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선 인기, 돈은 자국 가서 버는 中 아이돌 멤버

하재근 문화평론가 2021. 7. 17.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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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팀 이탈·애국주의 발언에도 속수무책..엑소 레이 등 귀국 후 중화주의 글 올려

(시사저널=하재근 문화평론가)

한국 대중음악계는 일본, 중국 등에 비해 훨씬 세계적인 트렌드를 잘 구현한다. 반면 중국과 일본은 자신들만의 색깔이 강한데, 이건 시장 크기와도 관련이 있다. 물론 중국은 산업화 자체가 늦어 트렌드에 뒤처지는 것도 있지만 설사 중국이 앞으로 선진국 수준으로 경제 발전을 이룬다 해도 우리처럼 서구 트렌드에 부합하는 콘텐츠를 만들어낼지는 의문이다. 

일본을 보면 알 수 있다. 일본은 먼저 서구화했으나, 한국보다 훨씬 서구 트렌드와 동떨어진 콘텐츠를 만든다. 일본과 중국은 시장이 크다는 공통점이 있다. 반면에 우리 시장은 작다. 

시장이 크면 굳이 해외 트렌드를 따라갈 필요가 없다. 자국 시장에서 얼마든지 이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내국인 취향에 맞추는 게 최우선이다. 그렇게 계속 내국인 취향에 집중하다 보면 외국인이 공감하기 힘든 콘텐츠가 나타난다. 우리처럼 자국 시장이 작으면 해외시장에서 이익을 내야 한다. 그러려면 두 가지를 해야 한다. 첫째는 외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다. 해외 트렌드 구현이다. 둘째는 외국인들과 직접적으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인데, 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외국인 캐스팅이다. 

자기 나라 사람이 속한 그룹에겐 왠지 친근감이 느껴지는 법이다. 2PM이 태국인 닉쿤을 캐스팅해 태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렸고, 블랙핑크 역시 태국인 리사를 캐스팅해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일찌감치 팬덤을 형성했다. 트와이스도 일본인 멤버를 통해 일본에서 막강한 인기를 구축했다. 

ⓒ찬씽 프로덕션 제공

일방적으로 계약 파기하는 중국인 멤버 수두룩 

이런 외국인 캐스팅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대상 국가가 바로 중국이다. 우리 양옆에 있는 거대 시장이 일본과 중국이어서 한류 아이돌 제작자 입장에선 일본인과 중국인 멤버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일본은 세계적인 경제 대국이어서 일본인들이 굳이 한국 활동을 원하지 않는 데 반해, 중국은 나라 자체는 대국이지만 아직 민생 발전 정도는 낮은 수준이어서 한국과 같은 산업화 선발주자에 대한 동경이 크다. 그렇다 보니 중국인 중에 한국 아이돌 지망자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우리 제작자들 입장에서도 날로 성장하는 중국 경제로 중국 시장의 중요성이 더 커지기 때문에 중국인 멤버의 필요성도 커지는 상황이다. 이렇게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상황에서 한국 아이돌의 중국인 멤버 증가는 필연이다. 바로 그래서 최근 SM엔터테인먼트가 많은 우려 속에도 신인 걸그룹 에스파에 중국인 멤버를 또 포함시킨 것이다. 

이렇게 우리 대중음악 콘텐츠 속으로 들어온 중국인 멤버들이 논란에 휩싸인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이란 나라의 특성과 연관이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중국 내에선 한국에 대한 동경이 크다. 따라서 한국 아이돌이라는 타이틀을 딴 중국인 멤버는 중국 내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게 된다. 

중국 시장이 대단히 크기 때문에 중국 내 인기로 중국 안에서만 활동해도 한국 아이돌 수익의 몇 배를 벌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중국인 멤버들은 자연히 중국 귀환 유혹을 받는데, 그걸 막을 제도적 장치가 미비하다. 중국인 멤버가 한국 아이돌그룹을 무단 이탈해 중국으로 갔을 때 중국 당국이 제재를 가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는다. 

