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배터리 용량 2.6배 늘리는 기술은 없다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배터리 용량을 2.6배 늘리는 전처리 용액이 개발됐다는 소식이 지난 15일 일제히 주요 매체에 보도됐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내놓은 보도자료였다. 대부분 매체가 이를 그대로 받아썼다.
최근 전기차 생산이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면서 무엇보다 큰 관심은 배터리 용량에 있다. 한번 충전해 어느 만큼의 거리를 갈 수 있는지는 배터리가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번 기술을 개발한 KIST 연구팀도 “(이번 용액 개발로)높은 용량을 지니는 배터리 생산이 가능하다”라며 “앞으로 전기자동차의 주행거리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론적으로 이 기사는 ‘오보’였다. 기사가 보도된 이후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이 기사의 진위를 묻는 의견들이 많이 제기됐다. 배터리 용량을 2.6배 늘린다는 게 가능하냐는 것이었다. 팩트체크를 해달라는 요구였다.
페이스북 ‘과학책 읽는 보통사람들’에 한 네티즌은 관련 특정 언론사 기사(배터리 용량 2.6배 늘리는 전처리 용액 개발)를 링크하면서 “아래 기사가 이해되는 분은 설명해주세요. 도대체 무슨 얘기인지 모르겠다”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대부분 해당 기사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첫째, 배터리 용량을 2.6배 늘리는 게 가능한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둘째, 기사의 제목과 본문 내용이 서로 다르다는 것이었다. 실제 기사 제목은 ‘배터리 용량 2.6배’로 표시했는데 기사 본문에는 ‘배터리 음극 소재의 용량을 2.6배로…’로 썼기 때문이다.
‘배터리 용량 2.6배’와 ‘배터리 음극 용량 2.6배’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소재가 있다. 이번에 KIST 연구팀이 개발한 것은 음극 소재 용량을 2.6배 늘렸다는 것이었다. 음극 소재가 2.6배 늘어난다고 배터리 용량 자체가 2.6배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결론적으로 제목에 ‘음극’이란 말이 빠지면서 불거진 혼란이었다. 이와 관련해 팩트체크를 해 보면 배터리 용량을 2.6배 늘렸다는 것은 틀린 내용이었다. 그런데도 이 같은 제목으로 기사가 보도된 배경은 무엇일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보도자료를 내놓은 KIST가 하루 전인 14일 오전 8시 30분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출입 기자에 엠바고(보도 시점 유예) 조건으로 보낸 자료의 제목은 ‘배터리 용량 2.6배 늘리는 신개념 공정으로 차세대 음극 소재 상용화 성큼’으로 돼 있었다.
15일 12시에 여러 매체에 보도가 된 이후 논란이 되자 KIST는 15일 오후 5시 28분에 ‘배터리 음극 용량 2.6배 늘리는 신개념 공정으로 차세대 음극 소재 상용화 성큼’이란 수정 보도자료를 다시 배포했다. 전날 보낸 자료에서 ‘음극’이란 단어가 제목에 추가됐다.
KIST 측은 “기존에 보내드린 보도자료의 제목에 오류가 있어 재송부 드린다”며 “앞으로 제목에 대해 철저히 점검할 예정이오니 양해 부탁드린다”고 설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대변인실 측은 "해당 내용을 체크해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오보는 팩트를 제대로 체크하지 않은 기자들과 보도자료를 최종적으로 깔끔하게 점검하지 못한 KIST 책임이 크다. KIST는 보도자료에서 제목에 오류가 있었음에도 이를 최종적으로 확인하지 않았다. 제목과 본문 내용이 서로 다른 보도자료가 나갔고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그대로 실은 언론사가 오보를 만든 셈이다.
또 KIST는 오보가 나갔음에도 기사화된 이후 5시간 28분 동안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SNS 등에 큰 쟁점이 되자 부랴부랴 수정 보도자료를 뒤늦게 내놓은 KIST의 늑장 행동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오보가 SNS 등 다른 플랫폼을 통해 전파된 이후였다.
한번 생산된 오보는 수정되기 이전에 SNS 등 다른 유통 플랫폼을 통해 급속히 퍼진다. 이번 오보도 여전히 수정되지 않은 채 ‘배터리 용량 2.6배’라는 오보로 유통되는 곳이 있다. 또 주요 매체가 제목은 수정했는데도 본문의 사진 설명에는 버젓이 ‘배터리 용량 2.6배’로 표시된 곳이 적지 않다.
/세종=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네이버 채널에서 '아이뉴스24'를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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