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력 조절하려는데 멈추는 원전..탄소중립 가는 길 어쩌나

김정수 2021. 7. 13.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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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12일 고리 3호기 출력 줄이던 중 자동정지
작년엔 한빛5호기, 2019년엔 신월성2호기도 정지
재생에너지로 조절 잦아질 상황에 불안 요소
12일 계획예방정비를 위해 원자로 출력을 낮추던 중 갑자기 멈춰 선 부산시 기장군 고리 3호기 원전. 연합뉴스

12일 오전 6시12분 부산시 기장군 고리 원전 3호기 원자로가 갑자기 멈춰섰다. 한국수력원자력이 계획예방정비 준비를 하려고 출력을 줄이던 중 증기발생기 수위가 내려가면서 원자로 보호를 위한 자동정지 시스템이 작동된 것이다. 원자로의 자동정지는 원전 사고의 하나로 분류된다.

지난해 10월26일 전남 영광군 한빛 원전 5호기에서도 비슷한 유형의 원자로 자동정지가 발생했다. 정기검사의 하나로 원자로 출력을 100%에서 약 35%로 낮추는 출력급감발계통 동작시험을 하던 중 증기발생기 수위가 올라간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2019년 9월에는 경북 경주 신월성 2호기 원자로가 출력을 올리던 중 증기발생기 수위가 내려가면서 자동정지했다.

이런 원자로 자동정지를 두고 원전업계는 원전의 안전운전 시스템이 잘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설명한다. 하지만 에너지 전문가 사이에는 탄소중립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기존 원전들이 안정적 전력 공급에 불안 요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재생에너지 공급량 변화에 맞춰 출력량 조절 어려운 원전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까지 전 세계가 탄소중립에 도달하려면 2020년 29%인 재생에너지 전력 비중이 88%까지 증가해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도 비슷하다. 정부는 지난 달 탄소중립위원회에 제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검토안에서 원자력과 화석에너지 이외의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 비중을 81.1~82.9%로 잡았다. 2020년 수력 포함 신재생에너지 비중 6.9%의 10배가 넘는다. 이처럼 태양광과 풍력 등 출력 변동성이 높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급증하는 상황은 다른 에너지원의 신속한 출력 조절 대응을 요구한다.

2017년 국제에너지기구가 발표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증가에 따른 전력망 변화를 다룬 보고서를 보면,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25%를 넘게 되면 어떤 발전소도 24시간 내내 가동하기 어렵게 된다.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수용하기 위해 모든 발전소가 재생에너지의 출력 변동에 맞춰 출력을 조절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대로라면, 한국이 탄소중립으로 가는 도중 맞닥뜨릴 상황이기도 하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비중 25% 이상을 2030년께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원전이 탄소중립 달성에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2일 한 언론사 주최 포럼에 참석해 “2050년에도 여전히 9기 이상의 원전이 가동되며 탄소중립이 실현될 때까지도 자기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같은 날 발생한 고리 3호기의 출력조절 중 불시정지 사고는 원전의 역할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말해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신속한 출력 조절에 위험성이 따를 경우 출력 변동이 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에는 아예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까지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유럽 일부 국가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다.

갑자기 멈출까봐 영국에선 몇 달씩 원전 세워놓기도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지난해 풍력발전 비중이 24.8%를 기록한 영국에서는 원전의 불시정지에 따른 정전 위험에 대비해 사이즈웰-비 원전을 5~6월 두 달은 출력을 50%로 낮춰 운전하고, 7~9월은 아예 세운 바 있다”며 “재생에너지 비중이 점점 늘어나는 상황에서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제외한 전력 순수요가 낮은 주말이나 연휴에 대형 원전에서 발생하는 불시정지는 전력망 안정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말했다. 전력망 안정을 위한 원전 출력 제한은 국내에서도 지난해 5월 신고리 3·4호기에서 처음 시행된 이후 연휴 때마다 이뤄지고 있다.

원전에서 전기의 주파수 변화를 따라가며 출력을 조절하는 ‘부하추종 운전’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반박도 있다. 전력망을 흐르는 전기의 주파수는 공급이 부족하거나 수요가 넘쳐 전력이 부족하면 내려가고, 공급이 넘치거나 수요가 부족해 전력이 남아돌면 올라간다. 부하추종운전은 전력의 수요·공급 불일치로 전력망이 마비되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발전소들이 주파수가 일정하게 유지될 수 있게 출력을 조절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1년 내놓은 ‘원전 부하추종의 기술·경제적 측면’ 보고서를 보면, 유럽연합은 원전에 최소 분당 3~5%의 출력 변동이 가능한 설계를 요구하고 있고, 일부 최신 원전은 이 기준을 뛰어넘어 초 단위의 출력 변동까지 가능하게 설계돼 있다. 이에 따라 실제 프랑스, 독일 등에서는 원전이 실제 부하추종 운전에까지 참여하고 있다.

기술 개발로 극복할 수 없나…“한국 원전에는 실현 불가능”

그러나 미국과 캐나다에게 개발된 모델을 기반으로 한 한국의 원전에서는 부하추종 운전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력계통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영환 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프랑스에서 기술을 도입하면 된다는 주장도 있지만,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 부하추종이 가능하도록 기존 원전 설비를 바꾸는 것은 비용과 안전성 면에서 전혀 타당성이 없는 실현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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