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확진 5만명인데 '노마스크'..이런 '간 큰 국가' 확산

임선영 2021. 7. 18.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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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명 이스라엘은 "무제한 모임"
'자유의 날' 앞둔 주말 해변 피서객 북적
"불안한 날" 지적, 보건장관은 '돌파 감염'
변이 확산에도 '코로나 공존' 속속 등장
"섣부른 방역 해제 장기적으론 마이너스"
일각선 오랜 봉쇄 피로감에 "변화는 필요"
피서객들로 북적이는 영국 도싯의 본머스 비치. [트위터 캡처]

17일(현지시간) 영국 위럴의 뉴 브라이턴에 있는 해변. 마스크를 벗고, 거리 두기를 잊은 시민들은 일광욕과 물놀이를 만끽했다. 이날 영국 전역 해변은 피서객들로 북적였다. 도싯의 본머스 비치엔 이른 아침부터 수천명이 몰려 일대가 교통 체증을 빚었고, 리버풀의 폼비 비치 주차장은 일찌감치 만차가 됐다. 미러지 등 현지 언론이 전한 '자유의 날(Freedom day)'을 앞둔 영국의 주말 모습이다.

17일 영국 위럴의 뉴 브라이턴에 있는 해변에서 마스크를 벗고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 [AP=연합뉴스]

영국은 최근 3일 평균 하루 확진자가 5만명 넘게 치솟았지만, 19일부터 실내 마스크 의무 착용, 모임 인원 제한 등을 포함한 거의 모든 방역 규제를 푼다. 영국 안에서도 "시기상조"라며 반대 목소리가 크지만, 보리스 존슨 총리는 "(코로나19는) 독감처럼 우리가 공존하는 법을 배우는 바이러스가 될 것"이라며 밀어붙였다.

델타(인도발) 변이 바이러스 확산 속에서도 오히려 방역 규제를 완화하거나 고려 중인 나라들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높아 중증, 사망 환자 수는 감소했다면서다. 하지만 확진자 수는 다시 급증 상황이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6일 영국 런던 템즈강을 따라 산책을 즐기는 시민들. 마스크를 쓴 사람을 보기 어렵다. [AFP=연합뉴스]

가디언 등에 따르면 지금까지 학자 1200여 명이 국제학술지 랜싯에 영국의 전면 봉쇄 해제가 "위험하고 비윤리적"이라며 우려 서한을 보냈다. 로이터통신은 "자유의 날인가, 아니면 '불안한 날'인가"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17일 사지드 자비드 보건장관의 코로나19 확진 소식까지 전해졌다. BBC 등은 자비드 장관이 백신을 두 차례 맞고도 '돌파 감염'됐다고 보도했다.

방역 완화 시행 혹은 검토 중인 나라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영국은 인구의 52.4%가 백신 2차 접종을 완료했다. 하루 확진자는 1000명대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4~5만명대를 기록 중이고, 하루 사망자는 지난 1월 20~22일 1000명 넘게 나왔으나, 최근 50명대로 집계됐다.

이스라엘 보건부는 이스라엘의 16일 하루 확진자가 1118명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에서 하루 확진자가 1000명을 넘은 건 약 4개월 만으로, 지난달 한때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가 급격히 늘고 있다.

이스라엘에서 시민이 3차 접종을 받고 있다. [AFP=연합뉴스]

하지만 이스라엘은 모임 인원 제한 등의 규제는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지난 13일부턴 자가 격리 기간도 종전 14일에서 7일로 단축했다. 이스라엘 교민 고재은(35)씨는 "정부가 실내 마스크 의무 착용 이외엔 별다른 규제를 하지 않아 무제한 모임이 가능하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는 최소한의 규제로 일상을 회복하는 새로운 방역 정책을 "부드러운 억제(soft suppression)"라 칭하며 "제한 대신 마스크, 봉쇄 대신 백신을 택하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인구의 60.4%가 백신 접종을 완료했고, '부스터 샷'도 놓고 있다.

해변에서 즐기는 이스라엘 시민들. [로이터=연합뉴스]

싱가포르는 장기적으로 코로나19를 '엔데믹(풍토병)'으로 접근하는 로드맵을 준비 중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더 높아지면 확진자 수 집계를 중단하는 등 코로나19를 일종의 '독감'처럼 관리한다고 한다. 강력한 방역 정책을 펴온 싱가포르의 최근 하루 확진자는 40~50명이고, 2차 백신 접종률이 43.5%로 아시아에서 가장 높다.

하지만 데일 피셔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17일 CNN에 "싱가포르의 재개방은 '마스크를 벗고 파티를 즐기자'는 영국 스타일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싱가포르는 식사 가능 인원을 기존 2명에서 지난 12일부터 5명으로 늘릴 만큼 아직까지 방역 조치가 엄격하다.

싱가포르 전경.[EPA=연합뉴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도 '바이러스와의 공존' 쪽으로 정책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는 현지 매체의 보도가 나왔다. 시드니가 속한 뉴사우스웨일스주는 봉쇄령을 시행 중이다. 하지만 시드니모닝헤럴드에 따르면 주 정부 고위 관리들은 '봉쇄를 통한 감염 0'란 기존 정책과 '바이러스와 함께 살기' 중 선택의 기로에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50개 주는 전반적으로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주 자율에 맡긴 세부 방역 지침엔 차이가 난다. 17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LA)가 실내 마스크 의무 착용을 복원한 데 이어 라스베이거스, 샌프란시스코 등은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다. 반면 애리조나·아칸소·오클라호마주 등은 학교에서 마스크 의무 착용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호주 시드니 전경.[EPA=연합뉴스]

아직까지 섣부른 방역 완화에 대해선 비판적인 의견이 많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마틴 맥키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 교수는 "코로나19는 독감보다 훨씬 중병"이라며 코로나19를 독감처럼 다루자는 일각의 의견에 반박했다. 데이비드 맷처 싱가포르 듀크-NUS 의과대 교수는 "경제 활동 재개가 당장은 도움이 될 것처럼 보이지만, 그 결과가 또 다른 감염으로 이어진다면 장기적으로 봤을 땐 오히려 마이너스"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일각에선 오랜 봉쇄에 대한 높은 피로감을 고려해 장기적으론 방역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요구도 나온다. 영국의 의학 전문 기고가 린다 게디스는 최근 세계백신면역연합(GAVI·가비) 홈페이지에 "코로나19와 공존할 수 있는 균형점을 찾아야한다"는 요지의 글을 실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한국은 현재 백신 물량이 부족하고, 백신 접종률도 낮아 지금 이런 전환 논의는 시기상조"라면서도 "싱가포르나 이스라엘 등의 시도와 결과를 참고해 장기적인 방역 로드맵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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