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합의 번복' 후폭풍..민주당 파상공세, 국민의힘 수습 진땀

박광연·유정인·탁지영 기자 2021. 7. 13.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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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을 마친 후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여야 대표의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깜짝 합의와 번복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송영길 대표와의 ‘재난지원금 전국민 지급’ 합의를 당내 반발로 번복하자 “약속을 저버렸다”며 대대적 공세에 나섰다. 이 대표의 리더십을 문제삼으며 야당 내 자중지란에 따른 반사 이익을 얻고,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심사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대표와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합의가 아니다”라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이 대표에 대한 당내 비판이 이어지는 등 ‘이준석 리더십’ 논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편성된 재난지원금을 ‘소득 하위 80%’가 아닌 전국민에 지급하는 방안을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송영길 대표는 1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번 합의는 이 대표가 실용적 접근을 보여준 결단”이라며 “국민의힘 의원들께서는 이 대표의 결단을 존중하고 뒷받침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송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를 윽박지르는 건 올바른 야당 태도가 아니다”라며 국민의힘 내 반발을 비판했다.

여당에서는 이 대표 리더십을 문제삼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왔다. 김영배 최고위원은 SNS에 “당대표의 약속이 이럴진대 국민들은 국민의힘의 그 무엇을 어떻게 믿을 수 있나”라며 “국민의힘과 일부 언론이 칭송해 마지않던 ‘이준석 효과’가 ‘이준석 리스크’로 변하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4선 우원식 의원도 SNS에 “당대표를 이렇게 깔봐도 되나. 어이없다”고 했다.

여당 대선주자들도 비판에 가세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SNS에 “아무리 약속이 헌신짝 취급받는 정치라지만 이건 아니다”라며 “국민의힘은 여야 대표의 합의를 성실히 이행하라”고 말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SNS에서 “국정이 장난인가”라고 비판했고,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SNS에 “정당 간 약속이 언제든 깨질 수 있다면 정치 행위의 의미가 사라진다”고 했다.

여당의 파상 공세는 최근 상승세를 타는 야당의 기세를 꺾으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상승세를 이끈 이 대표가 논란의 당사자가 됐다는 점에서 공격 포인트로 삼는 것이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 추경안에 따르면 1~2인 가구의 주된 구성원인 2030 청년 세대와 신혼부부들이 대거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전국민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 대표는 2030 청년 세대를 배신한 건가”라고 주장했다.

이날 시작된 국회 추경안 심사에서 여야 대표 ‘합의’라는 정치적 명분을 앞세워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추진하기 위한 시도로도 해석된다. 송 대표는 SNS에 “민주당이라고 왜 다른 목소리가 없겠나”며 “하지만 대표가 결단했다면 일단 존중하고 이를 내부적으로 면밀히 검토하는 것이 보편적인 일처리 방식”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수습에 나섰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합의했다는 것 자체가 사실이 아니다”라며 “종전과 같은 입장”이라고 말했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어제 합의 내용은 남는 재원이 있을 시 재난지원금 대상 범위를 전국민으로 확대하는 것까지 검토하자는 취지”라고 했다.

합의 당사자인 이 대표도 BBS 라디오에서 “선별지급, 선별지원이 당론”이라고 말했다. 여야 대표간 합의를 반복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전달이 잘못됐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당내에선 “‘전국민 돈뿌리기 게임’에 동조한 것”(윤희숙 의원), “(당 대표가) 독단적 스타일로 인식되면 당과 함께 하기 어렵다”(원희룡 제주지사)는 비판이 나오는 등 여진이 이어졌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재난지원금을 전국민에게 지급하기로 했다. 이르면 오는 9월말 추석 연휴쯤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따라 지급 일정이 늦춰질 수 있다고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전했다.

이에 따라 ‘신용카드 캐시백’은 추진하지 않는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에 따른 소상공인·자영업자 피해 지원은 확대한다. 재난지원금 전국민 지급까지 감안할 때 추경 재원은 일부 금액을 채무 상환에 사용할 경우 4조원~4조5000억원 가량, 채무 상환에 쓰지 않으면 2조원~2조5000억원 가량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민주당은 추산했다.

박광연·유정인·탁지영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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