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국가들의 '중국 백신 불신'.. 中 백신외교 흔들

고찬유 2021. 7. 16.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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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 거세지는 동남아·남미 
말레이, "中 시노백 추가 주문 안 한다" 
인니·태국, "시노백 접종자 부스터샷" 
브라질, 주지사 시노백 맞고 감염 논란 
中, "돌파감염은 특정 백신만의 문제 아냐"
인도네시아에서 쓰고 있는 중국 시노백 백신. BBC인도네시아 캡처

말레이시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국 백신 시노백을 사실상 퇴출했다. 대신 미국 백신 접종에 집중한다. 재고 소진이 표면적 이유지만 '중국 백신=물 백신' 논란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동남아시아 각국에서 비슷한 논란이 제기돼 야심 찬 중국의 '백신외교'는 좌초 위기에 놓였다.

16일 스트레이츠타임스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보건장관은 전날 "미국 화이자 백신 공급량이 충분해 중국 시노백 백신은 재고량이 떨어지면 접종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약 1,600만 회 분량을 주문한 시노백 백신은 절반 정도 투여돼 나머지는 2차 접종에 사용할 예정이고 아직 접종하지 못한 사람은 약 4,500만 회치(2,250만 명분)가 있는 화이자 백신을 맞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일 확진자 수가 1만 명을 넘어가면서 병상이 부족해 병원 밖에 누워 있는 말레이시아 환자들. 스트레이츠타임스 캡처

말레이시아는 올해 2월 무히딘 야신 총리가 화이자 백신을 맞으면서 화이자, 시노백,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현재 3,200만 인구의 12.3%(400만 명)가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1차 접종 비율은 최소 26.5%다. 인구의 70%에게 접종할 화이자 백신이 충분하기 때문에 시노백 추가 주문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재고 소진을 내걸었지만 중국 백신 퇴출 선언은 공교롭게도 최근 최악으로 치닫는 코로나19 상황과 맞물려 있다. 말레이시아는 여러 차례의 고강도 봉쇄에도 불구하고 일일 확진자 수가 전날 1만3,215명을 기록하는 등 사흘 연속 1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이 때문인지 말레이시아 보건당국은 전날 발표와 달리 중국의 다른 백신인 시노팜 사용을 이날 조건부로 긴급 승인하기도 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1월 13일 오전 중국 시노백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자카르타포스트 캡처

실제 중국 백신에 대한 불신은 동남아 국가를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올해 1월 13일 국가 정상 중 최초로 시노백 백신을 맞으면서 접종을 시작한 인도네시아도 딜레마에 빠졌다. 인도네시아는 델타(인도) 변이 확산으로 연일 기록을 경신하며 일일 확진자가 5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 15일 기준 접종 완료비율은 전체 인구(2억7,000만 명)의 5.8%에 불과하지만 이들의 90% 이상이 시노백 백신이라는 점이 부각된다. 여기에 근거가 빈약한 중국 백신 접종 후 사망한 의료진 숫자까지 곁들여진다. 논란이 가열되자 인도네시아 정부는 중국 백신 접종을 완료한 의료진을 대상으로 미국 모더나 백신을 추가 접종(부스터샷)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태국 역시 시노백 백신 접종자에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추가로 투여하겠다고 밝혔다.

동남아는 중국 백신외교의 중추다. 지난해 8월 중국을 방문한 인도네시아 외교장관에게 중국 백신 물량을 약속하는가 하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0개국 중 8곳을 직간접적으로 챙기며 백신외교에 공을 들였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 19 확산의 중심지로 떠오른 동남아 각국에서 중국 백신 불신 여론이 비등해지면서 체면을 구겼다. 관계 개선의 지렛대로 쓰려다 반중(反中) 정서만 키운 꼴이다.

주앙 도리아 브라질 상파울루 주지사. 상파울루=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백신=물 백신' 논란은 남아메리카로 번지고 있다. 내년 브라질 대선의 유력 주자인 주앙 도리아(63) 상파울루 주지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시노백(코로나백) 백신 접종을 6월 완료했으나 최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공개했다. 다만 그는 "코로나백을 이미 접종해 증상은 가볍다"고 전했다. 앞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SNS에 "코로나백은 코로나19 예방 효과가 거의 없다"고 주장하면서 중국 백신 접종자에 대한 부스터샷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칠레에선 한 대학 연구팀이 "시노백 접종 6개월 후 항체 수치가 낮아졌다"는 이유를 들어 부스터샷을 보건당국에 권고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중국은 반박했다. 호흡기질환 최고 권위자로 알려진 중난산 공정원 원사는 최근 상하이과기대 졸업식에서 "중국 백신은 코로나 외에 폐렴과 각종 중증질환은 물론 델타 변이 예방에도 효과가 탁월한 만큼 걱정하지 말고 접종하라"고 주장했다. 동남아 등의 상황은 취약한 방역 시스템 차원에서 살펴야 하고, '돌파감염(백신 접종 후 감염)'은 특정 백신의 문제가 아니라는 게 중국의 일반적 시각이다.

자카르타= 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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