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반도체 옥죄기에 국내업계 "전략 새로 짤 판"
"中서 최첨단 반도체 생산 어려워"
SK하이닉스 등 대응방안 고심.. 업계 "美시설 투자 확대로 갈듯"
17일(현지 시간) 네덜란드 정부가 미국 요청으로 자국 기업 ASML이 만든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의 대(對)중국 수출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반도체 업계에선 장기적인 해외진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재 국내 반도체 업계에선 SK하이닉스가 중국 우시(無錫)에서 D램 메모리반도체를, 삼성전자가 시안(西安)에서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를 각각 생산하고 있다. D램 생산에서는 이제 막 EUV 노광장비를 사용하는 초미세 공정이 도입되는 추세다. 한 반도체 기업 고위 임원은 “아직 중국 내 공장에 초미세공정이 도입되지 않아 당장 국내 기업의 매출, 영업이익에 타격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장기화될 경우 중국 공장에 초미세공정을 도입할 방법이 없어지면서 글로벌 생산 전략을 새로 짜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EUV 노광장비는 반도체 초미세공정의 핵심 장비다. 반도체 원판인 실리콘 웨이퍼에 7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이하의 미세 회로를 새길 수 있는 유일한 장비다. ASML의 한 해 총 생산 물량은 45∼50대 안팎. 이 장비가 없다면 최첨단 반도체 생산이 불가능하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전 세계 반도체 기업 모두 EUV 장비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정부는 네덜란드 정부를 압박해 EUV 장비의 중국 내 반입을 사전 차단하고 있다.
급박해진 곳은 SK하이닉스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중국 반도체 공급망을 겨냥한 미국의 압박과 견제가 지속된다면 최악의 경우 SK하이닉스 우시 공장이 구형 장비로만 가동되는 상황에 놓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 중국에서만 생산라인을 운영하는 SK하이닉스로서는 D램 생산의 한쪽 날개를 잃는 셈이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반도체, 그중 D램 위주의 사업구조를 갖추고 있다.
2월 SK하이닉스는 총 4조7500억 원을 투자해 ASML로부터 5년간 EUV 노광장비 구매 계약을 맺었다. EUV 장비 가격이 대당 1500억∼2000억 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총 20대 안팎을 사들일 수 있는 액수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구입하기로 한 EUV 장비를 중국 공장에 도입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삼성전자는 당장은 영향권 밖에 놓여 있다. EUV 노광장비 적용이 D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다만 삼성전자 역시 중국 반도체 공급망을 겨냥한 미국의 추가 압박 여부 및 수준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모두 미국 투자 확대를 전제로 한 대응 방안을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반도체 전쟁을 벌이는 배경에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차단하겠다는 판단과 더불어 한국 대만 등 아시아 국가에 집중돼 있는 반도체 생산 주도권을 깨겠다는 문제의식이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170억 달러(약 20조 원) 규모의 미국 파운드리 신규 공장 투자를 앞두고 있다. 미국 현지 언론은 최근 “삼성전자가 미국 파운드리 공장을 텍사스주 중부 윌리엄슨 카운티에 짓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SK하이닉스도 조만간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미국 투자 가능성이 점쳐진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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