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11년 블랙아웃 악몽 재현하려 하나
탈원전 아집에 멈춘 원전 재개 고려해야
올여름이 불안하다. 기상청이 경고한 강력한 ‘열돔’ 형태의 폭염은 아직 찾아오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전력대란 위기가 가시화하고 있어서다. 돌발 상황에 따른 블랙아웃(대정전)을 막기 위해 통상 전력예비율은 10% 이상으로 유지한다. 하지만 올해 첫 열대야가 발생한 지난 13일 한때 전력예비율이 9.5%로 떨어지는 등 사흘 내내 한 자릿수대를 오가며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루 단위로는 간신히 10% 선을 유지하고 있지만 전력 사용량이 올 들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그 아래로 떨어지는 건 시간 문제다. 이러다간 2011년 9월 15일 정전 사태의 악몽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비관적 전망마저 나온다.
10년 전 전국적으로 발생했던 정전대란은 기록적인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오후 3시 전력 수요가 갑작스럽게 몰리며 발생했다. 정전이 5시간가량 이어지며 피해 가구 수가 212만 호에 달했다. 당시 사고 원인은 부적절한 발전소 가동 중단이었다. 전력 사용량이 갑자기 치솟기는 했지만 우리 발전능력으로 감당 못할 수준은 아니었다. 문제는 늦더위 예고에도 불구하고 예정된 정비를 이유로 전체 용량의 11%에 달하는 23개 발전소 가동을 중단하면서 공급을 충족시키지 못한 데 있었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문재인 정부가 무리하게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탈원전 정책 탓에 현재 원전 24기 가운데 8기가 멈춰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제동으로 한빛4호기는 현 정부 들어 4년째 정비 중이고, 지난해 4월 완공한 신한울1호기는 지난 9일에야 조건부 운영 허가를 받았다. 과거 정전 사태는 수요 예측에 실패한 한전의 단순 오판이었다면 이번 위기는 ‘탈원전’이라는 교조적인 원칙을 고수하느라 찾아온 셈이다.
불안정한 전력 수급으로 탈원전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정부는 “탈원전이 아니라 경기 회복에 따른 자연스러운 전력 수요 증가”라고 항변한다. 올 들어 산업용 전력 판매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가동 가능한 멀쩡한 원전을 제때 제대로 가동했다면 사상 최악의 폭염 속에 국민이 정전 걱정까지 할 일은 애초에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문제를 직시하는 대신 엉뚱한 전력수급 대책만 내놓고 있으니 심히 우려스럽다. 시운전 중인 석탄 발전을 긴급 투입하고, 기업에 전기 수요를 자제해 달라는 ‘수요 반응 제도’ 동참을 요청하고 있다.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밀어붙이는 정부가 석탄 발전을 대안으로 내놓은 것도, 또 기업더러 전기 덜 쓰라는 막무가내식 요구를 하는 것 모두 상식적이지 않다.
문재인 정부의 무리한 탈원전 이념을 좇느라 언제까지 국민이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야 하나. 일시적인 전력수급 문제뿐 아니라 국가 발전 등 다방면에서 문제가 많은 탈원전 정책을 다시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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