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적폐 취급 받는 원자력, 전염병 잡는 인류 구원투수로
방사선 처리한 '거세모기' 통해 번식능력 제거
각종 전염병 예방위한 핵심 기술로 주목
2016년 리우 데 자네이루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전세계는 브라질발 괴질 공포에 떨었다. 임신부에게 영향을 미쳐 태아에게 소두증을 유발하는 지카 바이러스였다. 지카 바이러스는 뎅기열과 함께 모기를 통해 전파되는 대표적인 감염병이다. 이 두 전염병을 원자력 에너지를 통해 퇴치하는 실험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주도로 진행되고 있어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16일(현지 시각) 브라질 동북부 항구도시 헤시피에서는 라파엘 마리아노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이 참석한 가운데 모기 방사 행사가 열렸다.
인간의 피를 빨고 병균을 옮기는 대표적 해충 모기를 왜 풀어준 것일까. 이 모기들은 그냥 모기들이 아니다. ‘가족계획’이라는 특명을 받고 출동한 수컷 모기들이다. 이 수컷 모기들은 특수한 방사선 효과를 통해 2세 번식 능력이 제거됐다. 이 수컷들이 암컷들과 짝을 맺으면 뜨겁게 사랑은 하지만 2세 번식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자연스럽게 이 대(代)에서 끝나게 된다. 숫자가 줄어들면 그만큼 지카 바이러스나 뎅기열이 전파될 가능성도 없어지는 것이다. 모기족(族) 퇴치에 원자력 에너지가 핵심적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인체에 유해할 수도 있는 살충제를 직접 쓰는 것도 아니기에 친환경적이면서도 안전하다.
이날 방사행사를 지켜본 그로시 사무총장은 “브라질은 IAEA의 핵심 파트너이고 핵과학의 평화적 이용을 위해 양측은 긴밀하게 협력해왔고 이를 통해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2019년 취임 뒤 처음으로 중남미 지역 방문에 나섰는데, 그 첫 일정으로 원자력을 활용한 모기 감소 실험 현장을 찾은 것이다. IAEA는 수컷 곤충을 대량 사육하면서 방사선 처리해서 ‘거세’시키는 SIT(sterile insect technique) 기술 개발을 지원해왔다. SIT 기술은 농작물에 해를 입히는 파리류에 대해 우선 적용돼왔고 이번에 전염병을 옮기는 모기류에 대해서도 추가로 기술 사용이 시도된 것이다.
한국에서는 정권이 밀어붙이는 탈원전 정책 때문에 수십년간 기반을 다져온 원자력 산업이 급격히 붕괴되고 있지만, 지구촌에서는 원자력 기술이 인류의 건강을 지켜주는 수호천사로 나설 정도로 효용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IAEA는 ‘거세 수컷 모기’ 양산을 위해 최근 몇 년간 협력기관인 브라질의 바이오업체 모스카메드 브라질에 첨단 장비를 지원해왔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이날 이번 방사가 일회성 실험이 아니라 전세계차원의 프로젝트임을 확실히 했다. 그는 “우리가 여기서 볼 수 있는 것은 핵과학의 발전은 인류의 삶을 개선시킨다는 것”이라며 “지카, 뎅기 그 밖의 질병과 싸우기 위한 이번 실험의 결과는 그래서 브라질 뿐 아니라 전세계에 있어 중요하다”고 말했다. 원자력 에너지를 활용한 거세모기 방사실험을 상당히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카 바이러스 대량 창궐지역이었던 바이아주와 페르남부쿠주에 지난 10월부터 최대 35만마리의 거세 수컷모기가 짝을 찾아 자연으로 향했는데, 도심 지역에서는 모기 숫자가 19% 감소하는 등 ‘원자력 가족 계획’은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IAEA는 모리셔스·남아프리카공화국·태국 등에서도 유사한 SIT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이어 동부해안도시 앙그라두스헤이스에 있는 원자력 발전소를 방문했다. 현재 이곳에는 현재 1·2호기가 운영중이며 3호기가 건설 중인데 브라질은 지난해 원자력 발전 규모를 10기가와트 증설하겠다는 계획을 채택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17일에는 핵에너지연구소(IPEN)을 찾아 원자력 기술을 활용해 마스크 멸균, 플라스틱 변형, 문화재 보존, 암 치료 등에 적용하는 연구 현장도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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