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지원 합의 이준석에 비판 쇄도.. 30대 0선 '당대표 리스크' 현실화

양범수 기자 2021. 7. 13.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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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숙 "당 철학까지 맘대로 뒤집는 제왕 되려 하냐"
조해진 "이준석, 당내 소통 노력하고 발언 신중해야"
원희룡 "여당 좋은 대로 동의해줘..송영길이 비웃고 있을 것"
진중권 "대표 리스크 현실화..철학의 부재로 아젠다 못 만들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전(全) 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데 합의한 것과 관련 당내 대선주자인 원희룡 제주도 지사, 홍준표, 윤희숙 의원 등이 ‘당의 철학을 뒤집었다'며 13일 반발했다.

앞서 이 대표는 통일부와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했으나 이와 관련해서도 당내에서 이견이 표출됐다. 이에 이 대표가 지난 전당대회에서 ’30대 0선 대표'라는 돌풍을 일으키며 당선됐지만, 대선 정국에서 당을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신중하지 못한 언행으로 ‘당 대표 리스크'가 현실화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왼쪽)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을 마친 후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12일) 페이스북에 “이 대표가 송영길 민주당 대표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합의했다고 보도됐는데, 황당한 일”이라며 “우리 당의 기존 입장은 반대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 국민 지급을 통한 소비촉진은 코로나 방역에 역행하는 것이고, 실제적 피해자에 대한 보상·지원을 줄이는 결과를 가져오며 소득재분배에 역진하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이 대표가 당의 기존 입장과 다른 합의를 해준 경위가 밝혀져야 한다”고 했다.

조 의원은 “통일부 폐지 등 정부조직개편 문제도 대선 예비후보들이 공약 차원에서 주장하는 것은 타당하지만, 당 대표가 말하는 것은 당의 공식 입장 또는 당론으로 비치는 측면이 있기에 의미가 다르다”며 “이 대표가 당내 소통에 좀 더 노력해야 하고, 발언에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같은 당 윤희숙 의원은 “민주적 당 운영을 약속해놓고, 당의 철학까지 맘대로 뒤집는 제왕이 되려고 하냐”고 했다. 윤 의원은 “여당이야 원래 철학이고 원칙이고 상관없이 돈 뿌리는 것으로 일관했지만, 국민의힘은 적어도 다음 세대의 등골을 빼먹으며 불필요한 빚을 내지 말자고 다짐했고,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걱정해 온 유일한 정치세력이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윤 의원은 “4차 대유행이 시작된 지금, 소상공인의 시름이 어디까지 깊어질지 5차 6차 대유행은 오지 않을지 아무도 모른다”며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꼭 필요한 지출이 아니면 정말 아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안 그래도 고령화 때문에 어깨가 으스러질 다음 세대에게 빚을 더하게 되니 미안할 뿐”이라며 “이 상황에서 재난의 충격을 전혀 받지 않은 이들에게까지 모두 재난지원금을 뿌리는 것에 도대체 무슨 정책 합리성이 있겠냐”고 했다.

윤 의원은 “무엇보다 당내 토론도 전혀 없이 그간의 원칙을 뒤집는 양당 합의를 불쑥하는 당 대표를 보게 될 줄은 몰랐다“며 “민주적 당 운영을 약속한 대표를 뽑았을 때 자기 마음대로 밀어붙이는 과거의 제왕적 당 대표를 뽑은 것이 아니다. 그(이준석 대표)는 젊은 당 대표의 새로운 정치를 기대한 수많은 이들의 신뢰를 배반했다”고 했다.

당내 대선주자로 꼽히는 원희룡 제주도 지사는 이 대표가 전 국민 지급에 합의한 배경에 대해 “코로나가 안정된 후에 지급하기로 한 것으로 미루어 보아 재난지원금 지급이 코로나를 확산시킬 우려가 있다는 비판을 피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식의 판단, 실망스럽다”고 했다.

원 지사는 “(지원금은) 자영업자 몫으로 온전히 지급되는 게 맞는다”라며 “국민을 표로 보니까 금액을 줄여서라도 전 국민에 지급하려는 여당의 의도를 비판해야지 야당도 동의했다며 숟가락을 얹으려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표는 동의해 준 야당에는 오지 않는다”면서 “코로나가 안정될 시기가 대선에 더 가까운 시기가 될 것인데, 여당이 더 좋아하는 의도대로 동의해준 것”이라고 했다. 그는 “송 대표는 국민의힘을 비웃고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원 지사는 “재난지원금은 일반 국민의 소비지원금이 아니라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생존자금으로 집중 지원되어야 한다는 철학이 없으니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이라며 “의원총회에서 다시 물길을 돌려야 한다”고 했다.

당내 대선주자로 가장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는 홍준표 의원도 “재난 지원금을 주더라도 코로나 사태로 인해 피해가 큰 자영업자 등에 현실적인 손실보상을 책정하는 방향이 맞지, 전 국민에게 용돈 뿌리기는 이제 그만했으면 한다”며 ”실효성도 적고 가계에 큰 도움도 되지 않는다. 이런 추경은 반대한다”고 했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소속 원희룡 제주도 지사, 윤희숙 의원, 홍준표 의원.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고용진·국민의힘 황보승희 수석대변인은 전날 이 대표와 송 대표가 만나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고 대변인은 “두 대표가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지 않느냐는 데 공감대를 이루신 것 같다”고 말했다.

‘전 국민 지원은 매표행위'라던 당의 기존 입장과는 다른 이 대표의 결정에 당내에서는 ‘당황스럽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해당 결정 이후 이 대표는 김기현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와 만나 해당 사안에 대해 논의를 나눴다. 이 대표는 전날 오후 11시 59분쯤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방역수칙 강화로 2인 제한이라 배석자가 없다 보니 회동 후 전화로 다른 방에 있던 대변인들에게 전화상으로 간략하게 발표 내용을 정리해 전달하고 대변인들이 먼저 그 내용을 기반으로 브리핑했다”며 “강화된 방역수칙에 따라 배석자 없이 진행된 회동의 특성상 브리핑 내용으로 합의 내용이 충분히 설명되기 어려웠던 것 같다”고 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 원내대책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서도 “전 국민 지원한다는 것에 합의했다는 것 자체가 팩트가 아니다”라며 “우리 당 입장은 달라진 게 전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총에서 논의하자'는 당내 주장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없다”며 “이미 그 부분에 대해서는 논의가 충분히 돼 입장이 다 정해진 것”이라고 했다.

김도읍 정책위의장도 이날 오전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어제 합의 내용은 정부의 방역 지침에 따라 손실을 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범위를 넓히고 두텁게 지원하자는데 우선적으로 추경을 활용하고 이후 남는 재원이 있을시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를 전 국민으로 확대하자는 것을 검토하자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진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코로나 상황이 악화해 세수 실적도 기획재정부 수정 전망보다 안 나올 것 같다”며 “이 대표가 통일부 폐지에 이어 헛발질을 한 것 같다“고 했다. 앞서 이 대표는 ‘여가부와 통일부는 수명이 다했거나 아무 역할이 없는 부처’라며 폐지를 주장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대표 리스크의 현실화”라며 “철학의 부재로 보수의 아젠다를 못 만드는 거다. 그러니 토론배틀과 같은 일회성 이벤트나 벌이다가 약발 떨어지니 과거로 퇴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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