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어장을 탈출한 송어는 뇌가 커진다

조홍섭 2021. 7. 13.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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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의 양식장에서 때맞춰 정해진 규격의 사료를 제공받던 무지개송어가 폭풍으로 그물이 터지면서 갑자기 야생으로 풀려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탈출한 송어 가운데서도 양식장에서 먼 곳에서 잡은 개체일수록 상대적으로 뇌가 더 컸다.

이번 연구는 2018년 가을 휴런 호에 강력한 폭풍이 몰아쳐 무지개송어 양식장의 그물이 터져 수만 마리의 성체 송어가 탈출한 사고가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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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복잡한 환경서 먹이 사냥하느라 7개월 만에 15% 커져..계절별로도 뇌 크기 변화
무지개송어는 뇌의 크기를 환경에 따라 융통성 있게 바꿀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게티이미지뱅크

호수의 양식장에서 때맞춰 정해진 규격의 사료를 제공받던 무지개송어가 폭풍으로 그물이 터지면서 갑자기 야생으로 풀려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캐나다 온타리아주의 휴런 호에서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졌고 드문 ‘자연 실험장’을 제공했다.

프레데릭 라베르주 캐나다 겔프대 교수 등은 이 실험결과를 ‘바이오 아카이브’에 보고하고 “야생에 간 지 7달 만에 무지개송어의 뇌 크기가 15%나 커졌다”고 밝혔다. 바이오 아카이브는 정식 출판 전 사전심사를 거치지 않은 온라인 논문공유 서버이다.

규칙적으로 먹이가 공급되는 양식장에서 송어는 뇌의 크기를 키울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연합뉴스

태어나서 처음으로 야생으로 간 무지개송어는 단조로운 그물망이 아닌 복잡한 자연에 적응해야 한다. 또 규칙적 사료가 아니라 잘 위장하고 죽어라 도망치는 먹이를 사냥해야 한다.

연구자들은 “뇌가 커진 부위는 후각 망울 등 뇌 앞쪽에서 먹이의 냄새를 맡고 추적할 때 필요한 부분”이라며 “이번 연구는 어류의 뇌 크기가 단기간의 필요로 따라 커지거나 작아지는 유연성을 지녔음을 야생에서 증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탈출한 송어 가운데서도 양식장에서 먼 곳에서 잡은 개체일수록 상대적으로 뇌가 더 컸다. 연구자들은 “두뇌가 큰 송어가 새로운 환경으로 퍼져나가는 데 더 적합하다는 걸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야생으로 탈출한 무지개송어는 이것저것 생각 거리가 많아졌고 뇌의 크기도 이런 필요에 따라 커졌다. 윌프리드 코페르츠키, 픽사베이 제공.

양식장을 벗어난 송어는 물 위에서 던져주는 사료가 아니라 호수 바닥에서 살아있는 먹이를 사냥해야 했다. 위 내용물을 조사한 결과 송어는 주로 잠자리 애벌레나 날도래 애벌레 등 저서 무척추동물을 잡아먹었다.

이들은 복잡하고 낯선 환경에서 먹이를 사냥하는 데 필요한 인지능력을 키우기 위해 두뇌가 단기간에 커졌을 것으로 연구자들은 추정했다. 연구자들은 “두뇌의 신경조직은 유지에 가장 많은 에너지가 드는 장기”라며 “어류를 비롯해 양키·파충류와 일부 포유류도 필요에 따라 두뇌 크기를 줄이거나 키우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휴런 호의 무지개송어 양식장이 폭풍으로 파괴돼 수만 마리의 송어가 풀려나가는 사건 때문에 가능해졌다. 마이크 앤더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이번 연구는 2018년 가을 휴런 호에 강력한 폭풍이 몰아쳐 무지개송어 양식장의 그물이 터져 수만 마리의 성체 송어가 탈출한 사고가 계기가 됐다. 연구자들은 양식장 밖 송어가 탈출한 개체인지 아닌지를 지느러미의 마모 정도, 동위원소 분석을 통한 먹이 차이, 크기, 성별 등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단기간에 형질을 변화시키는 능력은 생태계 안정에 기여한다. 연구자들은 “최상위 포식자가 기동력 있게 적절한 먹이를 찾아 먹이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면 먹이 종을 포함한 생태계를 안정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북미에 서식하는 연못송어 그림. 사냥철에 뇌가 커졌다 활동이 둔해지는 계절엔 줄어든다. 네프 티머시,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관리청 제공.

한편, 라베르주 교수는 다른 연구팀과 수행한 별도의 연구에서 여러 해 동안 북미의 연못송어를 조사한 결과 계절별로 뇌 크기가 변한다는 사실도 밝혔다. 찬물을 좋아하는 이 송어는 가을과 겨울 동안 호수 가장자리나 표면에 나와 활발히 사냥하고 봄·여름에는 호수 바닥에 머무는데 가을·겨울에 상대적으로 뇌가 커졌다 봄·여름에는 줄어들었다.

인용 논문: bioRxiv, DOI: 10.1101/2021.06.17.448828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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