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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대 원전 100년 돌려도 사망자 0.0008명"

김승범 기자 입력 2021. 07. 17. 03:02 수정 2021. 07. 18.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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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연구기관 분석.. 3세대 신형 원전은 안전성 지속적 개선

원전이 다른 어떤 전력원보다 안전하고 환경 친화적이라는 EU(유럽연합) 산하 과학 연구 기구의 분석 결과가 나왔다. 중대 사고로 인한 사망자 발생 확률도 가장 낮고, 미세 먼지를 비롯한 유해 물질과 온실가스 배출량이 태양광·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보다 비슷하거나 더 적다는 것이다.

3세대 원전인 신고리 4호기. /연합뉴스

EU 정책 자문에 응하기 위해 설립된 합동연구센터(JRC)가 발표한 ‘원자력 환경영향평가’ 보고서를 16일 본지가 입수해 살펴보니, 현재 한국·유럽 등이 짓고 있는 3세대 원전은 약 100년 가동 시 생산되는 전력량인 1조㎾h당 중대 사고로 나올 수 있는 사망자 수가 0.0008명, 2세대 원전은 0.5명으로 분석됐다. 같은 양의 전기를 생산할 경우 태양광은 0.03명, 육상 풍력 0.2명, 해상 풍력 1명 등이다. JRC는 3세대 원전에 대해 “기술 안전성이 지속적으로 개선돼 사망률은 향후 더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국내 원전 중 2016년 이후 가동된 신고리 3·4호기는 3세대 원전, 나머지는 2세대 원전이다.

보고서는 “온실가스 배출량, 담수·해수 생태계에 배출하는 독성 물질의 양 등 각종 지표에서 원전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재생에너지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온실가스 배출량의 경우 원전은 100만㎾h당 28t으로, 태양광(85t)의 3분의 1 수준이다.

“원전 온실가스 배출량, 태양광의 3분의 1”

EU(유럽연합)는 세계 어느 곳보다 원전에 대한 찬반이 크게 엇갈린다. 프랑스 등은 친원전, 독일 등은 탈원전으로 나뉘어 있다. 이런 가운데 EU 합동연구센터(JRC)는 지난 3월 ‘원자력 환경영향평가’ 보고서를 통해 석탄 화력 등 기존 발전원은 물론이고 풍력·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와 비교해도 원자력이 환경과 인간 건강에 더 해롭다고 볼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 보고서는 EU가 친환경 투자 지표인 ‘녹색 산업 분류 체계(EU 택소노미)’에 원전을 녹색(친환경) 산업으로 포함할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해 JRC에 요청해 나온 것이다. 사실상 원전의 손을 들어줘 “EU가 원전을 녹색 에너지로 분류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원전이 더 해롭다고 볼 수 없어”

보고서는 “원전 가동이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해상 풍력 발전과 비슷한 수준”이며 “환경 및 건강 영향은 일부 재생에너지와 비슷하거나 더 우수하다”고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아산화질소와 이산화황 배출량, 담수 및 해수 생태계에 배출되는 독성, 오존층 파괴, 광화학 스모그 등 여러 환경 영향 지표에서 원전은 태양광이나 풍력발전과 유사한 수준이거나 더 나았다.

원전 가동으로 인한 일반인의 연간 방사선 피폭량은 약 0.2마이크로시버트로, 평상시 자연적으로 쬐게 되는 연평균 방사선량의 1만분의 1 수준이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원자력발전소는 풍력발전, 태양광발전보다 같은 용량의 전력을 생산할 때 훨씬 적은 부지가 들어간다”고도 했다. 원전은 재생에너지와 비교해 화학 폐기물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보고서는 “방사성 폐기물을 깊은 지하에 묻는 것은 안전하고 적절한 방법”이라며 “사용 후 핵연료에는 회수 가능한 우라늄과 플루토늄이 있어 프랑스 등 일부 국가에서는 폐기물로 간주하지 않고 자원(valuable resource)으로 간주한다”고 했다.

원자로는 안전성과 경제성을 기준으로 세대를 구분한다. 2세대 원전은 1970~1990년대 보급된 본격 상업용 원자로다. 3세대 원전은 러시아 체르노빌, 미국 스리마일 원전 사고 이후 원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2000년대 개발됐다. 한국형 3세대 원전 모델인 APR1400은 강화된 내진 설계와 다중 안전장치로 노심(爐心)이 녹아내리는 등 중대 사고가 발생할 확률을 기존 1만분의 1에서 10만분의 1로 낮췄다. JRC는 “안전성 요건이 강화된 3세대 원전은 현재 모든 전력 생산 기술 중 중대 사고로 인한 사망률이 가장 낮다”며 “지난 15년간 3세대 원전 개발이 전개되면서 현재는 실질적으로 제3세대 원자로만 건설되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 내 원전 옹호 목소리 높아져

로이터에 따르면, JRC 보고서가 나온 후 프랑스·헝가리 등 5국이 원전을 녹색 산업으로 분류해달라고 EU 집행위에 촉구하는 등 유럽 내에서 원전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유럽 집행위원회는 지난 석 달간 독립적인 전문 위원회 두 곳에 JRC 보고서 검토를 맡겼고, 지난달 말 검토 결과가 공개됐다. 위원회 두 곳 모두 보고서의 전반적인 내용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다만 두 위원회 중 하나인 ‘건강, 환경 및 신흥 위험에 관한 과학 위원회(SCHEER)’는 지난달 29일 “보고서에 전반적으로 동의하지만, 일부 불완전하고 추가 증거가 필요한 사항이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친환경으로 분류되려면 EU가 정한 환경 목표에 ‘심각한 해를 끼치지 않는지’를 판단해야 하는데, JRC 보고서는 원자력이 다른 에너지 기술보다 ‘해를 덜 끼치는지’를 비교 분석해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집행위는 JRC 보고서와 이번에 나온 검토 보고서를 함께 검토할 예정이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해외에서 원전을 적극 활용하는 것은 안전하면서도 친환경적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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