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원전 정부의 고집..무더위 전력난에 새원전 놀리고 수요 절감만 집착
신설 신한울1호기, 원안위 허가 늦어 내년 3월에나 가동
전국에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며 전력 수요가 치솟은 13일, 전력당국에는 전력공급 예비자원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1.4GW 규모의 새 원전인 신한울 1호기는 지난해 일찌감치 건설을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의 운영허가가 늦어지면서 올 여름 무더위에 아무 역할도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직접 나서서 ‘아낀 전기’ 시장으로 불리는 수요반응(DR·Demand Response) 시장 점검에 나섰다. DR 시장은 공급이 정해진 상황에서 수요를 줄여 정전을 막는 기능을 한다.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인천, 세종, 제주도 등 전국 주요 지역에서 폭염경보가 발령된13일 오후 전력 예비율은 10% 아래로 떨어졌다. 전력 수급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이다.
전력거래소 전력통계정보시스템 실시간 전력수급 현황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45분 현재 공급능력은 96.1GW, 부하는 87.7GW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공급예비력은 8.4GW, 공급예비율은 9.6%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전날 같은 시간 부하인 85.4GW보다 2GW 가량 늘어난 규모로 올여름 들어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완공 후 15개월이 흐른 1.4GW 용량의 신한울 1호기는 아직 멈춰있다. 원안위가 지난 9일에야 운영허가를 내줬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수력원자력은 오는 14일에야 원자로에 첫 연료 장전을 하고 8개월간의 시운전시험을 하게 된다. 이에 따라 빠르면 내년 3월에야 본격적인 상업운전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산업부는 지난 1일 확정한 ‘여름철 전력수급 전망 및 대책’에서 7월 넷째주가 되면 공급능력 97.2GW에서 최대전력수요 93.2GW를 뺀 예비력이 4.0GW까지 낮아져 예비율 4.2%를 기록해 전력수급이 초긴장 상태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이 전망대로 되면 예비력이 2.8GW까지 떨어졌던 201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산업부는 이에 DR 의무수요감축, 예방정비 중인 발전기 시운전, 태양광 충전 ESS 방전시간 조정, 공공비상발전기 투입 등을 통해 8.8GW의 예비자원을 마련해 대비 중이다.
무더위가 본격화되면서 당장 전력이 급해진 정부는 수요 조절에 나섰다. 문 장관이 이날 직접 ‘아낀 전기’로 불리는 수요반응(DR·Demand Response) 시장을 점검한 것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DR 시장의 IDR서비스, 그리드위즈, KT 등 수요자원관리사업자 및 동국제강, 현대차, 대림제지, SK인천석유화학, 롯데마트 등 참여기업들이 참석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문 장관의 이날 간담회 취지에 대해 “전날부터 기온이 솟고 있고, 이날도 전날보다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전력당국 입장에서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전력 수급상황을 점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DR 시장은 공급이 정해진 상황에서 수요를 줄여 정전을 막는 기능을 한다. 전력 예비력이 5.5GW 아래로 떨어지면 등록 수요처에서 약정한 만큼 사용량을 줄이는 식이다. 5.5GW 이하로 떨어지지 않아도 정부가 정한 목표수요를 넘어설 경우 ‘피크수요DR’이라는 또다른 시장이 열린다. 수요자들이 하루 전 입찰을 통해 참여 의사를 밝히면, 감축물량이 배정되고 배정량 만큼 전력사용을 감축해 전체 전력망의 부하를 줄이게 된다.
문제는 이같은 DR시장의 운영비용이 결코 싸지 않다는데 있다. 예비력이 5.5GW 이하로 떨어질 경우 등록 수요처는 등록한 규모만큼 의무적으로 수요를 줄여야 한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감축 규모를 등록만 해도 보상을 받는다. 또 피크수요DR시장에서는 감축 실적만큼 추가 보상을 하는데, 이는 가장 비싼 발전원인 LNG 수준의 단가를 적용 받는다. 이에 따라 지난해 수요자원시장의 정산금 규모는 2184억원에 달했다. 코로나로 인한 경제 충격이 없었던 2019년에는 2399억원 수준이었다.
신한울 1호기의 운영허가가 지난해 하반기에만 났어도 비싼 DR 전력 보상에 들일 돈을 아낄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원안위 일부 위원의 고집이 전기요금 내는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온 셈이다. 원안위 일부 위원은 신한울 1호기 원전에 대해 ‘북한의 장사정포 공격’과 ‘항공기 테러’에 대비가 돼 있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운영허가를 반대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현대차는 문 장관에게 DR시장을 새로운 기회로 보고있다는 취지의 설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전기차 충·방전을 활용해 수요가 적은 시간대에 충전한 전력을 피크 시간대에 사용하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수요를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전했다고 한다. V2G(Vehicle-to-Grid) 비즈니스 실증 기회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현대차는 이같은 방식으로 DR시장에 330kW를 등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DR시장
2014년 11월 전력거래소의 DR 시장 개설로 시작됐다. 현재 30개 수요관리사업자가 5154개 업체(총 4.65GW)를 등록해 참여 중이다. 전력 피크 시기에 피크 수요를 일정 폭 낮추는 역할을 한다. DR시장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미리 사용량 감축 규모를 약정해 두고 있다가 예비력이 5.5GW 이하로 떨어져 정부가 의무수요감축을 발령하면 수요를 감축한다. 이같은 의무가 있기 때문에 기업들은 감축 규모를 등록만 해도 보상을 받는다. 산업 특성상 긴급한 요청에 응할 수 없는 업체는 DR시장에 참여하지 않는다. 반도체 생산라인이 대표적이다. 반면 제철업계는 수요자원시장의 큰 손 중의 하나다. 규모가 워낙 커서 평소에 많은 전력을 사용하지만, 십수분간 전력공급을 중단하더라도 공정에 영향이 없는 용광로 등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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