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윤석열, 2011년 삼부토건서 골프접대·향응·선물 받은 정황

채윤태 2021. 7. 19.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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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대선]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 일정표 입수
일정표·선물 명단에 수차례 등장 왜?
2011년 4월 강남300CC서
'윤검·최 회장과 골프' 메모
최 회장은 윤석열 장모 지칭
8월13일엔 '윤 검사·황 사장과 만찬'
명절 선물 명단에도 다섯차례 등장
조 전 회장, 윤-김건희 소개 알려져
삼부토건 조남욱 전 회장의 달력 일정표에 2011년 4월2일 ‘운동(최 회장·윤검) out코스. 강남300cc’라고 쓰여 있다. 조 전 회장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윤 전 총장의 장모 최아무개씨와 함께 골프를 치러 간 것으로 추정된다.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2과장을 지내던 2011년 전후로 중견 건설사인 삼부토건 조남욱 전 회장한테서 수차례 골프 접대와 향응을 받았다고 의심할 만한 기록이 확인됐다. 당시는 윤 전 총장이 대학 동문이자 같은 충청권 선배인 조 전 회장으로부터 지금의 아내 김건희씨를 소개받아 교제하던 시기였다. 기록에는 조 전 회장이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윤 전 총장과 여러 차례 골프를 함께 하고, 그에게 명절 선물이나 만찬 등의 접대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오른쪽)과 부인 김건희씨. 연합뉴스

18일 <한겨레>가 입수한 조 전 회장 비서실의 달력 일정표를 보면, 조 전 회장은 2011년 4월2일 ‘강남300CC out코스’에서 ‘최 회장’, ‘윤검’과 함께 골프 회동을 한 것으로 돼 있다. 삼부토건 관계자 ㄱ씨는 “일정표에 등장하는 ‘최 회장’은 윤 전 총장의 장모 최아무개씨다. 조 전 회장은 최씨를 ‘최 회장’ ‘미시령 휴게소 최 회장’으로 불렀다”며 “일정 메모에 친분이 있던 윤 전 총장은 ‘윤검’, ‘윤 검사’ 또는 ‘윤석렬’로 기록해놓았다”고 전했다. 일정표에 등장하는 ‘윤검’이 윤 전 총장을 의미한다는 얘기다.

윤 전 총장이 대검 중수2과장으로 재직하던 2011년 4월 당시 조 전 회장과 골프 회동을 했다는 점은 그가 2019년 7월8일 국회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답변한 내용과도 다소 배치된다. 윤 전 총장은 청문회 때 주광덕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한테서 골프와 관련된 질문을 받자 “2010년 중수2과장 온 이후로는 골프를 거의 치지 않았다”, “제가 중수2과장으로 가면서 채를 다 후배들을 주고 골프채가 없었다”고 답한 바 있다.

삼부토건 조남욱 전 회장의 달력 일정표 2011년 8월13일에 ‘만찬 윤검사. 황사장’이라고 기록돼 있다. 조 전 회장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ㄴ산업 황아무개 사장과 함께 저녁 약속을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해인 2011년 8월13일 일정표에는 조 전 회장과 ‘윤 검사’, ‘황 사장’이 함께 만찬을 한 기록도 나온다. 윤 검사는 윤 전 총장을 의미하고 황 사장은 조 전 회장과 자주 골프를 치던 황아무개 ㄴ산업 사장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삼부토건의 사정을 잘 아는 ㄱ씨는 “황 사장은 조 전 회장보다 먼저 윤 전 총장과 알고 지낸 오랜 지인이라고 들었다. 2006년 무정 스님이 윤 전 총장과 황 사장을 조 전 회장에게 소개해줬다”고 했다. 무정 스님은 조 전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인사다. <한겨레>는 ㄴ산업을 통해 황 사장에게 메모를 남겼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일정표를 보면, 윤 전 총장은 2006년 10월5일 ‘뉴서울CC’에서 처음 조 전 회장과 골프 회동을 한 것으로 확인되는데, 당시에도 황 사장이 동행한 것으로 적혀 있다.

조 전 회장 비서실 문서에서 ‘윤석열(윤석렬)’이라는 이름은 다른 날에도 여러 차례 등장한다. 달력 일정표와 휴대용 일정표에 ‘윤 검사 또는 윤검’이라는 이름으로 골프와 만찬 등 세 차례 등장하고, 명절 선물 명단 등에선 윤석열로 다섯 차례 등장한다. 2009년 1월 설날 선물 명단엔 ‘윤석열 대전지검 논산지청장 (정육)’이라고 기재돼 있고, 2011년 12월 연하장 명단엔 ‘(지인) 윤석열 대검찰청 중앙수사1과장’이라고 적혀 있다. 삼부토건의 자회사인 남우관광의 2007년 추석 선물 대상자 명단에도 ‘윤석렬’이라는 이름이 등장한다.