중국 팬들도 귀환한 중국인 스타를 환영한다. 한국 같으면 해외에서 계약을 깨고 비난받으며 돌아온 사람에게 나라 망신시켰다고 돌을 던지겠지만, 중국은 해외의 시각을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니 중국인 멤버들의 배신은 일상사가 됐다. 우선 슈퍼주니어의 한경이 중국으로 돌아가 대성공을 거뒀다. 엑소의 크리스·루한·타오 등도 같은 길을 걸었다. 이에 한국 아이돌이 중국인 멤버들의 명성 쌓기에 이용만 당하고, 노하우까지 뺏긴다는 인식이 생겼다. 한국 아이돌 경력 덕에 중국인 멤버들은 국제적인 인지도까지 챙긴다. 아이돌그룹 입장에선 기껏 고생해 데뷔까지 했는데 갑자기 팀원이 이탈하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 이탈한 멤버가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기존 팀이나 소속사를 공격해 이미지 손상을 입히기도 한다. 그래서 국내 아이돌 팬덤이 중국인 멤버를 부정적으로 보게 된 것이다. 

또 다른 문제도 있는데, 이것도 중국의 특성과 연관이 있다. 중국은 독재국가이고 이민족을 지배하기도 하며, 우리 적대국인 북한과 우호 국가로서 한국전쟁 당시 우리의 반격을 가로막은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래서 중국의 국가 정체성, 애국주의를 내세우면 우리와 충돌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그렇게 민감한 부분은 되도록 언급하지 않는 게 정상일 텐데, 중국인들은 그러지 않는다. 애국주의를 드러내는 데 주저함이 없다. 이것도 거대한 중국 시장을 믿고 타국인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태도와 관련이 있다. 

'항미원조전쟁' 70주년 기념 포스터, 전 에프엑스 멤버 빅토리아ⓒ항미원조·찬씽 프로덕션 제공

자국에 돌아가선 경력과 기회 준 한국 무시 

예를 들어 《프로듀스101》에서 최종 6위를 차지해 IOI 멤버로 발탁된 중국인 주결경은 순식간에 중국에서 멘토급 스타로 떴다. 그리고 지난해 '항미원조전쟁' 기념 글을 SNS에 올렸다. 북한의 침략이라는 부분을 빼버리고 중국 입장만 일방적으로 반영한 한국전쟁의 중국식 명칭이 '항미원조전쟁'이다. 마치 북한이 미국의 침략을 받아서 자신들이 도왔다는 말로 들린다. 엑소의 레이, 우주소녀의 성소·미기·선의, 에프엑스의 빅토리아 등 한류 아이돌 스타들이 항미원조전쟁 기념 글을 올렸다. 한국을 무시하는 태도다. 

또 에프엑스 빅토리아, 엑소 레이, 갓세븐 잭슨, 에버글로우 왕이런 등은 신장위구르자치구 면화 생산을 지지하기도 했다. 신장위구르자치구 면화 생산은 위구르족 강제노동 의혹으로 나이키, 아디다스 등 서구 기업들이 사용 중단을 선언한 상태다. 이럴 때 한국 아이돌이 신장위구르자치구 중국 지배를 옹호하는 듯하면 서방사회에서 한국 아이돌에 대한 인식이 나빠질 수 있다. 

중국은 독재국가이기 때문에 생각의 다양성을 용납하지 않는다. 주목받는 연예인들은 체제 순응적이며 애국주의적인 태도를 선명하게 내보여야 한다. 특히 요즘 중국의 젊은 애국주의 누리꾼들에게 찍히면 막대한 피해를 당하기 때문에 중국 연예인의 애국 발언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것이 우리 정서와 충돌하고 우리 아이돌의 이미지를 흐릴 수 있어서 문제다. 하지만 시장 확보가 아쉬운 업계 입장에선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 해외 시선은 신경 쓰지 않고 자국민 시선만 생각하는 듯한 거대 국가 국민과, 이것저것 여기저기 신경 쓸 것이 많은 한국인의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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