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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시장 게임체인저 'SMR'.. 4세대 연구도 치열

이한듬·권가림 기자 입력 2021. 07. 17.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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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차세대 원전' 소형 모듈 원자로, 탄소중립 열쇠될까
지난달 6월8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탈핵시민행동 주최로 열린 '크기만 작아진 핵발전소 소형모듈원자로 SMR 개발 중단하라'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제대로 된 탈핵 정책을 펼칠 것을 촉구했다. / 사진=뉴스1 DB
세계 주요국이 SMR(소형 모듈 원자로)을 주목하고 있다. SMR은 대형 원전보다 저렴하고 안전하면서도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어 차세대 에너지 생산 수단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국내 신규 원전 건설을 하지 않는 대신 수출로 방향을 전환한 국내 원전업계에 새로운 먹거리를 줄 수 있다는 의미도 있다. 미국·중국·러시아 등은 3.5세대를 넘어 4세대 원전 개발까지 주도하는 상황이다. SMR의 특징과 국가별 개발 정책 현황을 짚어보고 한국 원전산업이 가야 할 길을 분석해본다.



‘차세대 원전’ 소형 모듈 원자로, 탄소중립 열쇠될까


‘소형 모듈 원자로’(SMR)가 에너지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부상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만으로는 정부가 추진하는 탄소중립 전략 달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SMR이 대안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SMR은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고 대형 원전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는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 생산방식으로 꼽힌다. 하지만 안전성·경제성 논란도 만만치 않아 SMR 확대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SMR 주목받는 이유는

SMR은 발전규모 300㎿(메가와트·발전용량 단위) 이하인 원자로를 말한다. 기존 대형 원전은 경우 증기 발생기·냉각재 펌프·가압기 등 주요 기기가 배관으로 연결된 구조다. 사고가 발생하면 이 연결 부위에서 방사능이 유출될 위험이 높다. 반면 SMR은 일체형이기 때문에 방사능 유출 위험이 현저히 줄어든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SMR의 안전성 기준은 10억년에 1회 노심 손상으로 대형 원전 노심 손상 확률 기준(10만년에 1회)과 비교해 무려 1만배나 높다. 사고가 발생해도 대형 원전의 방사선 비상 계획 구역은 반경 16㎞ 안팎인 반면 SMR은 300m에 불과하다.

설치비용이나 공사기간도 대형 원전에 비해 적다. 1000~1400㎿급 대형 원전은 5조~10조원이 들고 공기가 4~5년 걸리는 반면 100~170㎿ 규모 SMR은 설치비용 1조~3조원이며 공기도 2년으로 줄어든다.

주목받는 이유는 이 같은 장점들과 함께 탄소배출도 거의 없어 기후변화 대책에 적합한 에너지 생산방식이라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정부는 에너지전환정책에 따라 2050년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기 위해 태양광·풍력 발전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하지만 태양광과 풍력은 자연조건에 의존하기 때문에 발전출력 예측이 어렵고 실시간 출력 변동성이 커 전력계통 안정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원자력발전을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최근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완전한 탄소중립을 이루는 데 한계가 있어 상당 기간 수소·원자력 등을 종합적으로 활용하는 에너지 혼용 정책이 불가피하다”며 SMR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세계적으로 소형 원전 개발은 미국·러시아·중국·아르헨티나 등이 주도하고 있고 2030년쯤부터 본격 상용화가 예상된다.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소는 2035년엔 SMR 시장 규모가 390조∼6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안정성·경제성? 실체 없다” 반론도

한국도 1997년부터 개발을 시작해 2012년 표준설계인증을 획득했다. 한국수력원자력 주도로 2030년까지 4000억원을 투자해 170㎿급 혁신형 SMR(i-SMR)을 상용화해 수출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이르면 오는 9월 i-SMR 예비타당성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강한옥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에너지전환정책으로 국내 원자력 관련 산업체는 원전 건설을 국내 건설에서 해외 수출로 전환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대형 원전 수출과 동시에 소형 원전 시장에도 진출해 국내 원자력 관련 사업 생태계 유지뿐 아니라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SMR도 방사성 핵폐기물 처리 문제가 그대로 남아있어 안전성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SMR은 소규모로 건설돼 사용 후 핵연료 저장시설을 확보하기가 그만큼 어렵고 많은 지역에 분산 설치될 경우 폐기물을 관리하기도 쉽지 않다. 특히 분산 설치된 원자로에서 기 밀유출이나 테러 등 안보 문제 발생 가능성도 있다.

