, 에너지전환포럼, 녹색전환연구소 등 한국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고민하는 정부·기업·시민사회를 두루 만났다.

“탈탄소, 정부와 기업 실제 감축 노력이 중요”

티메르만스는 전세계 기후위기 대응을 이끄는 유럽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네덜란드 외교부장관 출신인 그는 유럽 27개국이 참여하는 유럽연합 이사회의 행정기구인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실세’로 꼽힌다. 2019년 7월 집행위원장 선거에 출마했으나 독일 국방장관인 우르줄라 폰데어 라이엔에 밀려 낙선했다. 대신 26명 부집행위원장 중 3명뿐인 수석부집행위원장으로서 유럽 기후위기대응 정책이자 문재인 정부가 표방한 그린뉴딜 원형인 ‘그린딜’을 총괄하고 있다. 만일 그가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이 됐다면 유럽의 그린딜·기후위기 대응은 좀 더 강력해졌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유럽연합은 지난달 28일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최소 55% 감축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담은 기후기본법(European Climate Law)을 공식 승인했다. 이에 따라 관련 탄소감축 법안들을 묶은 ‘핏 포 55’(Fit for 55)를 14일 발표하는데, 탄소국경조정제도 도입안도 같이 공개할 예정이다. 탄소국경조정제도는 2023년부터 시멘트·철강·알루미늄·전기 등 고탄소배출제품부터 적용하는 방안이 검토 중이다. 사실상 보호무역 조치로 기능하기 때문에 주요 수출국 반발이 거세다. 지난 6일 티메르만스를 만난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무역장벽으로 작용해서는 안된다. 한국은 이미 배출권 거래제를 적용하고 있으니 적용을 제외해달라”는 취지의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티메르만스는 “대체로 산업계는 배출권 거래제에 익숙해졌다. 탈탄소 필요성에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문제는 언제, 어떻게 (감축)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탄소배출권 거래제(ETS)를 실시 중인 한국 기업들은 스스로 감축하지 않더라도 정부나 초과 감축을 달성한 기업으로부터 탄소를 배출할 수 있는 권한을 돈으로 구매할 수 있다. 이때문에 환경단체들로부터 ‘스스로 감축하지 않는 무늬만 감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티머만스는 한국이 탄소국경조정제도에 따른 부담을 줄이고자 한다면 실질적인 탄소감축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한 것이다.

그는 한국이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분명히” 한다면 외교적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2050년 탄소중립을 대비하면 지금 시작해야 한다. 그러려면 2030년 NDC는 그런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만큼 야심적이어야 한다. 이를 공식화하는 것은 정부로서 어려운 일이지만 야망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연합 역시 기후기본법을 제정하는 데 설득 과정이 쉽지 않았다는 점을 짚으며 정치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최근 연구를 소개하며 “유럽인들은 기후위기 문제를 극도로 우려하고 있다. 기후위기와 관련한 중요한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는 시민들이 정치인이 옳은 일을 하도록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고, 기후변화 결과 더 많은 영향을 받는 지역이 더 많은 지원을 받는 것을 꺼리는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이 두번째”라고 말했다. 그는 기후기본법 제정 과정의 어려움이 없었냐는 질문에 “일부 회원국은 덜 (감축)하고 싶어했지만, 많은 회원국은 더 (감축)하고 싶어했다. 타협점을 찾았다”라고 협상 분위기를 전했다.

프란스 티메르만스 7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밀레니엄힐튼 서울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유럽도 이제 전환 시작…기업도 노동자 새 일자리에 책임감 가져야”

자신을 “석탄 광부의 손자”라고 소개한 그는 기후위기 대응 과정에서 직업을 잃을 수밖에 없는 석탄화력발전소나 내연기관차 관련 노동자 등의 일자리 전환은 ‘사회 보장’ 문제가 아닌 ‘교육’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석탄을 채굴하던 탄광 지역을 예로 들며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리스, 폴란드, 독일, 체코 등이 광산을 폐쇄한 후 관광업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민중이라고 했다. 강원도 맹방해변 훼손 논란 끝에 지어지고 있는 국내 마지막 신규석탄화력발전소인 삼척화력발전소 대안이 관광업으로 꼽히는 것과 같다.

그는 “유럽도 아직 (결론에) 도착하지 못했다. 이제 시작이다. 과거 유럽도 실수를 해서 전환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 이제라도 솔직하게 석탄에 미래가 없음을 말하고 다른 직업을 찾도록 해야 한다. 공공기관뿐 아니라 기업도 책임이 있다. 그들도 새로운 노동자가 필요하다. 어떻게 사람들을 교육·재교육 시켜서 새로운 경제에서 새로운 직업을 갖게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원전은 지속가능하지 않다…수소경제 5년 안에 상용화할 것”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이 필수적이다. 태양광과 풍력 등 기존 재생에너지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수소와 원자력 등 탄소배출을 하지 않는 에너지원이 주목받고 있다.

유럽연합은 한국 산업부와도 수소경제 협력을 위한 수소협의체를 꾸리기로 했다. 티메르만스는 “재생에너지는 점점 저렴해지고 있고, 물을 이용해 수소를 얻는 것 역시 저렴해지고 있다. 수소는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래 에너지원으로 유용하다. 개인적으로 5년 이내 유럽에서 (탄소배출을 하지 않는) 그린수소로 생산된 상업용 강철을 볼 것이라 믿는다”라고 말했다.

반면 원자력 발전에 대해서는 “재생가능한 에너지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이때문에 유럽연합의 녹색분류체계(Green Taxonomy)에 넣을 수 없었다”라고 덧붙였다. 아직 유럽연합은 이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는 이같은 주장의 이유로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는 기간이나 공사비 등을 고려할 때 경제성이 낮은 점을 꼽았다.

방한 기간 그를 만난 한 기후운동가는 “티메르만스가 한국이 기후위기 대응을 못하는 이유를 값싼 에너지에 대한 중독인 것 같다고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지난 3월9일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한 존 케리 미국 기후 특사(왼쪽부터)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프란스 티메르만스 유럽연합 수석부집행위원장을 만났다. EPA연합뉴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