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기업 수출규제 늘려라" 압박하는 美..中 반도체 굴기 흔들리나

우수연 2021. 7. 17.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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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우수연 기자]최근 미국이 수출 규제 대상 중국 반도체 기업을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며 중국 반도체 산업 흔들기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이 견제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중국 대표 반도체 기업 칭화유니가 파산신청을 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중국의 '반도체 굴기'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17일 다수의 대만 현지 매체에 따르면 최근 마이클 매콜, 빌 해거티 등 미국 하원의원들은 중국 반도체 기업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스(Yangtze River Storage·YMCT)'를 수출 규제 대상에 포함해달라는 내용의 서신을 미국 상무부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어떤 기술도 중국엔 팔지말라" 中반도체 흔들기에 나선 美

양쯔메모리가 국방·항공우주분야 등 국가적인 사업과 관련도가 높고, 경영진들이 중국 파운드리 업체 SMIC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미국은 SMIC로 수출되는 기술이 중국의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며 SMIC를 수출 제재 기업 대상 목록에 올린 바 있다.

또한 양쯔메모리 대주주인 칭화유니그룹이 사실상 중국 정부의 영향력 아래 있다는 점도 미국의 우려를 불러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중국 우한에 본사를 둔 양쯔메모리는 중국 낸드플래시 생산을 주도하고 있으며, 지난해 128단 3D 낸드플래시 양산에 성공했다. 다만 최근 양쯔메모리의 모회사인 칭화유니그룹이 파산 신청을 하면서 실제적인 수출 규제에 대한 현실성과 파급력은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백악관 반도체 공급망 복원 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웨이퍼를 들어보이며 공급망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AP·연합뉴스

하지만 미국 의회와 정부가 계속적으로 수출 규제 대상 중국 기업의 범위를 넓히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 중국 입장에선 부담이다. 미국은 화웨이·SMIC 등 대표적인 중국 첨단 기업들을 수출 규제 대상 목록에 올리고 동맹국과의 연대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중국 반도체 굴기 전략에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

미국은 네덜란드 정부와 공조해 ASML 첨단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의 중국 수출을 막았으며, 대만 TSMC의 중국 난징 파운드리 공장 증설 계획에도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며 압력을 가했다. 뿐만 아니라 중국계 자본의 글로벌 반도체 기업 인수합병(M&A)도 적극 저지하고 있다. 최근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는 한국에 본사를 둔 매그나칩 반도체의 중국계 자본 인수 소식에 인수 적정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매각을 저지하고 나선 바 있다.

천문학적 자금 투입 '중국 반도체 굴기' 쓰러지나

이처럼 미국이 다양한 방법으로 견제 수위를 높이면서 중국 반도체 굴기 전략 실현이 예정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2015년 중국은 '중국 제조 2025' 전략을 발표하며 반도체 자급률을 2020년 40%, 2025년에는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지난해 기준 중국 내 생산 자급률은 15.9%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중국 반도체 업체가 생산한 비중은 5.8%에 그쳤다.(IC인사이츠 기준) 전세계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에 따르면 조립·패키징·테스트 분야에서 중국의 비중은 38%를 차지했지만, 나머지 웨이퍼제조(16%), 소재(13%), 장비(2%) 분야에선 아직까지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설계 분야에서도 메모리(1% 미만), 개별·아날로그·기타 반도체(7%), 로직반도체(5%), 팹리스(16%) 등에 그쳤다.

그동안 중국은 막대한 자금력으로 반도체 산업을 육성해왔다. 2014년 국가집적회로산업개발투자기금(빅펀드)을 조성해 210억달러의 대규모 자금을 조달했고, 2019년에는 350억달러가 넘는 자금을 끌어들이며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실탄을 준비했다. 여기에 중국은 250억달러에 달하는 15개 이상의 지방정부 기금을 조성해 정부 보조금과 별도로 직접적인 금융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의 비중/자료=미국반도체산업협회

중국의 반격 카드는…꾸준한 투자·기술력 확보

최근 중국 대표 반도체 기업 칭화유니그룹의 파산 신청 소식은 중국 반도체 산업의 한계를 드러내는 사건으로 꼽힌다. 첨단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도 글로벌 반도체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이번 칭화유니 파산이 중국 정부의 반도체 기업 '옥석가리기'의 일환이라는 시각도 있다. 중국 정부가 기술력이 따라오지 못하는 회사에 대한 지원을 철회하고 가능성 있는 기업에 투자를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란 설명이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칭화유니그룹의 파산신청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지속될 전망"이라며 "최근 중국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창신메모리, 기가디바이스 및 SMEE 등이 기술 성장을 통해 신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중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 창신메모리(CXMT)는 허페이 공장에서 19nm 공정으로 D램을 생산하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에는 17nm 공정으로 업그레이드를 앞두고 있다. 기가디바이스도 지난 6월부터 19nm 공정으로 DDR4 D램 양산을 시작했다.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 제제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은 일본에서 중고장비를 대량으로 매입하고, 자체적인 반도체 장비 기술력도 키우고 있다. 상하이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이큅먼트(SMEE)는 올해 연말 28nm 생산이 가능한 노광장비를 출시할 계획이며 2022년까지 14nm 장비 출시를 준비 중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크리스토퍼 테일러 스트래티지애널리스틱스 연구원은 "중국이 2022년에는 자체적인 14nm 장비 국산화에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14nm칩이 최첨단은 아니지만 많은 저가형 스마트폰, 기타 기기용 프로세서 등에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현재 소비되는 반도체의 95% 이상이 14nm 공정 이상에서 생산된다"고 말했다.

美·中 사이에 낀 한국의 대응은…결국은 '기술력'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미·중 패권전쟁이 심화되면서 사이에 낀 한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대중 제재가 우리 산업에 미치는 부정적인 역할에 주목해야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술 혁신 속도를 높이고 있는 중국에 대한 견제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미·중 갈등이 심화될수록 미국과 중국 중에서 양자택일을 하라는 압력이 커질 것이며, 한국의 주도적인 의사 결정을 위해서는 '첨단 기술력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국경제실 부연구위원은 "중국의 기술 혁신 생산성은 2014년 이미 미국을 추월했으며 한국보다 빠른 속도로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며 "만일 우리가 혁신 생산성마저도 중국에 추월 당한다면 국익 실현을 위한 자율적 공간 확보의 기회를 상실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변화하는 통상 질서를 예측하기 어려운 가운데 우리가 기술력을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라며 "결국 상대국이 필요로 하는 '기술력'을 갖고 있다면 우리도 존중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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