소형 모듈화에 따른 기기 교체폐기물이 보다 많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SMR은 일체형이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기기 전체를 교체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지확보도 과제다. 지역 내 SMR 설치에 주민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돼서다.

경제성에 대한 의문도 있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한국뿐 아니라 주요 국가가 그동안 SMR이 아닌 대형 원전을 건설한 것은 발전규모가 1000㎿ 이상은 돼야 제대로 된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런 연유로 SMR은 경제성을 따질 필요가 없는 군사용 핵잠수함 등 방산분야에만 사용돼왔다”고 지적했다.

SMR 확대를 주장하는 진영이 대부분 원전 연관 산업 종사자란 점도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이 대표는 “원자력 발전을 추진하려면 다양한 진영의 의견을 들어야 하는데 정부가 조언을 얻는 전문가는 탈원전을 반대하는 핵공학자들이 대부분이라 인적 다양성이 매우 취약하다”며 “원전 기득권 세력이 탈원전을 무력화하고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얻기 위해 검증도 안 된 장점만 얘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SMR 확대 의견은 결국은 신한울 등 대형 원전 가동 주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원전은 줄이는 게 맞다. 탈원전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한듬 기자 mumford@mt.co.kr

뉴스케일 SMR(소형모듈원자로)이 제작되는 모습. /사진=FLOUR


미·중·러·일 뛰어드는 차세대 원전 시장… 한국은?


차세대 원전 시장 우위를 점하기 위한 글로벌 경쟁이 시작됐다. 12년 후 390조~620조원 규모의 SMR(소형 모듈 원자로)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12년 세계 첫 소형 원전인 시스템 일체형 원자로(SMART)를 개발하고도 10년째 상용화하지 못한 한국은 향후 8년 동안 한국형 혁신 소형 모듈 원자로 개발에 4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미국을 중심으로 SMR 투자 레이스의 총성은 울려 퍼진 상태다. 3.5세대를 뛰어넘어 4세대 원자로 개발까지 도달하려면 더욱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70개 SMR 사업 진행 중… 한국도 3.5세대 모델 추진 

한국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미국(17기)·러시아(17기)·중국(8기)·일본(7기)·한국(2기) 등 글로벌 주요 국가에서 70여기의 SMR이 개발되고 있다. 노형별로는 가압경수로(PWR) 등 경수로형 원전이 31기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4세대 원전 초고온가스로 14기 ▲고속중성자로 11기 ▲용융염로 10기 등도 연구되고 있다.

SMR은 기당 발전용량이 300㎿(메가와트·발전용량 단위) 안팎이다. 규모가 기존 1000~1500㎿급 대형 원전의 3분의1 이하인 데다 주요 계통 설비를 한데 모아 넣어 안전성이 높다. 건설 기간은 3년 이내로 5년에 이르는 대형 원전보다 짧다. 송배전망 구축이 어려운 곳에서 대규모 전력이 필요할 때 설치하기도 유리하다. 2030~2040년에 이르면 매년 약 30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노후 석탄 화력 발전소 교체 수요를 두고 SMR이 디젤 등과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국들은 재생 가능 에너지를 이용한 전력 생산의 보완책으로 SMR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가장 앞서 나가는 건 미국이다. 현재 실제 시제품 제작에 돌입한 SMR 개발사는 미국의 원전 전문 회사 ‘뉴스케일파워’가 유일하다. 뉴스케일파워는 발전사 UAMPS를 앞세워 아이다호주에 발전 용량 60㎿급 SMR 12기로 이뤄진 원전 단지를 구축할 계획이다. 2023년 건설에 착수해 2029년에 1기를, 나머지 11기는 2030년 상업운전에 들어갈 계획이다. 

