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원한다면, 원전 위험하단 비과학적 선동 멈춰라"

황건강 2021. 7. 17.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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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태양광 면적만 해도 서울 땅의 10배
신재생에너지 수십 배로 못 늘려
정부 로드맵 놀라울 정도로 어설퍼
원전, 보조전원 필요 없고 40년 써
에너지 전환은 기술 진보서 비롯
대형 원전도 안전성 높일 수 있어

[SPECIAL REPORT]
뜬구름 잡는 ‘2050 탄소중립’
‘2050 탄소중립 로드맵’의 비현실성을 지적한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는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빈 기자
“에너지는 안전한 것과 위험한 것, 깨끗한 것과 더러운 것으로 구분하는 게 아니라 관리 가능한 에너지와 그렇지 못한 에너지로 분류해야 한다.”

이덕환(67) 서강대 명예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는 “기술에 대한 이해 없이 목표만 나열한 ‘2050 탄소중립 로드맵’은 비현실적”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 교수는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 자문기관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과 산업기술연구회 이사 등을 지냈다. 지난 9일 이 교수를 만나 진정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물었다.

Q : 정부의 탄소중립 계획을 평가하면.
A : “세부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지 지켜봐야겠지만, 정부가 탄소중립위원회에 검토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진 ‘2050 탄소중립 로드맵’은 놀라울 정도로 어설픈 수준이다. 정부는 온실가스 순(純) 배출량을 2018년 7억2760만t에서 2050년 750만t으로 줄일 계획이다. 핵심은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다. 205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2018년 대비 54배로 늘리고, 신규 원자력발전소를 제외한 모든 원자력·석탄 발전을 중단하겠다고 한다. 태양광 발전만 해도 설비용량을 464GW로 늘려야 하는데, 여기에 필요한 면적만 해도 6000㎢가량으로 서울시 면적의 10배다. 현실성이 없다.”

Q : 기술적로는 가능한 얘기인가.
A : “신재생에너지가 국가 에너지 계획의 중추를 담당하기엔 설익은 기술이다. 원자력·석탄 발전과 달리 설비용량에 맞춰 투자가 끝나더라도 원활한 전력 공급을 보장할 수 없다. 날씨가 맑고, 바람이 부는 환경에서만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인간이 관리할 수 있는 에너지가 아니다. 반면 국내 전력 수요는 그렇지 않다. 여름철과 겨울철 전력 수요는 생존 문제다. 전력 수요 피크에 맞추겠다고 신재생발전 설비를 서울 면적의 20배 혹은 그 이상 설치하면 봄과 가을에는 남는 전력을 버려야 한다. 정부에서는 리튬이온 배터리 덩어리인 에너지저장장치(ESS)로 남는 전기를 저장할 수 있다고 하는데 탄소중립에 역행한다. 배터리를 만들면서 막대한 탄소를 발생시킨다면 발전소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게 의미가 없어진다.”

Q : 보완할 방법은 없나.
A : “이미 LNG 발전을 보조 전원(電源)으로 활용하고 있다. LNG 발전은 30분 내로 가동해 전기를 생산할 수 있어 모든 발전소 가운데 가장 빠르다. 다만 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에 청정 전기는 아니다. 정부도 2018년 기준 국내 발전량의 26.8%를 차지하는 LNG 발전을 2050년까지 7.5%로 줄이기로 했다. 줄어든 만큼 어딘가에서 전기 생산을 늘려야 한다. 로드맵에서는 설비용량의 10%를 ‘무탄소 신(新)전원’으로 채우겠다고 한다. 이미 과도하게 늘려 잡은 신재생에너지와 폐기하기로 한 원자력 발전을 제외하고 어떤 전원을 이야기하는지 정체가 불분명하다.”

Q : 청정 에너지원으로 수소가 거론된다.
A : “수소는 자연에서 채취할 수 있는 1차 에너지가 아니다. 지구에는 10번째로 흔한 원소이긴 하지만 대부분 탄소와 질소, 산소와 결합돼 있다. 엄청난 에너지를 투입해 생산해서 써야 하기에 에너지가 아니라 에너지 전달 수단이라고 보는 게 맞다.”

Q : 수소 생산에 엄청난 에너지가 든다면 청정 에너지원이라고 할 수 있나.
A : “그래서 청정 전기를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청정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전원은 원전뿐이다. 현재 기술적으로 완성됐고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전원은 원전뿐이다. 보조 전원도 필요 없고 한번 설치하면 40년 이상 사용한다. 미국은 80년을 쓴다. 한국은 세계 최고의 원전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지난 40년 간 원전을 안전하게 운영했다.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원전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

Q : 원전의 위험성을 무시할 수 없다.
A : “100% 안전한 기술은 없다. 위험하다고 낙인을 찍을 것이 아니라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기술과 제도를 갖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컨대 석탄도 과거에는 암살 수단이었다. 한국에서도 70년대 연탄가스 중독이 흔했다. 18세기 말 산업혁명의 핵심은 석탄을 안전하게 연소시키는 보일러를 만드는 기술이었다. 인류 역사에서 에너지 전환은 기술의 진보에서 비롯됐다. 원전도 마찬가지다. 최근 조건부 운영 허가를 받은 신한울 1호기가 좋은 사례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원전에서 수소가 폭발했다고 하니까 상업 운전 시점이 미뤄졌다. 그러다 피동 촉매형 수소재결합기(PAR)에 대한 추가 실험 등을 조건으로 허가가 났다. 사회적으로 합의해 안정성을 강화해 나간다면 원전은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에너지다.”

Q :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이 성공하려면.
A : “비과학적인 선동부터 멈춰야 한다. 현재 정부의 접근 방식은 과학적 논의가 아니다. 원자력은 위험하고 석탄 화력은 더럽다는 식으로 이미지화해서는 알맹이가 없다. 정책 컨트롤타워인 탄소중립위원회에는 에너지별 장단점과 보완 방법을 논의할 전문가도 부족하다. 한국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한 정책을 이런 식으로 진행하면 곤란하다. 에너지 분야에서도 공짜 점심은 없다. 탄소중립을 향해 가기 위해 무엇을 포기해야 하고 무엇을 부담해야 하는지를 편견 없이 논의하는 곳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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