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인의대통령]"전환기 대통령 노태우, 새로운 질서 만들었다"

김남균 기자 2021. 7. 14.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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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하우스 초청 강원택 교수 특강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저평가"
"북방정책 타이밍은 매우 주효"
"상임위장 여야 배분 관행 시작"
"심각한 부패..반론 여지 없어"
1988년 2월 25일 노태우 제13대 대통령이 국회의사당 앞 광장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서울경제]

“사람들은 노태우 정부에 대해 ‘팩트’ 자체를 모르고 있는 게 너무 많습니다. 하지만 그는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는 전환기의 중요한 대통령이었습니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13일 노태우 전 대통령이 민주화 이후 한국 사회 전환기를 이끌었다며 역대 대통령들 중 가장 저평가된 대통령이라 주장했다. 전환기란 국내적으로는 권위주의 체제에서 민주화 체제로의 이행, 국제적으로는 냉전에서 탈냉전으로 넘어가는 시기라는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그는 “전환기가 중요한 이유는 이때 형성되는 질서가 이후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라며 “오늘날 국내 및 국제 정치적으로 미치는 많은 영향들의 출발점들이 노 전 대통령 때 대부분 만들어졌다”고 평가했다.

13일 오후 강원택 서울대 교수가 서울 여의도 카페 하우스(How’s)에서 열린 ‘기적의 나라 대한민국 7인의 대통령’ 세미나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유튜브 캡쳐
“중요한 정책들은 많았다. 우리가 잘 모를 뿐”

강 교수는 이날 오후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과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서울 여의도 카페 하우스(How’s)에서 열린 ‘기적의 나라 대한민국 7인의 대통령’ 세미나에서 노 전 대통령의 리더십을 주제로 강의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조치를 고려해 강의는 화상으로 중계됐다. 강 교수는 “노 전 대통령은 평가가 거의 없다고 해도 될 만큼 논의가 적었다”며 “당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먼저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고 운을 뗐다.

강 교수는 ‘북방(北方) 정책’이 국제 질서 전환기에 시의적절하게 실시됐다고 평가했다. 북방 정책은 공산권 국가 및 북한을 대상으로 한 노태우 정부의 외교정책이다. 이는 사회주의 국가와의 외교 정상화의 남북한 관계 개선을 목적으로 했다.

강 교수는 ‘긴장 완화와 평화 공존의 물줄기를 타겠다’, ‘교류가 없던 대륙국가에도 국제협력의 통로를 넓게 하겠다’ 등 노 전 대통령의 취임사 문구를 인용하며 “노 전 대통령은 북방 정책을 취임 전부터 준비해 오며 (탈냉전이라는) 유리한 시점을 찾아서 추진력 있게 끌고 나갔다”고 설명했다. 또 “당시 한국이 1992년 중국과의 수교가 조금만 늦어졌어도 결국 우리에게 큰 경제적 피해로 돌아왔을 것”이라며 “북방정책의 타이밍은 굉장히 주효했다”고 말했다.

1992년 11월 20일 청와대에서 노태우 대통령과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이 합동기자 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국회 권위 존중한 盧···상임위 배분 관행도 이때 만들어져

국회 상임위원장 여야 배분 관행도 노 전 대통령 때 만들어졌다. 강 교수는 “1988년 총선에서 여소야대 정국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의회의 권위와 결정을 상당히 존중했다”며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이 상임위원장을 가져갔는데, 나중에 3당 합당으로 여당인 민주자유당이 과반 의석을 갖게 된 상황에서도 야당에 상임위원장을 배분해주며 관행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더불어민주당이 상임위원장을 독식한 것은 이는 민주화 이후 처음있는 일”이라며 “관행이 깨진 것”이라 지적했다. 강 교수는 그 외에도 인천 국제 공항 착공, 경부고속철도 착공, 서해안 고속도로 착공, 새만금 종합개발 시작 등 여러 굵직한 인프라 사업들을 언급하며 노태우 정부의 성과를 소개했다.

1991년 2월 27일 노태우 대통령이 인천 서해안 고속도로 기공식에 참석, 발파스위치를 누른후 박수를 치고 있다./연합뉴스
“전환기의 리더···겸손과 부족함 알아”

강 교수는 리더십의 요건으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시대적 의미를 리더가 아는지 △이를 구현할 정책 비전이 존재하는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행할 것이지 등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강 교수는 “전환기는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위기가 될 수 있는 상황으로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면서도 “노 전 대통령은 그런 전환기에 대한 시대 인식이 있었고 방향도 정확히 제시했다”고 치켜세웠다. 민주화와 탈냉전 시기에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적재적소에 정책을 펼쳤다는 분석이다.

강 교수는 노 전 대통령의 초당적 태도도 높이 평가했다. 그는 “노태우 정부 대북정책은 여야의 초당적 합의하에서 추진됐다”며 “오늘날 대북정책은 이념적 갈등의 틀에 놓여있지만 노 전 대통령은 미국 등 주요 우방과의 협력 관계까지 더해져 남북 관계의 주도적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리더는 너무 잘난척하면 안 된다”며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부족함을 잘 알고 있어서 참모들을 잘 기용했고 그게 오히려 많은 업적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부패 이미지는 반론의 여지 없어”

노 전 대통령의 과오로는 ‘부패’가 중요하게 지적됐다. 이날 강연의 토론자로 나선 강규형 명지대 교수는 “전체적으로 봤을 때 과소평가된 정부고 (변화하는) 시대에 순응했다는 점에 큰 점수를 주고 싶다”면서도 “부패 문제를 이야기 안 할 수 없다. 부패의 정도가 상당히 심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불법으로 조성한 비자금도 많았고, 일부를 동생 노재우씨와 그 아들들에게 비밀리에 줬다가 볼썽사나운 소송까지 진행됐다”며 “노 전 대통령의 딸이 미국에 있을 때 용돈으로 거액을 분할 입금하다 잡히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노 전 대통령은 1995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혐의로 검찰에 의해 구속 기소되어 항소심에서 징역 15년에 2,628억원의 추징금을 선고 받은 바 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등 재벌총수 8명을 포함한 기업인 35명도 불구속 기소됐지만 항소심에서 집행유예와 무죄를 선고 받았다.

김남균 기자 sou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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