뉴스케일의 사업이 확장될수록 두산중공업도 수주 릴레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두산중공업은 2019년 국내 투자사 등과 함께 뉴스케일 측에 520억원 규모의 지분을 투자했다. 두산중공업은 내년부터 미국 아이다호주에 건설 예정인 SMR의 핵심 기기인 주기기와 주단소재 등의 제작에 착수할 예정이다. 당초 두산중공업은 뉴스케일을 통해 2030년까지 1조5000억원 규모의 수주를 기대했으나 이보다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GS에너지도 뉴스케일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최근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대우조선해양은 해양용 SMR 기술을 개발하려 한국전력기술과 손을 잡았다. 해양 부유체 설계 제작 기술을 보유한 대우조선해양은 해양용 소형 원전인 ‘BANDI-60’을 개발한 한전기술과 해양부유식 원전개발 사업에서 시너지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발전소 구축이 어려운 동남아시아 도서 지역 등에서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연구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술경험·투자 살려 연구 공백 메워야”

주요국들은 4세대 원자로 연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원전은 개발 단계에 따라 1~4세대로 나뉜다. 1세대는 인류 최초의 상업용 원자로를 가리킨다. 2세대는 1970년대 말 설립된 원자로를, 3세대는 1990년대 이후 설립된 원자로를 뜻한다.
4세대 원자로는 물 대신 가스나 용융염 등을 냉각재로 사용해 핵연료 사용주기를 높이고 안전성을 강화했다는 점에서 이전 세대 원자로와 차별화된다. 냉각재에 쓰이는 소재 등에 따라 SFR(소듐냉각고속로)·VHTR(초고온가스로)·LFR(납냉각고속로)·MSR(용융염원자로)·SCWR(초임계압수냉각로)·GFR(가스냉각고속로) 등으로 구별된다. 특히 MSR과 SFR 등은 사용 후 핵연료를 줄일 수 있어 각국 정부와 기업의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진다.

한국 정부는 8년 동안 한국형 혁신 소형 모듈 원자로 개발에 4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원자력연구원은 한국수력원자력과 자체 개발한 SMART를 개량해 혁신형 SMR로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SMART는 기존 원자로보다 계통을 단순화하고 모듈화를 강화한다는 점에서 3.5세대로 불린다. 강한옥 한국원자력연구원 SMART원자로기술개발부 부장은 “현재 개발되는 경수로형 SMR은 2020~2030년대를 바라보고 개발하는 것이고 2030년대 후반부터는 4세대 원자로가 상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빌 게이츠가 설립한 원전 스타트업 테라파워와 워런 버핏 회장 소유의 전력회사 퍼시피코프는 SFR을 점찍었다. 소듐은 대기압에서 끓는점이 880도여서 폭발 위험이 거의 없다. 국내에서도 1997년부터 SFR를 연구해 왔지만 전기 생산용이 아닌 사용 후 핵연료를 태우는 용도로 설계돼 있어 이를 전력 생산용으로 바꾸는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중국은 방사능 누출이 없는 VHTR 개발을, 러시아는 잠수함 동력원으로 썼던 LFR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삼성중공업과 한국원자력연구원도 MSR을 탑재한 원자력 추진선을 설계하는 연구를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다. 한국도 차세대 원전 시장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투자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이번 정부의 ‘탈원전’ 기조로 지난 4년 동안 원자로 연구 강도가 낮아졌다”며 “연구의 맥이 끊기지 않도록 꾸준한 투자를 바탕으로 차세대 원전 기술을 진일보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과 미국이 공조해 사용 후 핵연료를 재활용하는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을 SFR과 연계해 연구해왔다”며 “올해 후속 연구 진행에 합의해 기술개발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가림 기자 hidden@mt.co.kr

이한듬·권가림 기자 hidd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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