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건 확진자가 아니라 치사율이야!"

사혜원 영국통신원 2021. 7. 16.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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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주목하는 영국의 실험, 성공할까
하루 확진자 3만 명 넘어섰지만 7월19일부터 규제 완전 해제

(시사저널=사혜원 영국통신원)

영국에서 7월19일은 'Freedom Day'(자유의 날, 해방의 날)로 불리고 있다. 지난 7월2일 보리스 존슨 총리가 19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규제를 완전히 없애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영국 정부의 결정에 따라 19일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동시에 우려의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영국은 올해 1월초 강력 봉쇄를 시작했으며, 단계적 해제 로드맵에 따라 당초 6월21일 모든 규제를 풀고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을 종료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퍼지자 일정을 4주 연기했다.

7월11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이탈리아와 영국의 UEFA 유로 2020 결승전에서 존슨 총리(가운데 흰옷)를 비롯한 영국 관중들이 마스크 없이 경기를 응원하고 있다.ⓒEPA 연합

"7월19일이면 3분의 2가 2차 접종까지 완료"

사실 숫자로만 봤을 때, 6월초에 비해 지금 영국의 코로나19 상황은 더 악화됐으면 됐지, 나아진 것은 없다. 윔블던 경기와 유로 2020 등 집단 야외 스포츠 경기 관람객과, 해외로 여름휴가를 다녀오는 사람들, 또 완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에서 허용되는 모임을 자유롭게 가진 사람들 때문에 델타 변이 바이러스는 영국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하루 평균 6000~7000명을 웃돌던 6월초에 비해 7월 들어서는 지난 7일간 평균 확진자 수가 이미 3만 명을 넘어섰다.

확진자 수가 전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폭증하고 있음에도 거리 두기 완화 조치를 그대로 강행하는 것에 대한 존슨 총리의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사회적 거리 두기 규제를 완화하겠느냐는 것이다.

존슨 총리는 "우리는 지금 정확히 언제 이 모든 것이 끝날지에 대해 확실한 답변이나 확실한 날짜를 정할 수 없는 상태에 처해 있다"며 연설을 시작했다. "확진자 숫자는 매일 늘어나고 있고, 또 유럽에 있는 다른 나라들을 봤을 때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위험성도 알고 있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만약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를 9월 혹은 그 이후로 미루게 된다면, 날씨도 다시 추워지고 코로나 확산 위험이 더 높아지며 학교들도 다시 개학할 것이고, 집단감염 위험이 더 높아질 것을 알고 있다"며 "그래서 우리는 학교들 방학이 시작되는 바로 지금이 다음 단계로 진행하는 좋은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7월19일에 규제를 완화하는 이유를 밝혔다.

동시에 존슨 총리는 "우리는 다음 단계에 무척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이 전염병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코로나바이러스는 계속 여러분과 여러분 가족들에게 위험을 끼칠 수 있다"며 "단순히 날짜가 바뀌어 7월19일이 됐다고 코로나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고 단호하게 얘기했다.

연설에서 존슨 총리는 영국의 높은 백신 접종률과 백신 접종 성과 덕에 치사율이 무척 낮아졌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매주 우리 국민은 몇십만 명씩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7월19일이 된다면, 영국 국민의 3분의 2는 이미 2차 접종까지 완료했을 것이고, 모든 어른은 1차 접종을 완료한 상태일 것"이라며 아직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에게 빨리 백신을 맞으라고 권고했다.

"누구의 '자유의 날'은 누구에겐 '두려움의 날'"

이에 대한 영국의 여론이나 분위기는 거의 반반으로 갈린다. 일부 시민은 "드디어 해방이다"라며 행복감을 표시했다. 다른 나라들의 방역 방침과 비교한다면 조금 무모해 보이는 점도 없지 않지만, 이제 코로나바이러스와 공존하면서 살아가는 연습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확진자 수로 계속 두려움에 떨면서 언제까지 문을 걸어닫고 있을 것인가? 확진자 대비 치사율로 봤을 때 우리는 이제 코로나를 독감처럼 일반적인 질병으로 생각해도 괜찮은 상황이 된 것"이라는 네티즌의 댓글은 많은 공감을 얻었다. "지금이 아니면 영영 규제를 풀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에 동의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현 상태와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을 것 같다는 다소 냉소적인 반응도 있다. "지금 우리 중 방역지침을 제대로 지키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어차피 마스크도 쓰지 않고 유로 2020 경기를 보고, 포르투갈 등 '청색 국가'에 있는 유럽 나라들로 휴가를 가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 것을 보라"며 이미 사람의 행동은 법으로 규제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것 같다는 현실적인 의견이다.

반면 일부 시민은 존슨 총리를 포함해 이번 정부가 지나치게 책임감이 없어 보인다고 분노했다. "이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완화'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없애는 것이다. 대중교통에서도 마스크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거리 두기를 일부 완화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모든 규제를 한 번에 없애는 것은 마치 연약한 사람들을 '늑대 우리에 먹이로 던져주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는 의견이다.

특히 존슨 총리의 연설 중에서 '(정부 규제가 없어져도) 시민들이 알아서 책임감 있게 행동하길 바란다'는 말이 위험하게 들린다는 비판도 있다. 지난 16개월 동안 갇혀 있던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책임감 있게 행동할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을 완화했을 때, 가장 위험하고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이기적인 행동 때문에 생명의 위협을 느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발표에 대해 WHO(세계보건기구) 및 BMA(영국의학협회)는 너무 섣부른 결정이라고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WHO 코로나 전문가인 데이비드 나바로 박사는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되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가 아예 사라진 것처럼 행동하면 안 된다"며 "델타 변이를 포함한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는 백신 접종을 한 사람들에게도 위험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영국의학협회의 입장은 더욱 단호하다. 찬드 나그파울 의장은 "7월19일 계획대로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을 완화하는 것은 정말 무책임하고 위험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백신 접종 비율이 높다고 하지만 100%는 아니기 때문에 위험은 아직 존재하고, 또한 부족한 의료 인력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맨체스터의 앤디 번햄 시장은 이에 대해 "누군가의 '자유의 날'은 누군가에게는 '두려움의 날'이다(one person's freedom is another person's fear day)"는 말로 우려스러운 분위기를 요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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