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수업 시작됐는데..학부모 '돌봄 공백 발동동', 교육현장 '학력격차 더 커질라'

이호준·이하늬·문광호 기자 입력 2021. 7. 1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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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원격수업 전환이 결정된 지난해 12월15일 서울 노원구 화랑초등학교에서 한 교사가 원격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경기·인천을 시작으로 수도권 지역 학교들이 원격수업에 돌입하면서 교육현장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원성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지만, 불과 며칠 전까지 정부의 ‘2학기 전면 등교 계획’을 들어왔던터라 당혹감은 배가 됐다. 마땅한 돌봄 대안을 찾지 못한 학부모들이 비명을 쏟아내는 가운데, 취약계층 학생들의 학력격차가 더 커질수 있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초등 1·3학년 두 아이를 키우는 박모씨(39)는 지난 주말 부랴부랴 친정에 연락해 도움을 청했다. 대학원 졸업논문 때문에 거의 매일 학교를 가고 있는데 원격수업 때 아이들을 돌봐줄 도우미를 구하지 못해서다. 박씨는 “다행히 부모님이 가까이 계셔서 부탁을 드렸다”면서 “오후 학원을 보내지않고 아예 아이들을 부모님 집으로 보내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치원생 학부모 정모씨(45)의 경우 아이를 돌봄 공백 방지 서비스인 긴급돌봄에 맡겼다. 한 반에 10명 내외로 구성되는 코로나19 긴급돌봄반은 맞벌이 가구만 신청이 가능하다. 정씨는 “대안이 없으니 긴급돌봄에 맡기는 것이지 코로나 상황에서 아이를 여기에 맡기는게 맞는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박씨나 정씨처럼 부모님 찬스나 긴급돌봄 서비스도 이용할 수 없는 가구들이다. 긴급보육 서비스를 신청하려 해도 가급적 이용을 최소화하라는 게 정부 방침인데다, 맞벌이가 아니면 애초에 이용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때문에 맘카페에는 재취업을 준비 중이거나 자격증 시험 학원에 다니는 등 불가피한 사정이 있지만 맞벌이가 아니라는 이유로 긴급보육을 거절 당했다는 불만글이 잇따르고 있다.

방학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온라인 종업식을 치러야할 교육현장의 혼란도 적지않다. 꼬여버린 학사일정은 물론,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질 코로나 학습격차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컸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교사 박모씨(30)는 “미리 교사들에게 대책을 세울 수 있도록 안내가 됐으면 좋았을 텐데 전혀 없었다”며 “2학기 전면등교를 앞두고 학교가 정상화되고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오히려 원격수업이 확대돼 실망감이 크다”고 말했다. 원격수업이 지속되는 데서 오는 피로감도 만만치 않다. 그는 “실시간 쌍방향 수업시 길게는 3~4시간 넘게 화면 앞에 앉아있어야 하는데 이런 피로감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등교수업이 필요했다”며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굉장한 피로감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 노원구에서 근무하는 교사 이모씨(34)는 “4단계가 되면서 방학기간에 할 예정이던 자습과 보충수업이 다 취소됐다”며 “학원이나 독서실을 갈 아이들도 있겠지만 그럴 형편이 안 되거나 의지가 없는 아이들은 방학기간에 방치되는 거니까 교육 격차가 더 벌어질까 걱정”이라고 했다.

학력저하 우려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속적으로 지적돼왔지만 여전히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 자료를 보면 교사들은 원격수업 진행의 가장 큰 문제로 ‘학습격차 심화’를 꼽았다. 학습격차 심화를 뽑은 가장 큰 이유는 ‘가정환경의 차이’였다. 원격수업이 인터넷 등 학습기기와 가정 내 지원, 학생 참여 정도에 따라 효과가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인데, 교사들은 원격수업이 길어질수록 취약계층 학생들의 학습 성취도가 떨어질 것으로 우려한다.

이호준·이하늬·문광호 기자 hj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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