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어긋난 윤석열의 '타이밍'..'별의 순간' 멀어지나

이혜영 기자 2021. 7. 16.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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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 순간에 각종 돌발변수..'오판·부적절 발언' 반복되면서 경쟁력 의구심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7월6일 오전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 제2연평해전 전사자 묘역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선 시계'가 예상보다 더디게 흐르고 있다. 검찰총장에서 정치권으로 직행하는 과정에서 윤 전 총장은 여러 극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그러나 고공 지지율 속 화려하게 정치권에 첫 발을 디딘 윤 전 총장은 본격 행보를 시작한 이후 이렇다 할 움직임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양상이다. 오히려 대권에 시동을 걸자마자 떠오른 여러 변수로 지지율 하락세를 마주했다.

특히 결정적 순간을 앞에 두고 오판과 부적절한 발언을 반복적으로 내놓으면서 윤 전 총장의 정치력과 경쟁력을 둘러싼 의구심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15일 윤 전 총장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회동을 가졌다. 그동안 전·현직 유력 정치인들을 잇달아 만나오던 '회동 정치'의 일환이었다. 그런데 윤 전 총장의 이날 만남은 결과적으로 '패착'이 됐다. 같은 시각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하는 뜻밖의 승부수를 띄웠기 때문이다. 

최 전 원장의 입당이 당일에야 알려졌기 때문에 윤 전 총장 측도 이를 전혀 알지 못한 채 반 전 총장과 예정된 일정을 소화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윤 전 총장의 행보는 경쟁자의 대형 이벤트 효과를 더욱 상승시킨 모양새가 됐다. 최 전 원장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시점에 입당하며 윤 전 총장에 열세이던 인지도를 끌어올렸고, 야권의 외곽 주자 가운데 첫 번째로 입당하며 직접 판세를 흔들었다. 

최 전 원장의 일격에 윤 전 총장의 '입당 저울질'과 '대선 벼락 과외'라는 혹평이 나온 회동 정치에 대한 비판도 커졌다. 특히 반 전 총장이 지난 대선에서 중도하차한 인물이어서 윤 전 총장의 '어긋난 타이밍'에 대한 탄식도 나왔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이 7월15일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혼란 거듭하며 '컨벤션 효과' 놓치고 지지율 하락

윤 전 총장이 보폭을 넓히는 이벤트를 할 때마다 돌발 변수는 계속 떠올랐다. 대표적인 사례가 윤 전 총장의 부인 김건희씨 인터뷰다. 윤 전 총장이 대권 도전을 공식화 한 지난달 29일 김씨는 한 매체와 전화 인터뷰를 가졌고, 여기에서 문제적 발언인 '쥴리'와 '박사 논문' 등 각종 논란이 쏟아져 나왔다. 야권 내에서 먼저 터진 'X파일'의 여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김씨 스스로 그동안 제기돼 온 의혹을 모두 발설해 버린 것이다. 

특히 해당 인터뷰가 윤 전 총장의 정치 참여 선언이 있던 당일에 이뤄졌고, 바로 이튿날 보도를 통해 확산하면서 스포트라이트는 윤 전 총장이 아닌 김씨에게로 향했다. 각종 의혹이 여론과 정치권의 검증 사정권에 들어온 것도 이 때부터다. 며칠 뒤 김씨의 모친이자 윤 전 총장의 장모까지 요양급여 부정수급 혐의로 구속되면서 악재는 계속됐다. 때문에 윤 전 총장은 정치 참여 선언을 통한 컨벤션 효과를 누려야 할 시기를 놓쳐버렸다. 

돌발변수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윤 전 총장 캠프 대변인을 맡았던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가짜 수산업자로부터 골프채 등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윤 전 총장 측은 재빨리 "관련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선을 그었다. 이 전 위원이 캠프 대변인에서 사퇴할 당시에도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가짜 수산업자' 김아무개씨로부터 금품 등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은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7월13일 오후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를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런데 지난 13일 이 전 위원이 돌연 '여권 인사가 Y(윤석열)를 치라며 회유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으면서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까지 해당 의혹에 대한 당 차원의 국정조사를 언급하고 나오면서 판이 커지는 듯 했다. 그러나 해당 폭로와 관련한 추가 정황이나 구체적인 정보가 나오지 않자 국민의힘도 일단 '거리두기'를 하며 관련 발언을 자제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하지만 이 전 위원의 폭로가 힘을 잃어가던 시점에 윤 전 총장은 반대로 음모론을 두둔하는 발언을 내놨다. 윤 전 총장은 "이 전 위원은 믿을만한 사람. 없는 말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과거의 측근이 던진 폭로에 힘을 실었다. 앞서 김건희씨나 장모 등 가족 관련 의혹이나 법정 공방에 대해서는 "법대로 처리" "(논문 표절 등 의혹은) 대학이 조사할 일"이라거나 "누구든 법이 적용되는 데 공평하고 엄정해야 한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펼친 것과는 결이 다른 발언이다. 야권이 발을 뺄 때 윤 전 총장이 참전했다는 점에서 타이밍도 좋지 않았다. 

이후 여권 공작설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음에도 공개적으로 음모론에 힘을 실은 윤 전 총장이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이 나왔다. 그동안 윤 전 총장이 보이던 화법과도 괴리가 있어 결국 그의 '다급함'만 부각됐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이 전 위원은 폭로 나흘 째인 현재까지도 이와 관련한 추가적인 발언을 내놓지 않고 있다. 결국 이 전 위원을 두둔했던 윤 전 총장 입장만 궁색해진 셈이다. 윤 전 총장이 적기에 강력한 메시지를 내놓기는 커녕 실기를 거듭하는 사이 공고했던 지지율 30%대는 20%대로 추락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6월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尹, 초창기 지지도만 갖고 착각하면 안 돼"

윤 전 총장을 향해 '별의 순간'을 언급했던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의 윤 전 총장 행보를 회의적으로 분석했다. 

김 전 위원장은 16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최근의 윤 전 총장 지지율 하락에 대해 "5월 중순쯤 자기 입장을 표명하고 비전을 제시했어햐 하는데 그걸 전혀 하지 못했다"며 '때'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초창기 지지도 하나만 갖고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착각을 하면 안 된다"며 "내가 대통령이 되면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면서 그쪽을 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그런데 (윤 전 총장은) 그걸 전혀 하질 못했다. 그러는 동안 시간을 많이 소비해버리고 말았다"고 꼬집었다.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이 다른 형태로 움직인다면 지지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서포트해 줄 수 있는 팀을 빨리 구성해야 된다. 몇 달이 지난 아직까지도 (캠프 구성이) 제대로 안 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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