삼부토건 조남욱 전 회장의 2009년 1월 설날 선물 명단에 적혀 있는 ‘윤석열 대전지검 논산지청장 (정육)’.

조 전 회장은 윤 전 총장에게 지금의 아내 김건희씨를 소개한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조 전 회장 일가와 가깝다는 지인 ㄷ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삼부토건이 운영하던 서울 강남구 르네상스호텔에서 윤 전 총장과 김씨가 처음 만났다고 조씨 일가에게 들었다. 조씨 일가 중 한 명이 ‘내가 윤석열이랑 사모님(김씨)을 연결해줬다’고 자랑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ㄱ씨도 “조 전 회장과 윤 전 총장의 인연은 2006년부터 시작돼 2011~2012년 가장 밀접했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의 장모 최씨의 검찰 진술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등장한다. <한겨레>가 입수한 2011년 5월 서울동부지검의 피의자신문조서를 보면, 최씨가 “김명신(김건희의 옛 이름)이 지금 결혼할 사람은 라마다 조 회장이 소개해준 사람으로 2년 정도 교제했다”고 진술한 대목이 나온다. 조서에 등장하는 ‘라마다’는 삼부토건이 운영하던 라마다 르네상스호텔이다.

삼부토건 안팎에선 조 전 회장의 아들 조시연 전 부사장도 윤 전 총장과 가깝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흘러나온다. ㄷ씨는 “윤 전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이 되기 직전인 2017년께, 조시연 전 부사장이 내게 ‘윤석열과 친하니 차를 마시러 같이 가자’고 말한 적이 있었다”고 전했다. 삼부토건 임원진 운전기사들 사이에서는 조 전 부사장이 윤 전 총장과 아주 가까운 사이여서, 윤 전 총장이 술을 많이 마셨을 때 조 전 부사장의 차량을 이용하기도 했다는 소문도 돌았다고 한다.

조 전 회장은 윤 전 총장을 비롯해 아내 김씨와 장모 최씨와도 각별했던 사이였다. 조 전 회장의 비서실 일정 기록을 보면, 최씨를 뜻하는 ‘최 회장’도 여러 차례 등장한다. 삼부토건이 2007년 추석 선물로 과일 두 상자씩을 ‘김명신 교수’와 ‘미시령 휴게소 최 회장’에게 보냈다는 메모가 있다. 2007~2012년 사이 조 전 회장의 일정에는 최씨와 만찬을 하거나 골프를 한 기록도 있다. 2003년 7월4일과 2005년 9월14일, 2006년 3월13일에 ‘김명신’씨가 조 전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메모도 등장한다. 오래된 관계였던 셈이다. 삼부토건은 2012년 김씨의 ‘코바나컨텐츠’가 기획한 마크 리부 사진전을 후원하기도 했다.

2012년 3월11일 조 전 회장의 일정 기록에는 ‘윤석렬 검사 대검찰청 별관 4F’라는 메모가 있는데, 이날은 윤 전 총장의 결혼식 날이었다. 전 삼부토건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면, 조 전 회장은 이날 화환을 보내고 직접 참석했다.

삼부토건 조남욱 전 회장의 달력 일정표 2012년 3월11일에 ‘18:00 윤석렬 검사(대검찰청 별관 4F’라고 기록돼 있다. 윤 전 총장과 김건희씨의 결혼날이다.

한편, 2011년 가을 삼부토건 임원들은 2006년부터 추진했던 ‘헌인마을 개발사업’ 등의 과정에서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의 수사를 받았다. 수사 대상이었던 삼부토건 임원들은 특수통으로 이름을 날렸던 대검 기조부장 출신의 홍만표 변호사를 선임했다. 본사 압수수색은 물론 수십명의 임직원이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지만, 결과적으로 처벌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당시 대검 중수2과장과 중수1과장을 연이어 맡은 윤 전 총장은 수사를 담당하던 특수2부장과 사법연수원 동기(23기)였고, 대검 중수부는 전국 검찰청의 특수부 수사를 지휘하는 ‘컨트롤타워’였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관련 기록과 관계자들의 얘기들을 보면, 삼부토건 조 전 회장이 윤 전 총장을 꾸준히 관리해 왔다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며 “기업이 일상적으로 관리하는 명단에 수시로 이름이 등장한다는 것부터 강직한 검사라고 자부해온 윤 전 총장에겐 민망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윤 전 총장이 조 전 회장과 골프 등으로 교류를 한 것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시행된 2016년 9월28일 이전의 일이다.

한편 <한겨레>는 조 전 회장의 일정표 등에 나오는 내용을 확인하고 입장을 듣기 위해 윤 전 총장 캠프 쪽에 여러 차례 연락했지만, 첫 전화통화 때 “알아보겠다”는 답을 한 다음엔 연락이 되지 않았다. 조 전 회장 쪽도 여러 차례 연락을 하고, 문자 등을 남겼지만 입장을 들을 수 없었다.

채윤태 오승훈 이준희 김완 기자 cha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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